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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드라마의제왕 앤서니김, 이 남자의 결정적인 약점

 

 

 

앤서니김(김명민)은 모진 고난과 역경을 딛고 기어이 드라마 편성을 다시 따내는데요, 그 즉시 그는 대본 수정을 지시합니다. 완성도 높고 흔치않은 장르물이긴 하지만 이고은 작가의 대본은 소위 잘 팔리는 작품이 아니었지요,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고 평론가의 호평이야 받겠지만, 그런 드라마는,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도 할 것입니다.

 

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초반 이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의 시청률은 영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방송계에서는 이 드라마의 부진으로, 이미 경쟁드라마가 고정시청자를 확보한 상태이기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데요, 그 이상으로 이 드라마가 부진한 이유는 이 드라마 스스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의 몰입을 가져오는 김명민이지만 그렇게 몰입된 김명민의 처절한 투쟁과 긴장감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런식으로 살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이고은의 충고에,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고 말하는 앤서니에겐 실로 지옥같은 순간 순간의 도전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설렁설렁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말랑말랑한 이야기 대신 끝없이 이어지는 숨막히는 스릴과 긴장감은 안방의 시청자들에겐 퍽 부담스러울 법하지요,


앤서니가 이고은 작가의 원작 장르인 어두운 르와르 대신 멜로로 대본을 수정하고 현대물까지 접목시키고자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드라마로 예술할 생각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어쭙잖은 마니아드라마가 아니라, 시청률 40%대의 돈이 되는 드라마야' 돈이면 다냐고 분노하는 이고은에게 '드라마는 그런거야'라고 단정 짓는 앤서니의 준엄한 선고는, 역설적으로 우리네 드라마의 소비 패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작된 SBS 드라마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전혀 생소한 소재와 무명의 작가로 편성된 드라마 '추적자'와 미국드라마식 인물 열전을 시도한 '신사의 품격'은 공통적으로 초반 시청률 부진을 털고 대성공을 거두었는데요, 과연 드라마의 제왕도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또다른 장르물의 성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앤서니 김'이라는 캐릭터기 있습니다.
편법을 일삼고 불의와 타협하는 것에 익숙한 앤서니지만 그는 위선적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악당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에게 던져지는 돌을 기꺼이 맞을 줄 아는 순수 악역이지요, 상황에 따라 섬뜩한 증오와 젠틀한 위선을 오락가락하는 그의 라이벌 오진완과 대비를 이루는 부분인데요, 부와 권력을 동원해 앤서니를 끝없이 공격하는 오진완에 맞서, 앤서니는 억울하다느니, 반칙이라느니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모든 걸 내걸고 정면으로 대응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적 내면을 가지고 있지요,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냉정했지만 드라마가 끝나자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죽음을 가족들에게 설명하기도 했고, 이고은을 내쫓으라던 드라마국장이 물러나자 즉시 이고은 작가를 복귀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이고은이 물에 빠지자 수영도 못하면서 기꺼이 물로 뛰어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고은이 왜 물에 뛰어들었냐, 왜 나를 복귀시켜주는냐는 물음엔, 발이 미끄러져서.. 신임 국장의 지시였노라며, 자신의 마음을 감출 뿐이지요,

 

자기 내면의 인간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치도 않고, 인간적인 교감에도 너무 서툰 모습이야말로 앤서니의 결정적인 약점인데요, 아마도 이 드라마의 끝에서 앤서니는 이고은의 눈빛과 마음을 온전히 쳐다보게 될 것입니다.

 


3회에서 오진완은 이고은에게 거액의 계약금과 고급 오피스텔을 보여주며 정식계약을 제의했었는데요, 하지만 이고은은 앤서니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그 모든 상황을 짐작했던 앤서니는 '그냥' 궁금해서 이고은의 그런 결정의 이유를 물었었지요, '사람에게는 신념과 약속이 있어요, 가진 건 없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요, 난 그걸 지킨거에요' 이런 이고은의 구구절절한 설명에 앤서니는 맥이 빠졌지요, '싱겁게도 별거 아니었네?'


상대의 잠재된 욕망을 콕 집어내서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앤서니, 그가 인간의 욕망 너머에 있는 인간의 진심과 소통하는 순간은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요, 드라마의 제왕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