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2011.01.12 07:00

 

 

 



지난주 주원과 라임, 이 두사람때문에 울다가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죽음마저 뛰어넘었던 이들의 사랑은 라임 아빠의 축복 속에서 현실로 되돌려졌습니다. 라임 아빠는 더 이상의 마법은 없다며 두사람에게 진짜 마법을 펼쳐보라고 하지요. 그런데 현실로 돌아온 주원이 기억상실증에 걸렸습니다. 기억상실증;; 로맨스소설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참 익숙한 증상인데요, 현실에선 구경조차 힘든 반면 유독 로맨스소설에선 너무 자주 만나게 되는게 이 기억상실증입니다. 그런데 시크릿가든에 등장한 기억상실증은 희안하게도 시청자의 심금을 달달하게 웃겨줍니다. 이 기억상실증에 대해 드라마 내외적으로 살펴보고 싶네요.


 드라마 구성에 있어 기억상실증


만약 기억상실증이 없었다면 어떤 분위기가 될지 상상해봤습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죽었다가 살아난 두 사람은 진정 서로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겠지요. 더 이상 서로를 밀어내거나 서로의 마음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끈적끈적한 닭살의 완성판만이 있겠지요. 16회에서 라임은 주원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지금 그쪽, 데이트신청 거절당한거잖아, 왜냐구? 하루 종일 신경쓰이라고..' 이런 달달한 대사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거지요. 살아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절실함 속에서 그냥 마구 마구 상대를 아껴주는 순애보적인 사랑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주원을 밀어내기만 했었던 라임은, 주원이 변해감에 따라 몇차례 마음을 열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마음을 열기 무섭게 고난이 찾아왔었습니다. 분홍여사가 라임의 부모를 모욕한 것때문에 라임은 아빠 이름을 걸고 '이 남자' 포기하기로 결심하기도 했었고, 분홍여사가 자신이 아닌 주원의 삶을 빼앗으려 하자, 자신이 차라리 인어공주처럼 거품이 되기로 결심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죽음을 넘어선 이들에겐 더 이상 이런 약발은 먹히지 않겠지요.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지고지순의 사랑만이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때 기억상실이라는 절대 변수가 등장한거지요. 글쎄 주원이 그토록 사랑하는 라임을 못 알아보는 겁니다. 게다가 근래들어 라임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한없이 깊어만 가던 주원의 눈빛이, 처음 까도남의 눈빛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원앓이를 일으켰던 바로 그 모습말입니다. (물론 21살 청년다운 미묘한 차이점이 현빈의 빼아난 연기력에서 구분되는 듯도 싶습니다) 이태리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은 그 츄리닝 속 김똘추의 귀환이지요. 자칫 신파조로 흘러버릴 위험에 처해있던 시크릿가든을 달달한 로맨틱 코메디로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겁니다. 그래서 전 이 기억상실증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사랑으로 깊어진 현빈의 눈빛도 좋지만, 전 까도남 현빈의 눈빛이 더 좋더라구요. 18회동안 열심히 지켜본 애청자로서 김똘츄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반가웠지요.


 두 사람의 사랑에 있어 기억상실증


우리네 사는 세상엔 반칙이 참 많습니다. 반칙을 보게 되면 허탈해지기 쉽지요. 여기 아주 잘나고 냉소적인 완벽남이 있습니다. 근데 이남자가 자신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지요. 하지만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여자를 사랑할 리는 없습니다. 그따위 감정은 석달이면 수명을 다하는 유치한 호르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이 남자는 진정 그 여자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 여자의 꿈을 알게되고 이를 함께 공유하면서 드디어 남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진정 인정할 수 있게 되지요. 그 냉소적인 남자가 전혀 다른 삶조차 끌어 안을 수 있었습니다. 내셔날지오그래피에 나올 듯한 집에 살고 있다는 여자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유와 이해의 과정, 다시 말해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이 단지 마법이나 기적에 의한것 뿐이라면 이건 반칙입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둘은 사랑하라...' 이런 이야기가 되고 말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사랑이 아닌 맞춤서비스를 받아 맺게 된 사랑이 아닐까 싶은 거지요.


그런데 마법을 끝내며 라임아빠는 말합니다. '이제 마법은 끝났어, 내가 부린 마법은 그저 처음만난 사람들의 악수같은거야, 그러니 이제 진짜 마법을 부려봐'  하지만 이미 궁극의 사랑을 완성해버린 두 사람에게라면 참 앞뒤 안맞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억상실증입니다.
이 남자는 이제 악수정도만 한 셈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문제군요. 그 여자는 제 상식을 뛰어넘어버렸습니다. 제가 아직 절대 사랑을 깨우치지 못한 탓인가봅니다.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은 잃을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안전할지 끝없이 확인하며 불안해지기 시작하지요. 깊은 사랑을 경험했다가 잃은 사람은 자신감마저 상실하기 쉽습니다. 또 다시 그러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두렵겠지요.


그런데, 기억만 상실한 것이 아닌 사랑마저 상실한 남자를 보고서도, 라임은 불안해 하지 않습니다. 그냥 병원으로 돌아와서 밥만 잘먹습니다. 그러고 병원으로 찾아온 21살 속 청년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지요. 두려움따위 전혀 없이 말입니다. 상대가 사랑을 되돌릴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하지요. 그래서 주원엄마 앞에서도 진정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너 기억도 못한다'면서 '차라리 잃어버린 기억 안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주원엄마의 말에 '근데 두려우시죠, 공부하고 습득해서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저란 여잘 기억해 낼까봐'라고 말하는 라임의 눈빛은 평온할 뿐입니다. 라임에겐 주원의 기억이 돌아올지 여부를 떠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한 것이겠지요. 한 가지 더 부연한다면 34살 완벽한 주원에게 부족한 한가지는 폐소공포증이겠지요. 그동안 라임을 만나면서 그 증세가 많이 호전됐었지요. 이제 라임과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는 주원인데요, 사랑의 완성을 앞두고 폐소공포증의 극복은 보너스가 될 수 있을까요. 기억상실증은 불완전한 자신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절대사랑을 깨우쳐주는 라임과 김똘추로 컴백한 주원, 이들의 이야기가 끝날 수 없는 이유는 기억상실증 덕분입니다. 이제 엔딩까지 얼마 안남았군요. 그동안 이 두 남녀때문에 눈물도 많이 흘렸는데, 이젠 실컷 웃을 일만 남았으면 좋겠네요. 아마도 확실히 그럴 것입니다. 하하핫;;;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