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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드라마의제왕 김명민,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승승장구했던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김(김명민)이 회사로부터 쫓겨났습니다.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던 최고의 비지니스맨이었지만 단 한번의 삐걱거림은, 그를 밉살맞게 보던 사람들에겐 호재였지요. 그래서 그가 약점을 잡히자 대주주는 그를 거침없이 해고했고, 이에 앤서니 김은 자존심을 걸로 독립을 선언하는데요, 하지만 독립 프로덕션을 차리고자 스타작가들을 섭외하지만 작가들조차 그의 몰락에 희희낙락 콧노래를 부릅니다. 이런 와중에서 그에게 이용당했다가 버려졌던 보조작가 이고은으로부터 분노의 오렌지쥬스 한 양동이를 뒤집어쓰지요. 이렇게 세상을 호령하던 오만의 아이콘 앤서니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비극을 맛봐야했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앤서니는 여전히 멋들어진 양복에 다리를 꼰 도도한 모습이었지만, 현실은 비참했습니다. 독립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만든 회사는 쫄딱 망해 직원에게 월급도 줄 수 없고, 카드도 정지를 먹었지요, 그럼에도 앤서니는 특유의 오만한 눈빛을 잃지 않습니다. 여전히 꿈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습관처럼 뚝뚝 떨구어지는 눈물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도도했던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김은 이제 약에 의존해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만큼 큰 상처를 안고 살게 됐지요, 의사의 조언에 따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그는 자신을 내친 제국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옛 부하직원에게 모욕을 당하게 되지만, 100억짜리 드라마 투자 정보를 접하게 되지요, 제일교포의 의뢰였는데요, 이 드라마의 조건은, 일제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앤서니김은 이내 그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시나리오를 기억해내지요. 바로 이고은 작가의 대본인데요, 3년의 먼지를 머금은 그 대본을 일본에 보내자, 일본으로부터 당장 작가와 함께 찾아오라는 연락이 오지요, 이제 그의 재기와 새로운 도약은 이고은의 손에 달린 셈이 됐습니다. 헌데 어렵사리 찾아간 이고은은 그를 웬수대하듯 합니다. 자신의 인생과 꿈을 망쳐버린 앤서니를 이고은은 문전박대하지요, 그런 이고은 앞에서도 앤서니는 역시나 오만했습니다. '꿈은 추억하라고 있는 게 아냐, 이루라고 있는 거야...니 인생에 미안해할 짓은 하지마...'라며 이고은의 마음을 흔들었지요.

자신의 재기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이고은을 설득하는 순간조차 앤서니는 비굴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이 걸린 일이라 무릎꿇고 빌어 사과라도 할만 하건만, 그는 수그리는 대신 그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들었습니다.

 


계약금을 요구하자 만원짜리 한장을 내밀며, 지금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며 나를 믿지 말고 세종대왕을 믿으라고 하지요, 또 일본에 도착해서는 여관비를 아끼기위해 방이 하나밖에 없다고 이고은에게 사기를 치기는데요, 그녀가 의심을 하자, '니가 김태희, 송혜교도 아닌데 내가 왜 구라를 치겠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기도 했고, 하나 뿐인 침대 혼자 벌렁 누워버릴 만큼 뻔뻔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 와타나베와 만난 자리에서도, 와타나베가 그녀의 대본에 감동 받았다고 말하자 이를 이고은에게는 '대본이 부족하지만 앤서니김을 믿기로 했다'고 통역해줬고, 이고은의 집필동기 역시 '앤서기님을 만났기에 쓸 수 있었다'고 왜곡해서 통역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올해안에 방영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 앤서니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차마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입만 크게 벌려 기뻐하는 모습은 냉혹한 비지니스 맨 이전의 순수한 몽상가를 연상시키지요, 계약서에 기뻐하고 환호하던 그는 다시금 눈을 부라리며 복수를 다짐하는데요, 그 표정엔 자신을 무시했던 세상에 대한 분노를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눈을 부라리고 입술을 씰룩거리는 그의 인상은 오히려 코믹해보였습니다. 뺀질거리며 거짓말을 일삼지만 자신의 꿈 앞에서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남자, 그래서 이고은의 마음도 훔칠 수 있었던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이고은 역시 묻었던 자신의 꿈을 다시 끄집어낼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그는 계약에 얽힌 뜻밖의 비밀을 접하는데요, 투자자 와타나베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자는 곧 죽음이다'라는 자신의 지론을 실행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것이지요, 인생 역전의 대박 기회는 이제 생사의 갈림길이 되어 버린 셈인데요, 반드시 올해안에 드라마를 방송해야 한다는 약속, 하지만 언제나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내걸었던 앤서니인 걸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