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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추적자, 깜짝 반전 이끌어낸 진짜 톱스타

 

추적자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한자리수 시청률로 시작할때부터 시청률이상의 화제성과 호평을 이끌어내더니 3회를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기어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오랜시간 방송되면서 고정시청자를 확보했던 동시간대 경쟁작 '빛과 그림자'의 종영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동안 숨가쁘게 이어지던 전개가 숱한 반전을 거듭하며 마침내 절정으로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드라마 추적자가 풀어내는 매력은 너무도 다양합니다. 대개의 성공한 드라마가 주인공의 고난 극복에 몰입하기 마련인데요, 추적자의 경우, 주인공에 대한 몰입은 물론이고, 저마다의 다양한 캐릭터에 몰입하며 수많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혹자는 주인공에 몰입하여 악역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혹자는 악역에 몰입하여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통렬한 고민의 계기를 얻기도 합니다.

 

다시말해, 초반부터 줄창 쫓기고 얻어 터지며 무력한 모습만을 보여왔던 주인공 백홍석(손현주 분)이 마침내 스스로 우뚝 서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악역 강동윤을 그려내는 김상중의 연기에서 인간의 위선과 처절한 욕망이 주는 번뇌를 맛보기도 합니다. 또한 권력이 어떻게 국민을 우롱하고 농락하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대목에선 우리의 모순된 국가시스템과 우리의 의식수준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준 추적자는 제작단계에서의 우려를 깨고 대박드라마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드라마의 성공에 제작진과 출연자들조차 크게 놀라고 있는 상황이지요.

 

추적자의 제작발표회에서 손현주는 '1,2회만 봐달라'고 주문을 했을 정도로 성공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습니다. 발표회장의 취재 열기 역시 다른 드라마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하지요. 소위 '톱스타', '한류스타', '아이돌스타'가 없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셈입니다. 하지만, 아이돌, 한류스타가 없는 드라마는 맞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미 수 많은 톱스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인기가 'Top'인 스타가 아닌 연기가 'Top'인 스타들 말입니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김성령, 강신일, 박효주, 류승수, 장신영, 조재윤, 고준희, 전노민까지, 작품초반에는 일부 조연들의 어색한 연기가 살짝 엿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극을 이끄는 주연라인의 극명한 캐릭터 구축에 따라 모든 캐릭터들이 탄탄한 연기로 어우러져 추적자라는 드라마 속에서 완벽하게 거듭났습니다.

 

백홍석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강동윤과 서회장의 대립으로 이어지더니, 서지수와 서영욱의 캐릭터가 변신을 꾀하고, 강동윤과 서회장 사이에 신혜라가 판을 뒤집고, 강신일과 박효주의 인간적인 고뇌에 갈등하고 결국 류승수, 조재윤, 고준희가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백홍석의 극적인 반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극의 전개가 짜임새있게 연결됐습니다.

매 회마다 긴장감 넘치는 갈등과 대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점차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구축하며 진화하는 캐릭터를 보여줬지요. 그래서 추적자에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매회 주인공이 바뀌는 느낌입니다. 백홍석의 아픔으로 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그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며 강동윤과 서회장과의 극한 대결로 넘어가더니, 경찰과 검찰이 사람 취급도 안해준다는 조폭 용식이조차 이제는 그 존재감이 대단할 정도지요.

 

캐릭터의 분량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중요한 드라마의 특성상 이토록 모든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해줌으로서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취향에 따라 캐릭터에 애정을 갖을 수 있도록 전개되는 드라마의 깊이가 놀랍니다. 이 밀도 높은 이야기 속에서 저마다 캐릭터가 보여주는 미세한 눈빛 연기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지요.

 

흥행을 갈구하는 방송국 입장에서 기존의 흥행공식에서 벗어난 추적자의 기획은 쉽지 않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추적자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준비중이던 다른 드라마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소위 '땜빵'용으로 급하게 편성된 드라마가 추적자지요. 그래서 드라마 단독 집필이 처음인 작가에게 뜻밖에 기회가 주어졌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배우에 대한 캐스팅도 없이 작품은 서둘러 진행되야 했습니다. 헌데 오래전 '태왕사신기'의 공통 집필에 참여했을뿐 단독으로는 드라마에 데뷔하는 셈인 박경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링겔을 맞아가며 쪽대본을 써내려가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가 보여주는 필력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또한 연기로 톱이었던 배우 역시 인기가 톱인 배우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촬영간담회와 인터뷰는 연일 화제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여준 연기와 이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로 이끌어낸  제대로된 '인기'가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드라마 추적자는 우리네 드라마의 섭외풍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듯합니다. 진짜 톱스타에 대한 조명이 시작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