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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무한도전, 지켜지지 않은 대국민약속?




무한도전 뉴욕광고 특집,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그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큰 결실을 맺었지요. 광고 아이디어 회의부터, 그 아이디어가 한 편의 광고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실제로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드러낸 광고장면까지...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어떤 미션이든, 작고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점차 틀을 갖추고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던 방송이지요. 그동안 무한도전은 이렇듯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예능의 역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내뱉은 말 한마디, 단어 하나조차도 아이디어가 되고 하나의 미션이 되는 경우들이 왕왕 있어 왔는데요, 일례로 지난 주 시작부분에 나왔던 박명수씨의 첫키스 상대 찾기는 일곱개의 시선특집에서 나왔던 하하의 아이디어 무도판 TV는 사랑을 싣고에 대한 준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어제 방송에서 '내년에 수능 한번 볼까'하는 박명수씨의 말에서 진짜 수능준비 하는거 아냐 하는 기대를 하게 할 정도로 그간 작은 아이디어 하나 버리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PD와 출연자간의 양방향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방송이지요.


이러한 양방향 소통은 프로그램과 시청자들간에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일례가 어제 방송된 <소세지 빵점>과 <문익점>간 애드립 대결을 대국민 투표에 부친 것이지요. 방송에서 잠깐 나온 애드립들이 실제로 일어나 시청자들을 찾아간 경우가 여럿 있어왔지요.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시청자들에게 진짜로 선물을 배송한다든지, 품절남특집에서 실제로 구매한 시청자와 만나 실제로 만나 식사를 한다든가.. 이렇게 시청자를 단순히 TV를 시청하는 수용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변화시키며 독특한 예능방식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소세지 빵점 VS 문익점 그 대결의 시작은?

일곱개의 시선 특집에서 무도멤버들은 앞으로의 미션들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었지요. 그리고 멤버들간에 아이디어 심사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진지하게 매겨지던 점수들이 점차 십점 만점에 1점 또는 쩜오가 되면서 깨알같은 웃음을 주었었죠. 어떻게 하면 더 웃긴 점수를 줄까 고민하던 와중에, 정준하는 소세지빵점을 박명수씨는 문익점을 주겠다는 애드립을 쳤고, 서로 더 재밌다고 설왕설래가 오가다 대국민투표에 맡기기로 했었지요. 사실, 멤버간 아이디어 심사방송은 당시 케이블계에서 이슈를 모으고 있던 슈퍼스타K의 패러디였었죠. 멤버들도 <슈스케2>의 심사위원들의 유행어인 '제 점수는요~'를 사용해가며 분위기를 돋웠고, 마지막에는 '저희도 60초후 공개해보렵니다.' 문구까지 자막으로 넣어가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 패러디 중 가장 백미가 바로 대국민투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민참여를 통해서 방송과 참가자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과 기대를 높였던 '슈퍼스타K'의 모습을 차용해서 말입니다. 늘 무도팬들에게는 소통의 장이었던 무도게시판은 이 재미난 대국민투표 때문에 한 때 방송사 게시판이 마비가 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혹자는 비난때문에 게시판이 마비되었다고 잘못된 기사를 올리기도 했었죠.)



 투표에 대한 약속

약 7만여명이 참가한 투표 결과, 승리는 정준하씨의 '소세지빵점'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이긴 사람보다 진 박명수씨가 더 기뻐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는데요, 바로, 이들이 내걸었던 공약 때문이었지요. 당시 대국민투표를 시작하며, 박명수는 문익점의 목화씨와 연관하여 솜이불 5채를 추첨선물로 걸었고, 정준하는 소세지빵점 300개와 우유300개를 걸었습니다. 공약대로라면 투표하신 분들 중 300명을 추첨하여 직접 전달해드리겠다고 하였었지요. 아마도, 투표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작은 관심에서 재미로 참여하신 분들도 계시겠고, 정말 나에게도 무도멤버가 와서 전달해주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고 참여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아마도 품절남 특집에서 우승한 유재석, 그리고 그에게 투표했던 분 중 한 분을 뽑아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던 과거 때문에 멋진 추억을 기대하셨던 분들도 제법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실제로 대국민투표 방송에서는 다음주에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아시안 게임등 불가항력한 사정으로 결국 방송된지 한달이상 지난 어제 방송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약 수행은 수능일은 11월 18일에 이루어졌지요. 공약책임자인 정준하씨의 "깜짝공격"이라는 기획하에 멤버들이 직접 만든 소세지빵으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찾아가 전달해주게 되었습니다. 우왕좌왕 시간에 못맞출까 염려될 정도로 헐레벌떡 실행된 작은 미션이었지만, 그런 긴박성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던 장면이 됐습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찾아간다고 했을 때, 조금 감동되더군요. 힘들었던 입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며 누구나 시험을 마친 직후의 느낌이 어떤지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저도 수능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던 때가 떠오르더군요. 이 땅에서 대학이라는 간판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자신이 오랜동안 공부해 온 모든 것에 대한 결과가 이 시험 하나로 결정되는, 그야말로 인생의 커다란 관문 중 하나입니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지금까지 자기가 노력해왔던 그 길의 끝에 섰을 땐, 속시원하고 후련한만큼 그 허탈함과 공허함이 공존하게 마련이죠. 수능을 치르고 교문을 나서면서도 저는 기쁜 마음 보다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탈한 마음이 컸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감정일 법한데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잠 못자고,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오로지 한 목표를 향해 걸어온 것에 대해 작으나마 위로를 건네고, 뜻밖의 웃음을 선사할 수 있었던 그들만의 작은 이벤트가 그래서 의미있었고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저는 앞서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언급하며 시청자와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처음의 취지대로 추첨에 참여했던 시청자들에게 선물이 돌아가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인 것이 사실입니다. 추첨해서 직접 배달해드리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렇기에 무한도전 게시판에도 황당하다, 기분 나쁘다는 의견과 좋은 취지이니 이해해주자는 의견이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제작진의 좋은 취지와 의미가 '저버린 약속'때문에 빛을 바랜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좋은 취지임은 인정하지만, 방송 말미에 자막으로나마 약속과 달리 다른 선택을 한 점에 대한 양해의 뜻을 전달했다면, 투표에 참여했던 분들도 워낙 취지가 좋았기에 충분히 이해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혹시 다음 토요일에라도 그런 자막을 볼 수 있다면, 무한도전이 지켜온 소통의 전통은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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