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정글의법칙이 보여준 입수, 1박2일의 퇴조 상징하나

 

 

 

 

 

 

리얼버라이어티가 우리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은지는 오래됐지만, 정글의 법칙은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첫방송을 탄 툰드라편은 시청자에게도 완전히 낯선 땅이었지요. 시베리아의 넓은 벌판은 말 그대로 황량했습니다. 춥고 배고픈 것 만큼이나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스산함이 가득했지요. 이 도전은 '계속 더운 곳만 도전했었기에 이번엔 추운 곳에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벌판, 발이 푹푹 빠지는 곳곳의 웅덩이, 젖으면 동상에 걸리기 쉬운 추운 날씨까지...그들의 북극해 정복은 가혹해보일 정도였습니다. 살짝 젖은 신발조차 동상의 위험에 대비해 불을 피워 말리던 그들에게 더 큰 시련이 다가왔지요. 몸을 적시지 않고는 건너기 어려운 시베리아의 강이 앞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차디찬 시베리아에서 입수에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처절했습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고이 접고, 비닐봉투에 담아 강건너로 던져 넘겨야하는 상황, 멋들어진 수영복도 아닌 속옷만 입은 채 오싹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나와 벌벌 떠는 모습엔 예능으로서의 웃음포인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말그대로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있었지요.

 

 

그 와중에도 먼저 건너가 불을 피우고 멤버들 맞이하는 김병만에겐 예능의 재미를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정글의 법칙 새내기로서 건장한 체격으로 큰 배포를 자랑하던 이태곤조차 물에 손을 담궈본 후 '눈물난다'라고 할정도로 힘겨운 도전이었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노우진과 광희는 경직된 표정을 풀지 못한채 얼어붙었지요. 얼떨결에 물에 뛰어 들어 강을 건넌 이태곤의 얼핏 우스꽝스런 모습에도 동료들은 웃을 수 없었습니다.

 

짐을 최대한 줄여서 이동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옷을 입은 채 폼나게 입수할 수도, 입수를 끝내고 나오면 우르르 달려와 몸을 감싸줄 코디들도, 몸 녹이는데 소비할 몇 개씩의 커다란 수건도 없었지요. 스스로 자신의 배낭에서 작은 수건을 찾아 물기를 닦아내는 이들의 악조건은 지금까지 어떤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치열한 모습이었습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입수... 이는 1박2일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1박2일에서, 입수는 일종의 행사처럼 느껴집니다. 새해를 맞으면 입수, 새 멤버를 맞아도 입수,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면 입수...끊임 없는 입수의 연속이지요. 이러한 전통은 시즌2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박2일의 입수는 마치 축제 같습니다. 빠질 사람이 정해지면, 큰 맘먹고 물에 몸을 던지고, 그 모습에 동료들은 감탄하거나 동참하기도 하고, 입수의 영광 뒤에는 따뜻한 뒤처리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서너명의 코디들이 너도나도 수건을 들고 몸을 감싸안지요.

누군가 새얼굴이 등장하면 왠지 입수를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엄태웅이 입수하고 김종민이 입수하고 박찬호가 입수하고 김수미가 입수하고... 입수퍼레이드가 이어지지요. 그래서 1박2일의 입수는 화려했고 웃음코드를 동반했습니다. 그들의 입수엔 당위성이 필요없습니다. 왜 빠지는지 보단 빠지고 난 후의 리액션이 더 중요하지요. 당위보다는 재미를 추구한 의식인 셈입니다.

 

여배우 특집에선 김수미가 물에 빠진 후 '몰래카메라'를 연출하며 주위를 아연케하기도 했는데요, 예능으로서 제대로 '쇼'를 보여준 예였지요.

 

 

이는 멋진 포즈도, 환호로 맞아줄 스텝도 없는 '정글의 법칙'의 외로운 입수와 크게 대비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비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달리 만들고 있지요. 1박2일은 3주전 멤버전원이 입수를 했지만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정글의 법칙이 보여준 입수는, 1박2일에겐 새로운 부담이자 예능코드의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1박2일은 더 이상 입수를 웃음의 주요코드로 활용하기가 녹록치 않은 이유지요. 야생버라이어티를 표방했지만 점점 그 존재감을 잃고 있는 1박2일의 자리에, 순간시청률 26.3%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정글의 법칙의 도전은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지난 주, 정글의 법칙이 보여준 처절한 입수는, '야생버라이어티'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극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