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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위대한탄생, 참가자를 보는 엇갈린 시선


심사에서 노래외적인 요소가 중요할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국오디션 합격자, 허지애의 본선진출포기 소식이 안타까웠는데요, 오디션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참가자들의 면면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걸출한 참가자가 눈에 띄지 않았던 어제 방송은 재미가 반감된 듯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악역을 자처하며 독설을 뿜었던 심사위원 방시혁의 부재 역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한 듯싶네요. 사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맛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중요한 요소일텐데요, 독설가 방시혁이 없으니 심사 분위기가 다소 밋밋했습니다.

 방시혁의 빈자리, 무엇이 변했나

어제의 태국 오디션편과 한국 오디션편에선 방시혁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부재로 인해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외양에 대한 지적이 사라졌다는 점이지요. 물론, 외모도 중요하고 자신의 이미지메이킹 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로 꼽히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참가자들에게 노래에 대한 잠재력 외에 완벽한 자기 관리나 이미지 메이킹을 주문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이자 부당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오랫동안 비주류에서 음악인의 길을 걸어온 김태원, 이은미인지라 주류에 어울릴 법한, 이미지에 대한 언급이 없더군요. 비만으로 보이기까지 했던 참가자 양정모씨가 예전에 외모때문에 노래를 부를 기회조차 박탈된 오디션으로 상처를 받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하자, 즉각 '그런 기획사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거론할 가치가 없다며 말이지요. 또하나 방시혁이 빈자리가 느껴졌던 건, 노래 한소절만에 불합격 버튼을 누르는 장면도 사라졌다는 거지요. 첫인상과 첫느낌에 휙휙 불합격 판정이 내려지던 이전과 달리 대체로 노래는 다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눈후 판정하는 분위기였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심사장면 두가지

10년간 밴드생활을 해왔다는 참가자 김우현씨, 개인적으로 그의 무대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음악에 청춘을 바친 그의 삶이, 선배 음악인을 움직였지요.이은미는 '실력때문이 아니라 이땅에서 음악을 하는 음악인을 응원하기 위해', 김태원은 '그룹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회를 주고 싶다'며 합격을 시켰지요. 방시혁이 외모로 차별을 했다면, 이 두 사람은 삶의 이력으로 차별을 한 셈입니다. 같은 길을 걸어온 후배에게 마음의 선물을 한 느낌이랄까요. 그러한 이력을 갖지 못한 다른 참가자 입장에서는 무대에서의 모습만으로 평가되기를 기대했을테고 이러한 평가에 부당함을 느꼈을 법한데요, 오디션 심사에서 무대 외적인 요소를 보는 것은 결국 가치판단의 문제입니다. 김윤아 역시 빠지지 않는 음악인인데요. 하지만 그녀는 무대의 모습만으로 평가했고 불합격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녀의 가치판단이지요. 개인적으로 전 김윤아의 심사를 지지합니다. 삶 자체를 이끈 절절한 음악인으로서 심사위원 자리에 앉은 김태원과 이은미보다는 그냥 심사위원으로서 임한 김윤아를 말이지요. 만약 김우현씨의 합격이, 실력이 아닌 음악인에 대한 격려차원이라면, 심정적으로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김우현씨의 태도도 인상적이더군요. 이미 서른을 넘긴 그는, 생계때문에 음악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뭔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지요. 그는 언변이 좋지도 않았고, 자신의 처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모습이 오히려 선배음악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어떤 의도를 담는 순간, 그것은 작위가 되어버립니다. '작위' 발동되면 상대방은 그것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때 진정성은 사라져버리고 말지요. 이미 불혹의 나이를 한참 넘긴 대선배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은, 그가 음악인으로서 계속 길을 가고 싶다는 진정성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겠지요. 바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작위하지 않은 그의 담담한 모습이 인상적인 이유입니다. 이은미가 지적했듯, 억지감정에 호소하는 '비브라토'가 없는 그의 노래엔 그런 자세 역시 들어났나 봅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론 그의 무대 자체는 별로 였습니다. 김윤아의 심사평처럼 보컬리스트로는 무리라고 생각하며, 저의 가치판단으로는 합격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심사장면은 정희주입니다. 이날 이은미 노래를 부른 사람 중 유일하게 합격한 참가자인데요, 중학생때 캐나다로 이민갔다가 가족과의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가수의 꿈을 위해 홀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호소력 있었던 그녀의 무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김태원과 김윤아의 감상평도 상당히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은미는 불합격 판정을 내리더군요. 그녀의 창법이 목에 무리가 간다며 콘서트나 녹음도 불가능하다고 했지요.


정희주 역시 음악에 모든걸 걸었고 실력도 괜찮아 보이는데, 김우현씨와는 다른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우현씨 역시 실력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은미였는데요, 결국 김태원과 김윤아의 합격판정 덕분에 무사히? 합격하긴 했지만 이은미의 심사가 자꾸 신경쓰이더라구요. 근데 어쩌면 이은미의 불합격 처리는, 정희주를 극적으로 분발시키기 위한 자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이은미는 바로 불합격 버튼을 누른게 아니라, 김태원과 김윤아의 호의적인 감상평을 듣고 합격될 분위기를 확인한 후에, 쓴소리를 하며 불합격을 통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점을 고치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담았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니 확인할 수는 없겠지요. 단지 이러한 추측의 근거는 후배를 대하는 이은미의 태도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밖에 없습니다.


삶의 궤적이 길어질수록 저마다의 삶에는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가 새겨집니다. 이러한 존재의 의미는 제각기 다른 수 밖에 없을텐데요. 우리는 이러한 '제각각의 가치'에서 자유로울수가 없겠지요. 음악인의 길을 걸어온 후배의 삶을 외면하지 못한 김태원과 이은미의 가치판단을 폄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 우리는 개인적인 인연때문에 차별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본질이 인연에 함몰되지요.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매이고 왜곡되어 '공정한 기회'의 존재자체가 의심스러운 현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공정하려면 게임의 규칙이 분명해야 합니다. 노래실력으로 선발하는 건지, 인간극장식의 스토리가 필요한 건지... 전 김윤아의 선택을 지지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가치판단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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