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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윤도현, 잊혀진 '압도적' 1위의 영광



                       잊혀진 1위의 영광

지난주,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재도전 논란으로 인터넷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어제는 담당 PD가 사과에 나섰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할 뿐입니다. 제작진과 김건모, 이소라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지요. 반면 나가수를 통해서 주목받게 된 가수가 있다면 단연 박정현입니다. 그녀는 첫방송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했었는데요, 이 후 그녀가 불렀던 '꿈에'의 동영상과 음원이 인터넷을 강타하더니, 그녀의 다른 노래들까지 계속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명 귀요미라는 별명으로 일부에선 팬덤 형성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요. 데뷔한지 십년이 넘은 가수임에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그녀가, 나가수 덕분에 '재발견'된 셈입니다. 1위 효과가 쏠쏠했지요. 그리고 본격 시작된 '경연', 탈락자를 염두해 둔 이 본격 미션을 앞두고 참가가수들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결국 이 최초의 1위는 윤도현(YB밴드)에게 돌아갔지요. 윤도현 역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나, 그의 영광은 재도전 논란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초, 나가수에 섭외 제안을 받은 윤도현은, 이걸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쟁쟁한 가수들이 출연할텐데, 대중성과는 동떨어진 록을 기반으로 한 YB밴드가 그들의 상대가 되겠느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요. 이런 그의 출연 결정에는 인디밴드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잊혀진 록의 저변 확대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은 첫방송의 선곡에서도 드러났지요. 자신의 대표곡을 선보였던 첫 방송에서, 윤도현은 생소한 곡 'It burns' 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나중에 선곡과 관련된 남다른 고민을 털어놓았지요. '여기 나오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은 대부분 발라드를 부르실텐데, 저도 발라드를 하면 아무 차별성도 없을 것이다'라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1등하고 싶지만 자신의 색깔에 맞는 록으로 가고 싶었다며 말이지요. 공연을 앞두고 '요즘 누가 록을 좋아하냐'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윤도현이지만 막상 무대에선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40-50대 아저씨, 아줌마들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게 만드는 역동적인 무대였지요. 무대에서 그가 선언했던 로큰은, 오늘의 우리 가요계에도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본격 '경연'을 앞두고 윤도현에게 배정된 노래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이었습니다. 거칠고 우렁찬 목소리의 윤도현은 맑고 산뜻한 음색의 이선희 노래에 큰 부담을 느끼는 듯 시종일관 당황스럽고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매니저 김제동은, 선곡이후 윤도현이 옆에서 계속 '나항상 그대를'을 중얼거리고 있다며 그의 부담감을 지적했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음악실로 돌아온 윤도현은 편곡과 무대편성에 고심을 거듭하지요.

결국 깊은 고뇌와 철저한 준비속에서 얼개를 짠 그는, 파워풀한 피아노 연주와 록적으로 해석한 YB밴드만의 강렬한 '나항상 그대를'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된 전주, 부드럽게 이어진 피아노 선율 그리고 조용히 시작된 윤도현의 노래는 간주를 고비로 다이나믹하게 급변했습니다. 유럽에서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유니를 초대하여 분위기를 돋우웠고 터프하고 힘이 넘치는 그의 목소리와 마지막을 장식한 멋진 지휘 퍼포먼스까지... 관중을 압도한 무대를 완성했지요. 윤도현 본인은 일부 실수가 있었다며 겸손해 했지만, 그의 무대를 지켜본 관중들은 그의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무대매너에 압도적인 1위를 선사해주었지요.

그런데 이런 멋진 무대 못지 않게 윤도현의 인격적 매력도 돋보였습니다. 당시 경연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했는데요, 첫방송에서 1~3번째로 무대에 나섰던 가수가 5~7위를 했을 정도로 무대순서는 상당히 신경쓰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참가가수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추첨에 응했었지요. 막판에 김건모의 매니저 지상렬과 윤도현의 매니저 김제동은 추첨볼을 놓고 서로 바꿀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윤도현은 바꾸지 말자고 했으나 결국 김제동이 바꿨습니다. 결과는 윤도현 1번, 김건모 5번이었지요. 자신이 바꾼 추첨볼에서 1번이 나오자 김제동은 상당히 당혹해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진심 패닉상태였지요. 하지만 윤도현은 상관없다며 전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인터뷰에선 당혹스러움을 표현했지만 말입니다. 무대를 앞두고 예민해지고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쿨하게 현실을 맞이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더군요. 그렇게 그는 1번으로 공연을 했고 지극히 윤도현스러운 모습으로 1위를 해냈습니다. 이런 그의 넉넉한 인품과 함께 일궈낸 결과이기에 그 1위가 더욱 빛나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1위는 재도전 논란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첫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인기가 수직상승하며 각종 게시판과 음원싸이트를 뜨겁게 달구던 박정현과는 대비가 됐지요. 1위 발표현장에서 제대로 축하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1위가 죄송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이틀전 윤도현은,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는데요, 당시에도 기자들의 관심에서 그의 1위는 묻혀버렸고, 김건모의 재도전에 대한 입장만을 질문받았습니다. 새로운 해석과 철저한 준비로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도 마땅한 그의 노력과 고뇌가 이렇게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윤도현은 담담한 모습이었습니다. 록밴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록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에게 어필하여 '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중성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멋지게 떨쳐냈지요.
잘 팔리는 노래, 인기있는 장르가 아닌 자신의 노래, 자신의 색깔로 정면 승부를 벌여 기어이 1위를 쟁취한 윤도현, 그에게 마땅히 향해져야 할 갈채가 예기치 못한 사고탓으로 묻혀버렸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인디밴드들의 멋진 선배이며 기꺼이 '나는 가수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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