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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 주원의 기억을 일깨운 분홍여사의 무리수




        
지난주 21살의 주원은 라임에게 저돌적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끝을 맺었는데요, 이번에 라임은 재치있게 이 순간을 넘겨버렸네요. '우리가 키스한 적이 있느냐'는 주원의 질문에, 라임은 언젠가 주원이 라임에 대한 사심을 견디고자 외웠던 주문을 되돌려줬지요. 그쪽이 나를 지켜줬듯이 나도 지금 그쪽을 지켜주는 거라고... 이미 21살의 주원마저 사랑하게 된 라임이지만, 온전한 기억과 사랑의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주원에게 반칙같은 키스는 허락할 수 없었나봅니다.


하지만 주원의 무의식은 이미 조금씩 기억의 파편들을 떠올리고 있었지요. 라임의 환한 미소에 설레는 마음을 견딜 수 없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액션스쿨 라커룸에서는, 언젠가 라임의 사물함을 들여봤을 법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또 온천에서는 둘이 처음 만났을때의 대화장면을 기억해내기도 합니다. 게다가 라임이 언뜻 이야기 해준 인어공주의 거품 이야기는 주원에게 미묘한 여운을 주지요.


이렇듯 조금씩 단편적으로나마 기억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어보였지요.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에 별 충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신기해 했던 21살 주원이었는데요, 비록 자신의 머리속에 각인 되어 있는 길라임이라는 이름 석자 때문에 혼란스럽긴 했지만, 기억회복에 대한 절실함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절실함을 준 사람은 의외로 주원엄마(분홍여사)였습니다.

라임과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한 분홍여사는 주원에게 전화하지요.
널 구해준 소방관있잖아, 사실은 순직하셨어, 그 양반한테 딸이 하나 있어. 그 아기가 바로 길라임이야, 지금 니 눈앞에 앉아있을꺼야, 니가 기억을 찾으면 알겠지만, 걔 자기 아버지 목숨을 빌미로 너한테 접근했어, 널 발목잡으려고 고인이 된 아버지까지 이용하고 니 죄책감 자극한 아이야, 엄만 지금이라도 니가 옳은 판단을 했으면 좋겠어.


문홍여사의 이말은 스스로에게도 큰 부담이 되었지요. 주원엄마 역시 스스로 바닥까지 치게 됐다며 푸념할 정도였지요. 망자를 능멸하는 것은 산 자에겐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하물며 그 망자가 매년 조문하고 있는 생명의 은인이라면 더욱 모진 마음이 필요했겠지요. 더구나 앞으로 기억을 회복해내야 할 주원의 미래에도 큰 혼동과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잔인한 말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모질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었던 분홍여사에게 통큰 허락을 살짝 기대하기도 했었는데요, 결국 어긋난 모정은 최악의 무리수로 이어진 셈입니다.

이 가혹한 말은 주원에게 큰 파문을 일으킵니다. 만약 엄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즉 라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파렴치한 기만에 의한 것이라면, 자의식 강한 그로서는 견딜 수 없는 모욕이 될테니까요. 이런 그의 심리를 반영하듯 그는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라임마저 불안감을 드러내지요. 라임은 서두르듯 말합니다. '내가 설명할께. 내가 다...' 그동안 주원의 기억상실 앞에서도 계속 차분한 모습을 보여왔던 라임이었는데요, 갑자기 불안해진 라임의 태도는 오히려 주원을 더욱 의심속으로 몰아갑니다. 이제 기억회복은 주원에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어버린거지요. '아니, 이건 내가 기억해내야 할 문제야, 그쪽이 날 철저히 속였고 또 속이려 한다면 난 또 속아주고 싶어질거 같거든' 주원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서지요.


주원은 자신의 서재에서 홀로 생각에 빠져듭니다.
이 서재라는 장소는 큰 의미가 있었던 곳이지요. 17회에서 라임은 주원엄마가 주원의 삶을 빼앗으려하자, 결국 주원을 포기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라임은 이 서재에 몰래 찾아와 주원에게 이별을 암시하는 메세지를 남겼었습니다.. 바로 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인어공주 이야기의 결말이 적힌 페이지였지요. 이러한 라임의 입장을 모른채 주원은, 변화버린 라임의 태도에 힘들어 했었습니다. 그리곤 사고로 라임을 떠나보낸 후에야, 뒤늦게 이곳 서재에서 그 메세지를 발견하게 되지요. 그때 주원은 라임의 입장과 마음을 단번에 확 깨닫게 됩니다. 여러 실마리를 가지고 조금 씩 알아가는 것이 아닌, 한순간에 진실 그 자체를 느끼게 해줬던 것이 바로 서재에 있던 그 한장의 인어공주 이야기였습니다. 주원을 영혼으로 오열하게 만들었던 한장짜리 페이지 말입니다.
바로 그곳에서, 바로 그 메세지를 접하고 모든 것을 깨달았던 그 순간처럼 주원은 또 다시 운명적인 진실을 맞이하게 됩니다. 잃었던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모조리 떠올라버린 거지요.


라임과 함께 했던 순간, 라임과 영혼체인지 된 자신, 라임을 위해 편지를 쓰고 자신의 삶을 포기했던 일... 등등 13년동안의 잃어버린 기억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 바로 주원의 무의식이 감춰왔던 사고 당시의 고통스런 기억까지 말입니다. 21살의 기억속에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라임의 얼굴은 사실은 장례식장에서 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속에서 자신을 구하고 돌아가신 라임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까지 기억해냅니다. 폐소공포증마저 극복한 것 같네요. 라임의 집 앞에 멈춰선 주원의 자동차에는 뚜껑이 닫혀있었으니까요. 그동안 추운날씨에 고생많았을텐데요, 이제야 자동차에서의 외풍은 종식됐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회복한 완벽한 남자로서 주원은 라임 앞에 섰지요. 하지만 아직 기억이 안돌아온 양 장난을 치는데,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라임에겐 상당히 모진 장난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신 주원은 그동안 한번도 직접적으로 들려주지 않았던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요. 더불어 '정말 사랑한다'는 라임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뒤늦게 전달해줍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 그녀가 얼마나 사랑 받는 아이인지를 라임에게 분명히 확인시켜주지요. 이제 두사람은 라임 아빠의 납골당을 방문합니다. 이 자리에서 주원은 라임아빠와의 약속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보여줍니다. 라임과의 미래를 다짐한 거지요.


이제 분홍여사의 무리수는 아들의 심판 받게 됩니다.
엄마 믿었는데 엄만 끝까지 나쁘셨어요. 엄마가 늘 옳진 않았지만 옳지 않은 순간에도 엄만 늘 자존심있고 멋지셨어요. 전 그런 엄말 사랑했구요 그런데 엄만 이번 일로 자존심도 잃고 저도 잃으셨어요 그래서 저 이제 엄마 아들로 안살려구요. 정말 죄송하지만 엄마아들로 34년 살았으니 이제 남은 생은 그 여자 남편으로 살겠습니다.


스스로 바닥을 친다는 느낌을 받아가며 내뱉었던 분홍여사의 거짓말은, 주원이 기억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에 불을 당겼으며, 주원과 라임의 사랑에 더욱 단단한 연결고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결국 주원엄마의 무리수는, 그토록 원치 않았던 두 사람의 결혼에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자살골이 되고 말았지요. 개인적으로 악역이 아니길 기원했던 분홍여사였는데, 알고보니 주원과 라임에게 사랑의 증거를 확인시켜주는 큐피트였었나 봅니다.

아영의 꿈에 대한 해석
이번편에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아영의 꿈이 등장했지요. 해피엔딩을 확신하는 제가 볼때 아영의 꿈은, 결국 2세 출산를 하는 분만실의 풍경으로 생각되네요. 아영의 꿈속에 나왔던 울고 있는 주원, 막 소리 지르는 라임... 출산의 고통을 호소하는 라임, 생명의 탄생을 보며 눈물 흘리는 주원, 아이아빠들 중에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군요.

이번회에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달달했던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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