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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추적자, 연기파에 걸맞는 특별한 팬서비스 필요해

 

 

 

 

 

드라마 추적자가 인상적인 결말로 긴 여운을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숨가빴던 전개와 반전의 연속으로 치닫던 드라마는 결국 백홍석의 행복한 미소로 마무리되었지요. 그 미소가 불편한 만큼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는 어두웠지만, 그 미소가 건네는 의미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초 다음주에는, 1회연장과 스페셜방송이 예정되었었지만, 박경수작가의 급작스런 건강악화로 인해 결국 연장없이 2회의 스페셜방송이 편성될 예정입니다. 헌데 2회나 방송될 스페셜편성이 여느 스페셜방송처럼 줄거리를 정리하고 배우들의 인터뷰를 추가하는 정도로 마무리된다면 상당히 지루할 법도 한데요, 대한민국 드라마의 경향에 새로운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한 추적자라면 좀 더 차별화된 팬서비스가 요구됩니다.

 

강동윤역을 맡았던 김상중은 스스로 '난 스위트한 남자다. 실제로는 굉장히 부드럽다'며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강동윤보다 백홍석이라는 캐릭터가 탐났다'고 심경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백홍석역의 손현주 역시 '강동윤 같은 남자를 연기하고 싶다. 내가 강동윤을 했다면 어땠을까? 사람 괴롭히는 깡패 말고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며 강동윤역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바 있습니다.

만만치않은 연기 내공으로 그 흔한 마케팅 없이도 드라마 흡입력을 높였던 두 배우,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그들만의 팬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염원했듯이, 스페셜 방송에서 두 사람이 서로 역할을 바꿔 몇몇 장면을 연출해보는 것입니다.

 

김성령은 손현주를 두고 '뭘 해도 착해보여서 얄미울 정도'라고 했는데요, 모태 순박의 이미지를 가진 손현주가 만약 말끔한 슈트를 입고 냉혹한 눈길로 차가운 승부수를 띄운다면 어떨까요.

만약 꾀죄죄한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김상중이 눈물을 글썽이며 '반장님이 저를 체포하세요'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요.

이들의 교차연기, 추천하고 싶은 세 장면입니다.

 

장면 #1

강동윤 : 너 때문이야, 니가 PK준만 안잡았어도, 법정에서 죽이지만 않았어도, 탈옥만 안했어도.. 백홍석 니가 포기를 했으면은...왜 왜 왜 왜 포기하지 않는 거야 왜!!
백홍석 : 나는...수정이 아버지니까...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냉철한 판단으로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왔던 강동윤이지만, 납치되어 묶여 있는 와중에도 수그릴 줄 모르는 백홍석에게 끝내 감정을 폭발시켰습니다. 이때 한 줄기 눈물을 흘렸지만 결코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답하는 백홍석이었는데요, 차가운 남자는 격앙되고, 뜨거운 남자는 차분했던 아이러니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장면 #2

강동윤 : 쏘세요. 날 죽일 순 있어도 진실을 숨길 순 없을 겁니다.
백홍석 : 넌 내딸을 죽였어
강동윤 :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겠지요. 뭘 준다고 하던가요, 사면 아니면 돈...당신은 유상증자 비밀 회의록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지요. 하지만 난 공개를 했습니다.
백홍석 : 닥쳐
강동윤 : 누구야, 당신을 매수해서 이렇게 더러운 일을 시킨 사람이 누구야!
백홍석 : 단 한번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진실을 말해.

 

 

죽을 만큼 증오하지만 결국 죽일 수 없는 상대 강동윤, 그에게 진실을 밝혀내야만 하는 백홍석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극에 달했는데요, 이런 백홍석의 심리를 꿰뚫어본 강동윤은, 겨눠진 총부리 앞에서도 냉정할 뿐입니다. 멀어지는 진실에 얼이 빠진 백홍석, 극적인 이미지 반전에 성공한 강동윤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교차 연기 장면입니다.

 

장면 #3

백홍석 : 암컷.. PK준 핸드폰을 봤어, 당신 아내 서지수를 암컷이라고 부르더군.
강동윤 : 닥쳐
백홍석 : 푸들.. 서기자가 말해줬어, 집에서는 너를 푸들이라고 부른다고 왈왈.. 난 니가 대단한 놈인줄 알았는데 고작 그정도로 되려고 내딸을 죽였나.. 강동윤 넌 참 불쌍한 놈이다.
강동윤 : 재밌군. 딸이 죽고 아내가 죽고 탈옥을 하고 경찰에 쫓기고 밀항을 하겠다는 사람한테 불쌍하다는 말을 듣다니..

 

 

이발소에서 있었던 이장면은 그동안의 대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강동윤을 잡기 위해 강동윤보다 더 나쁜 놈이 되겠다던 백홍석은 어수룩한 말투로 강동윤을 충동질합니다. 똑똑하고 명석한 강동윤은 이런 허허실실 백홍석의 도발에 넘어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친절하게 요약정리해서 설명해주지요. 캐릭터가 오묘하게 교차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독대는 소시민과 권력자로 대변되는 두 인간상의 대결이었습니다. 독대 장면이 더욱 강렬했던 이유는, 불꽃튀는 연기과잉 대신,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인격체의 아우라가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본 방송을 통해 우리네 드라마 풍토에 새바람 일으킨 추적자인데요, 이제 그 이상으로 스페셜 방송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면 합니다. 늘상 주요 장면을 되짚어 주고, 촬영 뒷이야기를 말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로 채워졌던 기존의 천편 일률적인 스페셜방송을 넘어 전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팬서비스의 신기원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바로 손현주와 김상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스위트하고 순박해보이는 남자 김상중, 세련되고 샤프하면서도 냉혹한 손현주... 여러분은 상상이 되나요? 전 상상 그 이상을 보고 싶습니다. 다음주의 스페셜 방송이 평범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