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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신사의품격, 생뚱맞아 치명적인 고백

 

 

 

 

'서이수, 나랑 같이 살자..'
함께 춘천에 갔다가 돌아온 늦은 밤,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운전대를 맡긴 채 내내 잠들어 있던 김도진(장돈건 분)이 뜬금없이 한 말이지요,

 

짝사랑매뉴얼까지 제시하며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김도진(장동건 분)은 이렇듯 치명적인 프러포즈마저 거침없이 해치우고 말았습니다. 처음 마주친 이후 몇번의 계절이 지나도록 엇나가길 반복했던 김도진은 그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바짝 진도를 챙기는 모습이지요. 사귄지 얼마되지 않아 당황스럽고, '결혼하자'도 아닌 '같이살자'라는 말에 윤리교사 서이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멈칫했지요. 상당히 쌩뚱 맞았던 타이밍이었습니다. 김도진의 느닷없는 고백앞에서 서이수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서이수는 남자가 약속하는 미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김도진의 첫사랑 이야기를 접한 서이수는, 첫사랑을 잊지는 못한다 단지 매일 생각이 나지 않을뿐이라는 김도진의 답변에 당혹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억속에 남겨졌듯 첫사랑도 마찬가지라는 도진의 설명에, 서이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요, 잊혀지지 않는 사람 중 유일하게 자신만 현재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말입니다. 이때 도진은 '그럼 내 미래도 되보는 건 어때요'라며 운을 띄웠습니다. 이에 대해 이수는, 1분의 미래만 받겠다고 답하지요,

나중에 이수는 도진에 그녀가 왜 미래를 두려워 하는지 고백하지요, [어제는 기였는데, 오늘은 아니라고 말하는 남자, 근데 둘 다 진심이라는 게 문제]라는 서이수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왜 남자가 말하는 미래에 소극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진에게도 1분후의 미래정도만 기대하겠다는 이수에게 도진은 한달의 미래를 보장해주겠노라 다짐하지요. '근 한달은 서이수를 사랑하는 걸로.. 향후 일정은 한달후에 알려주는 걸로..'

 

 

오늘보단 어제 열정적이었고, 어제보단 그제가 대범했었다던 이 남자는, 하지만 서이수를 만나면서 오히려 순수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인연이 얽일때는 이수의 주위에서 짖궂게 돌 던지듯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것처럼 이수 앞에선 상당히 섬세한 면이 있습니다. '키스도 했고, 포옹도 했는데 다음엔 뭘하느냐'란 질문에 '손잡자'던 이수의 대답 그대로, 어느 늦은 밤 불쑥 찾아서 손을 내밀기도 했고,  연애와 사랑에 서툰 그녀를 위해 '메뉴얼'을 작성해주기도 했었지요, 또 남성의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의 편안한 잠자리를 토닥토닥 지켜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 백미는, 이수가 두려워하는 미래를 보여준 것겠지요. '내가 먼저 싫어하기 전까지 나 싫어하지 말아달라'며 미래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사는 이수인데요, 당초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춘천출장을 친구 임태산에게 떠넘겼던 도진은,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 갑자기 춘천행을 결심했지요.

 

그가 춘천에서 이수에게 보여준 것은 미래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신의 삶의 현장이었지요. 자신이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

 

남자가 매순간 진심이더라도 그 진심 자체가 변하는 게 문제라던 이수에게 도진은 1분의 미래를 넘어 한달을 보장해주더니 이번 생애 전체를 보장하겠노라 선언합니다. '다음생에선 누구랑 살든 상관안할게, 이번 생엔 나랑 살자, 행복할거야. 약속할게'라고 말하는 김도진의 모습은 그동안의 말끔하고 당당했던 중년이 아니었습니다. 늘 깍듯한 존칭을 썼던 이 남자는, 지친 얼굴을 한채 반말로 고백했지요, 그 지친 얼굴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이 담겨있었습니다.
'신사의 품격' 대신 '중년의 진정성'을 보여준 모습이었지요. 그는 그저께보단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이 더 성숙하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