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1.03.31 07:25




                     걸그룹 보다 매력적인

단 4회 방영만으로 어마어마한 큰 이슈를 몰고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특히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이는 단연 박정현이겠지요. 그녀는 데뷔 10년을 넘긴 중견가수임에도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나가수의 첫방송에서 인상적인 무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이후, 30대 아이유라고까지 불리우며 수많은 열혈팬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다른 노래들까지 관심을 끌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지요.

그녀를 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키작은 여가수의 파워풀한 가창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14년전 데뷔 당시 우리 가요계에 있어 팝발라드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그 실력만큼 명성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곤 오랜 세월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인지라, 그녀를 생소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나가수의 첫방송에서 '꿈에'를 열창하면서 단숨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노래를 가지고 노는 듯 즐기는 듯 부르는 그녀를 보면 천상 가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가수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하는 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그녀는, 무대에 서기까지 가수들이 노래에 대해 갖는 치열한 고민, 깊이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 등을 꾸미지 않고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고스란히 담은 산물인 '무대'를 멋지게 선보여주었지요. 특히 지난 2번째 경연 무대에서 그녀가 부른  김건모의 '첫인상'이 압권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기 앞서 그녀는 원곡가수인 김건모를 찾아가 노래에 대한 조언을 들었었는데요, 김건모가 조언해준대로 소화했다면 '그냥 김건모'가 되어야 했겠지요.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대로 새로운 해석을 위해 고민했습니다. 중간평가때는 흑인음악 풍의 잔잔하고 우수에 젖은 듯한 분위기를 선보이더니 최종무대에서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라틴음악을 펼쳐보였습니다. 라틴음악으로 편곡한 후 박정현은 '과연 사람들이 라틴음악을 좋아할까,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자 그녀는 노래 그 자체가 되었지요. 잔잔한 도입부를 지나 'Vamos'라는 힘찬 구호로 시작된 노래의 절정은 라틴의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빠른 템포와 함께 박정현의 몸놀림도 빠르고 경쾌해졌지요. 무대를 빙글 빙글 돌며 희열에 젖은 모습은, 보는 이마저 노래의 흥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박정현의 춤은 어찌보면 참 어설펐습니다. 박자와 딱딱 맞아 떨어지지도 않았고, 훌륭한 스텝이나 동작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지요. 어깨를 덩실덩실 움직이는 동작이나 마이크를 빙글 도는 모습, 왼손을 추켜세우는 모습...모두 오랜 연습이나 짜맞춘 듯한 안무가 아니었지요. 박정현 자신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가보자 했는데 너무 즐기게 됐어요'라고 말했었지요. 말그대로 그녀는 무대를 즐겼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요즘 걸그룹들의 무대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대개의 아이돌은 노래 연습보다 춤 연습을 휠씬 더 많이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걸그룹의 무대는 최고로 시선을 끄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도발적이거나 화려한 의상과 때로 선정적으로 보이는 안무를 갖추고 무대에 오르지요. 어느 한부분 틀리지 않게 딱딱 들어맞는 화려한 퍼포먼스, 다가오는 카메라를 향한 예쁜 표정까지...그야말로 무대에 서기위해 특화된 상품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느 노래에선 어디에 서야하고, 얼마나 뛰어올라야 하며, 손동작은 이렇게...정말 피나는 노력 끝에 정확히 연습한 대로의 안무가 구현되지요. 그런 면에서 프로답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익숙해지다보니 쉽게 식상해지기도 합니다. 항상 비슷한 컨셉의 안무와 똑같은 표정, 익숙한 옷차림에서 말입니다. 꽉 짜여진 기성복같은 느낌을 주지요. 그런데 김건모의 첫인상을 열창하는 박정현에게서는 꾸미지 않은 '날 것'이 느껴졌습니다.


라틴음악의 스텝정도만 숙지한 채 그냥 느끼는대로 움직이는 자연스러움이라고나 할까요. 말그대로 음악에 몸을 맡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박자와 안 맞는 듯 어설프게 올라간 손동작, 불안해보이는 스텝 하나하나가 오히려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볼거리로 음악을 즐긴게 아니라, 노래에 취해 춤마저도 하나가 되버린 듯 했습니다. 마지막에 관객을 고혹적으로 바라보는 눈매나 손동작은 연습이 아닌 정말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을 보는 환희를 느끼게 해 줄정도로 말이지요. 라틴풍의 생소한 정서가 온전히 표현되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지만, 노래를 하면서는 서바이벌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독콘서트하고 있는 것 같았다는 그녀는, 진정 무대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무대를 바라보는 동료가수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모니터에 빨려들듯 바라보는 윤도현과 대박을 외치는 김범수, 그리고 원곡자로서 흐뭇한 미소를 띄웠던 김건모까지 이들 역시 노래가 주는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는 모습이었지요. 관객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곡가 김형석, 고등학생 청중, 아저씨 관객 모두 만연한 미소로 어깨를 절로 들썩였었지요. 비록 화려하고 어려운 안무도 아니었고 잘 짜맞추어진 춤도 아니었지만, 노래의 감성 아래 정열을 끌어올린 그녀의 무대에, 관객 역시 절로 춤추게 만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피나는 반복 훈련으로 갖춘 안무가 아닌 노래와 소통하며 무대에서 자연스런 발산된 열정 자체에 끌리는 것이지요. 그녀의 무대가 걸그룹보다 매력적이었던 이유입니다. 


동료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박정현의 표정을 보면 정말 노래와 무대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김범수가 1위를 했을때 진정 기뻐하는 모습 역시 빼어난 노래에 바친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음악과 무대에 대한 사랑, 그녀의 매력적인 무대에 바쳐진 근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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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