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3.01.08 07:00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킴(김명민)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드라마, '경성의 아침'은 시청률 30%를 훌쩍 넘겼지만, 드라마의 제왕은 방송 내내 두자리수 시청률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초라한 성적표는 우리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을 증거하는 듯합니다. 사실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의 모든 부조리를 담아냈습니다. 방송 편성을 둘러싼 부조리, 표절시비, 톱스타의 알력, 생방촬영, 과도한 PPL.. 심지어 방송국 내부의 파벌 문제까지 별별 갈등이 숨가쁘게 전개되었지요. 그래서 무난하고 달달한 이야기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준 방송국의 용기와 연기본좌 김명민의 압도적인 연기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특히 최종회에서조차 생의 실낱같은 희망 대신 '드라마'에 마지막을 거는 앤서니의 선택은, 이 모진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본 애청자들의 원성을 살 만했습니다.

 

그래도 앤서니의 마지막은 드라마에 대한 투쟁이 아닌 드라마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됐고, 드라마를 더불어 누리고 싶은 사람을 만난 순간 실명을 맞게 된 앤서니의 운명이 퍽 가혹하지만 그가 얻은 소박한 기적은 한번 곱씹어볼만 합니다.

 

만약 마지막 순간, 그가 기적적으로 실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면 오히려 허무했을 것입니다. 대신 그는 어머니의 숙명처럼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그 숙명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라디오 드라마를 당당하게 만들고 있었지요. 자신의 상황에 입각해서 소망을 품는 남자는 결코 삶의 패자가 아닐 것입니다. 시커먼 맹인 안경을 멋들어지게 쓰며 '폼 나잖아~' 하며 웃을 수 있는 남자는 넉넉하게 자신의 연인도 감싸줬지요.

 

 

극중 한국 드라마의 절대 강자, 제국 엔터테인먼트는 샐러리맨의 함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제국 엔터테인먼트 대표 시절의 앤서니는 자신이 이 회사를 키워냈고, 자신만이 진정 드라마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는 회사의 진짜 주주로부터 단번에 쫓겨났고, 자신의 자리는 자신이 머슴처럼 부리던 후배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앤서니에게 갖은 모욕을 겪었던 그의 후배 역시 앤서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지요. 결국 그 후배 역시 자신이 머슴처럼 부리던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납니다. 자신도 결국 선배처럼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그 자리에서 온갖 충만한 존재감을 누리며 선배와 똑같이 살아가는 모습은 삶의 함정입니다.

 

 

그러한 함정에서 끝내 벗어난 것이 앤서니의 소박한 기적입니다. 이제 그는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습니다. 화려한 슈트와 세련된 패션이 어울리는 앤서니 킴은 그 간지 나는 모습 그대로지만, 그의 내면에는 욕망 대신 소망이, 승부욕 대신 사랑이 자리하고 있지요. 바로 그렇기에 이고은은 여전히 그에게 의지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