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3. 1. 28. 07:00

 

 

결국 드라마 청담동앨리스는 자신의 땀방울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독하지 않았다.
88만원세대를 대변하는 한세경(문근영)이 굴지의 재벌가 아들 차승조(박시후)와 손잡고 청담동에 들어갔지만, 한세경은 청담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꿈을 꾼다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결말처럼 그녀 역시 현실과 꿈 중간에서 자기 자신을 끝내 지켜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환상을 소비한다. 드라마의 소재로 흔히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그래서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자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해피엔딩을 맺는 줄거리에 잠시잠깐 황홀한 마음의 위안을 얻지만 이내 눈 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환상인 걸 알기에 즐길 수 있다.

 

 

헌데 청담동 앨리스는 이러한 편안한 이야기를 거부했다. 신데렐라는 마법으로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해서 왕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지만, 한세경은 차승조로 하여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녀는 처음엔 차승조 자체가 좋았지만, 차승조의 정체를 알게 되자 이 행운을 잡기 위해 스스로 연기해야 했던 자신의 마음조차 기어이 내보였다.

 

 

이런 한세경을 받아들이기 위해 차승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너머의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했다. 된장녀를 혐오하고 된장녀의 심리를 이용해서 성공했던 경영자이자, 사랑도 비지니스라는 말에 신경질적인 혐오감을 가졌던 차승조는 이제 사랑은 총체적인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관에 묶여 환상 속을 살았던 차승조는 이제 다른 사람과 시선을 공유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래서 돈때문에 사랑한 건지 그냥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돈도 많은 건지, [진심]이었는지 [이용]한 거였는지를 구분하지 않고 예전의 한세경과 변화한 한세경을 따지지 않고, 눈 앞의 여인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에 보여준 서윤주(소이현)의 미소다.

청담동 안주인의 자리를 스스로 걷어차고 나온 서윤주는 결코 자기기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은 편해보인다'는 타미홍의 말에 '철없는 소리한다'고 면박주며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그때 내가 미쳤나보다고 아쉬운 소리를 하지만 그 얼굴엔 생동감이 넘쳤다. 청담동에서 늘 초조한 얼굴을 했던 그녀는 작금의 현실을 타인 앞에서 기꺼이 냉소하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여유있는 삶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수수한 옷차림과 생업에 쫓기는 현장이 차승조와 타미홍에게 노출되었을때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세경은 차승조의 손을 잡고 동화속 나라로 걸어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반쯤 눈을 감고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반만 믿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청담동 자체가 허상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보낸다. '달그락 거리는 찻잔 소리는 양의 목에 매달린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로 바뀔테고...'


그렇게 다시 눈을 뜨면 모든 게 현실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환상을 소비하는 이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결말을 맡겼다. 환상을 어떻게 소비하건 그건 소비자의 마음이기때문이다.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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