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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착한남자, 독한 멜로의 최고 반전은 해피엔딩

 

 

 

 

'남자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온 빈털털이 서은기말고 태산그룹 후계자 서은기라면 마음을 옮겨볼 생각도 있는데..'
언젠가 서은기(문채원)을 떨쳐내고자 강마루(송중기)가 했던 말입니다. 헌데 끝내 강마루가 돌아간 곳은, 남자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시골에서 빵집하는 서은기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고의 반전은 해피엔딩이라는 점입니다. 늘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채 극단으로 치달았던 강마루, 두 여자를 위해 세상어디에도 없을 착한 사랑을 펼쳤던 그에게 행복은 영원히 허락되지 않을 듯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독한 멜로드라마였습니다.

대다수의 시청자들 역시 강마루의 비극적 결말을 예감했었는데요, 어제 최종회에서도 강마루의 상황은 더 없이 불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착한 남자, 강마루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아름다운 엔딩을 맞았지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 세상 사람 모두가 하는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고 기도했던 강마루는, 한적한 바닷가마을에서 처음 마주한 사람처럼 서은기를 만나, 시큰둥하게 굴기도 하고, 관심없는 척 외면하다가도 그녀가 자주가는 장소에 가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려보기도 하는 등 밀당도 하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태껏 원하는 것을 한번도 누리지 못했던 강마루가 품었던 하나의 꿈...시간이 흐른 후 강마루는 그 꿈을 실현하며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었지요. 세상에 없는 착한 남자로 살아갔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을 위한 일은 하지 못했던 불쌍한 남자 강마루의 평범한 일상은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경찰서에 자수하라는 강마루의 권유도 마다하고 모두 파멸하는 길을 택했던 한재희, 강마루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었던 서은기...이 두 여자는 강마루에게 닥친 죽음의 위기 앞에 오열해야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거 하면서 살었던 적 있었나.. 내 인생에 단 한번이라도' 이 말을 하는 강마루는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지요. 동생 초코를 위해 또 사랑했었던 여인 한재희를 위해, 또 사랑하는 여인 서은기를 위해, 강마루는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서 희생으로 점철된 삶을 이어왔지요.

 

그토록 증오하고 조롱했던 강마루가 실상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견디고 기다려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서은기는 차마 그를 마주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마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언제나처럼 편안한 미소를 보일뿐이지요, 느닷없이 안변호사에게 맞은 칼침을 숨기면서까지 말입니다.
미소로 서은기를 돌려보내고 홀로 남겨진 강마루가 비참하게 길바닥에 쓰러졌을때, 그렇게 쓰러진 강마루가 다음 세상을 위해 기도했을때, 새드엔딩은 어쩔 수 없는 필연으로 보였는데요, 그리고 흘쩍 지나간 세월 속에서 초코와 재길, 한재희와 안변호사, 한재식과 현비서까지 저마다의 삶을 누리는 주변들의 삶에서 강마루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 모든 인연을 딛고 오직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평범한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름답게 펼쳐진 바닷가 마을에서 맛없는 샌드위치와 딱딱한 쿠키를 굽는 빵집여자 서은기와 잘생긴 시골 보건의 강마루였지요.

 '나한테 관심있어요'라고 묻는 시큰둥한 남자, '잘생긴 남자가 제 이상형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여자... 이들의 만남은 누군가는 한때 겪어봤을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그렇게 처음 만난 듯, 둘만의 인연을 다시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크하던 강마루가 어색하고 수줍은 얼굴로 추억의 반지를 건넨 순간, 강마루는 이미 예전 서은기를 사랑했던 강마루로 돌아와 있었지요. 늘 희생하고 견디기만 했던 강마루는 이제 사랑이 주는 설렘을 온전히 느끼며 스스로 삶을 누리는 행복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를 뒤로한 채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강마루와 서은기, 문득 강마루의 나레이션이 들립니다.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애매하게 행복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조차 없는, 단호한 해피엔딩이었지요, 지금까지 지독할 정도로 독했던 멜로의 산뜻한 반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