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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비주류에게 힐링이 되어준 SBS연기대상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습니다...'
 붉어진 눈시울로 '햐..'라는 감탄사와 함께 말문을 열었던 손현주의 첫 수상소감이었습니다. 2012년 SBS 연기대상을 손현주가 수상한 것은 그만큼 이변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상업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의 현실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텐데요, 그래서 손현주의 연기대상은 비주류가 외면받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힐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숟가락 하나 붙잡은 채 뿜어냈던 소리 없는 통곡, 왜 포기하지 않냐며 다그치는 권력자에게  내뱉었던 '난 수정이 아버지니까...'라는 한마디는 드라마 추적자의 주제이자, 손현주가 보여준 연기의 절정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청자에게 공감과 눈물을 선사한 소시민의 연기는 드라마를 너머 대상수상이라는 현실이 되어 시청자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완성시켰습니다.

 

대상 소감을 전하는 손현주는 그다지 달변이 아니였습니다.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어눌하게 소곤소곤이야기했지요. 바로 그렇기때문에 '소주 한잔 해요'라는 말에선 잔잔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드라마 추적자 속 캐릭터처럼 말입니다.

 

 

드라마 추적자의 결론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살인교사를 한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는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반면 힘없는 비주류 백홍석(손현주)는 15년을 선고받았지요. 바로 엄존하는 우리의 정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수긍가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SBS연기대상에서 손현주가 대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을겁니다. '연기대상'이라는 제도는 이미 태생부터 늘 '흥행대상'이라는 현실을 반영해왔고, 항상 주류의 몫이였다는 것이 널리 인정되어온 상식이니까요.


'저한테도 이런 상이 오네요..' 의외의 수상에 손현주는 당황했고, 동료들은 꽃다발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SBS는 상업성을 극복하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지요. 이틀전 있었던 말 많고 탈 많았던 MBC 연기대상과 극명하게 갈리는 장면이었습니다.

 

 

배우 손현주의 말처럼 추적자는 아이돌과 스타가 없는 드라마였지요. 또 발연기가 없었던 드라마이기도 했고. 스타는 없지만 배우들이 가득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의 한장면, 배우의 대사 한마디 어디 하나 하나가 긴긴 여운을 남겨둔 명작이었고, 연기의 참맛을 실감케한 작품이었습니다. 지독히도 냉엄한 현실앞에 마냥 가슴이 아렸던 아픈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결국엔 최선을 다한 아버지에게 건네준 딸 수정이의 미소처럼 우리 시대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드라마에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은 비주류의 해피엔딩을 비로소 확인했습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개미'들과 이 상의 의미를 같이 하겠다'는 마지막 인사에서 손현주는 기어이 울컥했는데요, 그의 수상소감 그대로, 이땅의 수많은 개미들에게도 힐링이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