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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 라임은 왜 주원에게 소극적일까


                         라임은 왜 소극적일까

벌써 시크릿가든이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영혼체인지 이후엔 좀 더 진전된 관계를 기대했었는데요, 아직도 여전히 두사람의 관계는 겉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두 사람의 배경만큼이나 이들의 생각과 표현방식은 너무 다른데요, 이러한 차이점을 따져 봤습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주원

오스카의 스캔들을 차단하고자 영화촬영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스턴트대역배우 라임. 처음 만난 이후 주원은 알수 없는 라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요. 처음 본 라임을 위해 자신의 폐소공포증을 감수하며 스포츠카의 뚜껑까지 덮어주겠다며 호의를 보였습니다. 주원의 말대로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 때문이라 둘러댔지만 말입니다. 그리곤 '화내니까 더 이쁘다','그쪽 때문에 내가 미친 놈 같다' 대놓고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사람이 내겐 김태희고 전도연이다'며 설레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숱한 화제를 모았던 '윗몸일으키기'를 통해 라임에게 얼굴 들이밀기신공을 펼치기도 했고요. 이렇듯 주원은 늘 표현하는 쪽이었는데요, 영혼체인지 후에는 좀더 진지한 표현이 늘어납니다.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주원이 된)라임이 극단적인 모욕을 받자, '처음으로 영혼 바뀐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세금으로 살았다는 라임의 말에 '더 낼 걸 그랬다. 그쪽을 내가 키우는 줄 알았으면'이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합니다. '나 이상형 바뀐지 오래거든. 미스코리아 못나가는 여자로..'라는 말은 거의 고백수준이라고 할수도 있겠지요.


급기야 10회에선 라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감정이 흐르는대로 더욱 노골적으로 라임을 상대하기에 이릅니다. 비록 3개월이면 흩어져버릴 감정이라고 치부했지만 말입니다. 뜬금없이 찾아와 영혼체인지 동안의 상황을 빌미로 마구 딴지를 걸지요. 밋밋해진 복근을 살려내라..내 몸에 뭘 먹였기에 변비가 된거냐, 심지어 백화점 주식 떨어졌다는 말까지.. 라임을 만나기 위한 극악의 쩨쩨한 로맨스를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심금을 '웃기고 있는' 주원이지만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는 숱한 연애고수들의 가르침을 잘 받들고 있는 듯합니다.


표현에 소극적인 라임 

이렇듯 화끈하게 진도를 빼고 있는 주원과 달리, 라임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뿐입니다. 한사람이 밀어붙이면 상대는 살짝 밀리게 되는게 인지상정인가요. 분명 라임도 주원의 관심이 싫지 않습니다. 그와의 만남을 앞두고 평소 안하던 스카프 코디도 했었고, 나중엔 주원을 의식해서 이쁜 가방을 갖고 싶어하기도 했지요. 또 말 잘하는 주원이 했던 표현을 잘 기억해뒀다가 적재적소에 멋지게 되받아치기도 합니다. 액션스쿨 동료에 대한 라임의 처우와 비교해서 왜 나만 차별하냐는 주원에게 '불평등과 차별이 그쪽사람들의 순리고 상식이라며?'를 말하며 예전 백화점 VVIP의 의미를 역설했던 주원의 말문을 닫게 만들기도 하는등 라임은, 주원이 했던 가벼운 말조차 흘려듣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 자존심 강한 라임이기에 처음엔 주원의 어머니 앞에서도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 저랑 놀 주제 못 됩니다'라며 기죽지 않고 당당했으나, 10회에서는 어머니 앞에서 잔뜩 수그리며 굴욕을 기꺼이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초반과 달리 '남자친구의 어머니'로서 상대하는 듯한 인상마저 줬는데요, 더욱 결정적인 장면은, 주원의 서재에서 있던 책들을 주문해서 그의 생각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부분입니다. 이 때, 주문한 책들을 들여다 보는 라임의 표정엔 흐뭇한 마음이 가득했지요. 하지만 라임은 자신의 감정을 주원에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혼이 원상복귀한 직후에는 '이제 안보는게 서로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고, 심지어 인어공주를 빗대어 주원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습니다. 상대를 사랑했던 인어공주와 달리 자신은 자격이 없다고 했지요.


이렇듯 라임은 주원에게 표현하지 않고, 때론 헷갈리게 만드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주원을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주원이 안으면 수줍게 안기고, 주원이 키스하면 눈을 감았지요. 왜 라임은 이렇듯 소극적이기만 할까요. 자립심 강하고 씩씩한 라임이지만, 주원앞에만 가면 그냥 피동적인 여자일뿐이라는 게 충분한 설명이 될까요..


 진정한 교감의 조건

오스카는 라임을 두고 '끈떨어진 가방에 옷핀 꽂아 들고다니면서도 그게 우리같은 놈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계산도 못하는 순수한 부류'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라임은 더이상 옷핀 꽂은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록 피상적이지만 주원의 갈굼때문에 라임이 변한 사례지요. 만약 라임이 주원의 요구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변해간다면 궁극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주원이 매력을 느끼던 길라임일까요. 아니면 주원의 표현처럼 '열에 아홉인 흔한 여자'가 되지는 않을까요.
10회에서, 주원이 라임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핸드폰에 저장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어머 김주원씨, 제가 그쪽전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보고싶어 죽겠단 말이에요. 전 김주원씨의 영원한 캣우먼이 되겠어요. 호호호호.


잘나가는 주원에게는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여자는 그동안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게 진심이든 가식이든 말이지요. 즉 주원에겐 익숙한 여자입니다. 근데 라임에게 이런 익숙한 여자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순일 겁니다. 멀기에 끌리지만, 끌리게 되면 가까이 하고 싶겠지요.


두 사람이 만나 진정 교감한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만큼은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다른 한쪽에만 쏠렸을때, 나머지 한쪽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건 교감이 아닌 흡수가 되겠지요. 남는 게 없는 한쪽은 더 이상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인어공주가 거품이 되어 사라졌듯, 주원이 예상하는 운명은 이런 것일까요

애초에 주원이 길라임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흔한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어마어마한 배경을 지닌 자신의 눈치를 보며 가벼운 웃음을 흘리는 보통 여자가 아닌, 상대가 돈이 있던 없던 구애받지 않는 순수함과 당당함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겁니다. 바로 남의 눈치 안보고 자신의 열정과 꿈으로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라임이기에 가능했겠지요. 그런데 지금 주원이 라임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라임의 정체성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주원이 자신의 것은 전혀 포기할 의사가 없고 오직 라임의 변화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생명이란, 외부의 요구와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자신을 지켜야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그런데 외부의 요구가 위협적이면 생명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감추기도 하지요. 이 역시 생명의 본능입니다. 결국 상대가 진심으로 자신의 일부를 기꺼이 포기할 의사가 있을때, 즉 진정한 교감의 준비가 되어 있을때, 나머지 한쪽도 방어적인 자세를 버리고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한차례 영혼체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많은 이해의 기회를 갖을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영혼체인지가 이해의 계기가 되었을텐데요, 두번째 영혼체인지는 진정한 교감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10회에서 주원은, 3개월이면 '특별한 여자' 라임이 흔한 여자로 변해갈 것이라고 장담했지요. 그리고 라임은 여전히 방어적인 태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관심 있는 남자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지 못하는 것도 가혹한 일일텐데요.. 과연 라임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흔한 여자가 될지, 여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키게 될지 지켜볼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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