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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허정무감독에 대한 작은 변명



허정무 감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 전략, 전술이 없다.
 
- 선수기용도 생각이 짧은 거 같다.
 
- 후반들어 선수들이 지쳤을때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다 끝날때야 한다.
   (선수교체를 단지 시간끌기용으로만 활용하는가)
 
- 도무지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안보이고 선수들의 기량으로 알아서 16강 올라간거 같다.
 
- 경기결과에서 대해 특정선수의 부진을 이야기한다.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부끄럽다.
 
등등의 말들이 들린다.
 
자, 이제 허정무 감독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2006 월드컵에서의 좌절이후 2007년 12월에 취임한, 오랜만의 국내파 감독이다.
그가 통솔해야 할 선수는 박지성, 이영표 선수 등이다. 감독보다 더 이름값 높고 유명한 선수다.
이들은 명성만 높은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도 해박하고 뛰어나다. 또 선수들간 유대도 매우 깊다.
여기에 더해, 선수들은 물론 대부분의 팬들이 믿고 의지하는 대상 역시 허감독이 아니라 박지성 선수다.
이런 상황에서 허감독이, 이래라 저래라 자신의 뜻대로 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리스전 직후 일부언론에선 허정무 감독의 자율적인 리더쉽을 칭송했었는데, 자율적인 리더쉽은 허감독의 선택이 아닌 필연일뿐이다.
  
박지성 선수나 이영표 선수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선수한테는만 리더쉽을 발휘할수는 없다.
즉 허감독의 선수단 장악은 가능한 일이 아니며,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것이 최선이며, 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한국축구는 감독의 철저한 조직 장악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한 조직력을 무기로 삼아왔다.
감독은 경기전 선수단을 세워놓고, 정신무장을 운운해왔던 것이 전통이였고,
국내 축구환경상 인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국내파 감독은 선수 인선에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발휘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선수들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경기중에도 서로간의 활발한 소통을 펼치며 능동적인 플레이를 펼칠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이청용선수처럼 게임을 즐기는 선수까지 등장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코칭스태프를 배제한채 선수들만의 전략토론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 글은 허감독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변명일 뿐이다.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술과 전략을 적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경기 중의 선수 교체 역시 쉽지가 않을 수 있다.
스스로가 인지했듯 본인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은 경기결과에 대해 느껴지는 책임감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과는 다를 수 있다.
눈치밥은 스스로 먹는 법이다.
 
이렇게 보면 이 글이 허감독을 오히려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점 부인하지 않겠다.
 
그래서 짧게 덧붙이고 싶다.

감독보다 명망있고,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선수단을 통솔해야 하는 감독,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스타군단으로 이뤄진 포루투갈이나 브라질 감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경기 후 특정 선수의 부진을 운운하는 모습만큼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스스로의 입지를 오히려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16강전에서는 대인배기질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재량을 한껏 펼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도와주는 친형과 같은 모습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