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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정글의 법칙2, 고통속에서 더욱 빛난 휴머니즘

 

 

 

여름철에 방송될 것을 감안해 시청자에게 추운곳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기획 됐다는 '툰드라'편인데요, 이 곳을 찾은 병만족 역시 북극해의 얼음과 눈을 보며 시원하면서도 신비로운 신세계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가본 툰드라는 그저 황량했습니다. 그것에서의 생활은 말그대로 '사투'였지요.

사방이 메마른 척박한 땅, 울퉁불퉁한 웅덩이와 늪이 곳곳에 산재한 들판, 매서운 추위에, 시간관념도 희미해지게 만드는 백야... 이땅에선 먹을 거리를 구경하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그동안 정글에서 익힌 나름의 노하우를 활용하지도 못한채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무력감마저 느껴야했지요.

지난 일요일 방송에서 병만족은 툰드라에서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순록부족을 만났지요.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이반, 막심 등 이름은 낯설지만 생김새는 김병만족과 비슷해보였습니다. 며칠간의 툰드라 생활로 어느새 김병만의 얼굴 또한 이들 못지 않게 깊게 주름지고 뻘겋게 익어 있었지요. 순록부족의 첫인상은 이 척박한 땅의 모습과 닮아 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 비친 인간미에 이내 뭉클해졌습니다.

 

순록부족 네네츠족은 낯선 이들의 정체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중해줘할 대상이지요.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지만 이내 썰매를 태워 마을로 안내해 극진한 대접을 해줬습니다. 그들의 전통집인 '춤'에 들어서자 즉시 따뜻한 스프와 빵이 나왔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접한 갑작스런 환대에 병만족은 어리둥절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툰드라의 법칙이었습니다. 찾아온 손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흘간 극진히 대접한다는 이들의 법칙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지혜와 온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척박한 땅은 살만한 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며칠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가 병만족을 풍족하게 해주었지만, 조건없이 인정을 나눠주는 네네츠족의 모습 덕분에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졌지요. 집으로 초대된 병만족들이 옷을 벗지 않고 있자 주인은 안절부절 했습니다. 집에 들어선 낯선 손님이 옷을 벗지 않으면 집이 따뜻하지 못해 불편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의 마음씀씀이에서 깊은 인간미가 느껴졌습니다. 경쟁과 욕망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지요.

식사후, 병만족은 네네츠족을 따라 사냥에 나섰는데요, 네네츠족의 저격수라는 청년이 쏜  두발의 탄환은 오리를 빗나갔지만, 김병만의 총은 단번에 명중시켰지요. 하지만 김병만을 진정 기쁘게 한것은, 사냥에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환대해준 네네츠 족에게 선물할 것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내밀어준 손길에 기꺼이 화답할 수 있다는 것,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삶의 기쁨일 것입니다.

 

 

고현정 고쇼에 출연해, 서울과 정글중 어느 곳이 더 치열하고 힘드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서울의 삶이 고달프다고 말했던 김병만, 그는 척박한 환경하기에 오히려 온전히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곳에서 정신적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서로를 소중히 하는 마음 덕분에 모진 추위와 배고픔도 견딜 수 있었겠지요.

야영하던 새벽녁에 남몰래 일어나 동생들이 추울까 땔감을 챙기고 군불을 지피는 김병만의 마음, 작디작은 도마뱀을 힘겹게 잡아 눈물겹게 나눠먹는 서로의 마음, 홀로 추운 곳에서 잠을 청하다 몸이 굳어버린 병만의 다리를 정성스레 주물러주는 리키의 마음, 무뚝뚝한 편인 이태곤이 은근히 동료들의 안위를 챙기는 마음까지.. 이들은 힘들고 고통스럽기에 오히려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생활을 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욕심과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의지할 수 있는 툰드라.. 과연 우리네 삶이 순록부족의 삶보다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