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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드라마의제왕 앤서니김, 감성에 패배한 이성

 

 

 

한때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숨막히는 전개를 보여줬던 '드라마의 제왕'에서 로맨스의 기운이 강하게 비춰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캐릭터, 앤서니 김(김명민)때문이지요.

 

늘 확률을 따지며 움직였던 앤서니가 더 이상 확률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소망을 품을 줄 알게 되었고,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곁에 작가 이고은(정려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이고은과 함께 하면서부터 그는 알게 모르게 서서히 이고은처럼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지요.

 

 

이고은 역시 이런 앤서니의 존재에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그런 인간을 좋아하겠냐'며 손사레쳤던 그녀도 어느덧 앤서니에 대한 감정을 의식하게 됐지요. 특히 느닷없었던 앤서니의 애교특훈(?) 이후 그가 정말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성민아와 함께 있는 앤서니를 보는 것도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앤서니와 잘해보고 싶다고 밀어달라는 성민아의 말에 우울해질정도로 그가 가슴 안에 들어와버렸지요. 그래서 '너 혹시 나 좋아해'라고 묻는 앤서니의 질문에 어버버하며 입을 못떼고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고은의 반응에 어이없어 하며 등을 돌렸지만 뒤늦게 '좋아한다구요'라는 이고은의 고백을 들어버린 앤서니 역시 자꾸만 이고은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인 것만 같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감정들이 앤서니에게 불쑥불쑥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대폭적인 대본수정을 하게 된 이고은을 위해, 이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앤서니는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되는데요, 멜로라인의 감정이입을 위해 지금껏 백번이나 봤다는 영화 러브레터를 함께 보는 앤서니, 그는 이고은에게 이런 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빈정댔지만, 어느덧 그 자신도 영화속 사랑에 그리고 그 사랑에 눈물짓는 이고은에게 몰입하게 돼버렸지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꿈도 포기할 수 있다는 여자와 그런 건 말도 안된다는 남자.
영화속에 푹빠져 영화 속 한 장면에 울고 웃는 여자, 이런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는 남자.
언제나 이성으로만 움직였던 이 남자에게, 영화를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여자는 자신이 갖고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허구의 사랑에 푹 빠져 미소짓는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는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지요.

 

 

사랑이라곤 초딩스러운 짝사랑밖에 못해봤을 거라며 이고은을 놀렸던 앤서니는, 자신이 믿어왔고 바라봤던 세상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느끼게 해주는 이고은의 깊은 미소를 바라보다가 스스로 울렁이는 가슴을 느꼈습니다.

 

그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리고 인정하지 못했지만, 그가 더이상 확률과 수치만으로 인생을 논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이고은의 커다란 존재감을 느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마음 깊숙히 들어와버린 그녀를 말이지요. 자신의 제작사를 거대 기획사로 만들어주겠다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내버려둔채, 쓰러진 이고은을 정신없이 병원으로 옮기고 그녀의 곁을 지켰던 앤서니는,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늘 이성으로만 움직였던 앤서니는 이고은니 내뿜는 감성의 소용돌이에서 그만 패배해버리고 말았지요.

 

 

이날 예고편에선 김명민이 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암시가 엿보였습니다. 늘 성공과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왔던 앤서니는 삶의 또 다른 고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삶에 임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