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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강호동, 강력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약한 모습



                 알고 보니 약한 남자?

올 연말 '2010년을 빛낸 코미디언ㆍ개그맨'을 물은 결과, 강호동이 43%의 지지를 받아 3년연속 1위를 차지했던 유재석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3년간의 기록에서 보듯, MC계의 1인자라 칭해지는 강호동과 유재석이지만 두사람의 캐릭터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유재석은 편안하고 남을 배려하는 이미지 덕분에 대중들의 호감을 아우르는 면이 있는 반면 강호동의 진행방식은 호불호가 갈리는 면이 있지요. 일전에 강심장에 출연했던 리지는 유재석과 강호동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유재석은, 내가 오빠라고 하면 표정까지 받으며 살려준다.
강호동은, 내가 잘하면 나같은 신인한테도 기회를 많이 주는데 못하면 가차없이 자른다.


강호동은, 가끔 게스트를 다그치는 모습을 비춰 논란이 일기도 했을 만큼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가 왕왕 있습니다. 게스트와의 일대일 토크쇼형식은 무릎팍도사에 나온 게스트들에게 다소 꺼내기 어려운 질문을 물어야 하는 컨셉에의 문제점도 있겠고, 다수의 게스트들의 토크대결 형식의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 컨셉도 그의 진행방식에 대한 호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1박2일, 무릎팍도사, 강심장 그리고 스타킹 까지 3삼방송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강호동씨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1인자이지요. 저 역시 개인적으로 권위주의를 싫어하고 부드러운 리더쉽을 선호하는 성향이다 보니 유재석에 대한 호감이 더 큰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1박2일의 자유여행편을 보며 강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메인MC이자 맏형입니다.  때로 은초딩 은지원이나 막내 이승기등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때문에 아우들이 힘을 못쓰는 모습을 보일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맏형이자 1인자입니다. 그런 그가, 자유여행을 떠나라는 나PD의 계획을 접하자 너무 당황해 하더군요. 다른 멤버들도 황당해했지만, 프로그램자체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한 1인자 강호동의 중압감에 비할바가 아니었지요. 평소에도 1박2일의 중간중간 무언가 '꺼리'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그였는데요, 스태프없이 멤버들만의 여행은 그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자유여행길, 가는 내내 평소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우연찮게 나온 이승기씨의 나피디 빙의연기에 화끈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 내린천을 지날 때는 분량확보를 위해 기꺼이 내려서 게임을 제안하고, 내기를 걸어 벌칙을 수행하는 등등 최선을 대했지요 그런데 목적지인 시골집에 도착해 여장 풀고 쉬면서도 쉬는 것 같지가 않더군요. 쩔쩔 끓는 온돌방 안의 나른함속에서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토크를 시도하며 계속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뭔가하기는 해야하는데 딱히 작가와 PD의 빈자리탓에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요. 강인한 인상을 주던 강호동에게 이런 수심 가득한 모습은 이채로웠습니다.


처음 자유여행 제안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강호동에게, 나피디는 슬쩍 다가가 정말 맘편히 쉬고 오라고 다독였었지요. 항상 출연자와 제작진이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서 나피디의 강호동에 대한 다독거림은, 강호동이 보여왔던 강력하면서도 고집스런 모습과는 다른, 익숙치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 강호동은 올 한해를 보낸 소회를 밝혔는데요, 자꾸 주저주저하며 수줍어하던 그는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들보다 더 큰 추억을 자신이 가졌다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더 큰 감사를 보냈습니다. 수년간 일요예능의 선두주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1박2일의 메인MC로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큰 은혜를 받았다며 스스로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자신의 작은 진성성을 알아달라'고 말했지만, 작은 진정성이 아닌 큰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디와 작가들이 없는 상황에서 클로징 멘트를 준비할때 역시 맏형으로서 어떤 멘트가 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동생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애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동안 그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강력하면서도 때로 막무가내같았던 모습도, 결국은 큰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1인자로서 연출된 모습일뿐 그 역시 약한 남자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진솔하고 솔직한 강호동의 재발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예전에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했던 김c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호동 진짜로 그러냐'고 묻는 백지연씨에게 김C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참 대단한게 강호동은 각자한테 캐릭터를 심어주는 사람이며 그런 캐릭터를 받아치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주는 존재'라며 'MC 강호동의 동네 나쁜 형 역할은 단지 캐릭터일 뿐 평소 사람들을 편안하게 이끌어주는데 천재'라고 추켜세웠지요. 강호동의 말에 가장 리액션이 없었던 김c의 말인지라 더욱 믿음이 가는 증언입니다. 야심만만을 오랫동안 함께 진행했던 김제동도 '너를 위해 나를 맘껏 이용해도 좋다'는 강호동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김C나 김제동의 말에서 깊은 호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 뜻을 실감하지는 못했었는데요, 이번의 자유여행을 통해 그동안 방송캐릭터 뒤에 숨겨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강호동은 이미 대한민국 대표MC로서 입지가 굳어진만큼 그의 캐릭터 역시 굳어진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캐릭터에는 방송을 위한 나름의 노력 못지 않게 인간적인 배려와 고뇌도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1박2일 자유여행편은, 연출자가 없는 연출이었기에 카메라 뒤의 진짜 모습을 접할 수 있었던 인상적인 방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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