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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멈춰야만 했던 명곡의 감동이 아쉬워




어제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중간평가는 상당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지난 주 합류한 두 전설적 가수들의 명곡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기 때문이지요. 십수년의 간극을 뛰어넘은 명곡을 들으며 지난 세월속에 묻혔던 감성과 추억들을 다시금 일깨워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노래 한곡에 담을 수 있는 감성의 깊이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주 첫 경연에서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지 못했던 두 전설의 노래를 뒤늦게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 반가움은 이내 아쉬움으로 변했지요. 너무나 소중했기에 제대로 들어도 짧게 느껴질 노래가 방송에서는 절반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너무나 감질나서 아쉬움이 컸던 순간이었습니다.

조관우와 장혜진이라는 두 전설의 가수가 합류하면서 나가수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두 가수의 합류는, 이미 하차한 임재범과 이소라의 빈자리때문에 생긴 허전함을 달래줄 수 있는 큰 카드인셈이지요. 하지만 첫 경연을 치르는 그들은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위압감과 청중평가단의 집중 그리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카메라들에 많이 지치고 긴장한 모습이었지요. 나가수는 연륜있는 가수마저 주눅들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가수는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처음 출연하는 가수들이 나가수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연'이 아닌 '공연'의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더군요.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자신만의 노래로 첫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말입니다. 시청자입장에서도 전설의 가수가 남긴 시대의 명곡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대단히 애석한 일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어제 중간평가 자리에선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의미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사회자 윤도현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루어진 형식이었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이뤄진 예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애석한 마음은 온전히 채워지지 못했습니다.

장혜진은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그리고 조관우는 '늪'을 열창했습니다. 이 두가수의 무대는 그야말로 관록의 무대였습니다. 눈물 한방울 없이, 찡그린 표정의 감정과잉없이도 충분히 눈물이 절로 머금어 지는 감성의 무대였지요.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부르면서도 듣는 이의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김범수가 말했듯 숨소리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던, 장혜진의 노래는 담담하게 불렀음에도 흐느낌이 묻어나는 절절한 음색이 단연 돋보이는 무대였지요. '2011년 나가수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라는 조용한 나래이션을 덧붙인 장혜진의 센스 덕분에 더욱 흐뭇했습니다.


여성의 음색보다 아름다운 고음이 인상적인 조관우의 '늪'은 십수년이 지난 오늘에 들어도 여전한 전율을 선사해줬습니다. 본인도 어쩌지 못해 헤어나올 수 없는 감정의 늪을 특유의 가성으로 극대화 시킨 노래인데요, 조관우는 도입부의 나래이션까지 한마디 한마디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신비로운 마력의 가성은 '시절의 감동'을 일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두 명곡을 접하는 동료가수들의 얼굴에는 '맞다. 바로 이 느낌'이라는 시절의 감동이 그대로 비춰졌지요.

두 전설이 보여준 각각의 노래는, 이들만의 개성이 담긴 대표곡들입니다. 똑같이 1994년에 발표된 이 두 곡은, 그만큼의 추억을 가진 이들에겐 세월의 향수를, 처음 듣는이에게는 전설의 증거를 보여주는 위대한 명곡이지요.
하지만 명곡은 감질나는 여운만을 남긴 채 짧게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기왕에 대표곡을 부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면 온전한 한 곡으로 보여줬으면 어떨까 싶었지요. 감성과 추억에 덥썩 빠트려놓고 허겁지겁 멈춰야 했던 감동의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게다가 왠지 동료가수들과 함께 편안한 자리에 왔다가 우발적으로 시작한 듯, 급작스레 시작된 노래였기에, 과연 두 전설은 자신의 가수인생이 담긴 최고의 노래에 걸맞게 스스로를 온전히 노래에 잠길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분명 관록이 묻어나는 무대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이상의 감동을 보여줄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은 느낌말입니다.

그리고 노래는 짧은 부분만 편집되어 방송에 노출되었지요. 노래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기에 노래를 듣다말고 끝나버리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조관우는 '멈출수가 없었어...'라고 노래했지만, 시청자들은 감동을 멈춰야만 했습니다.
최고의 노래가 아쉬운 방송편집에 상처를 입은 기분마저 들더군요. 전설적인 가수들이 온전히 노래의 깊이 빠져들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제대로된 방송 노출이 퍽 아쉬웠습니다. 노래가 편집됐을때 우리네 추억과 감성도 편집당한 기분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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