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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위대한탄생, 탈락한 박원미의 눈물이 불편했던 이유



                      

이은미 멘토스쿨에서 뛰어난 리듬감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박원미였는데요, 그녀는 패자부활전에서 공동2위를 했다가 결국 탈락했습니다. 2명만이 부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조형우와 동점을 이뤘으나 마지막에 멘토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탈락했기에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지요. 무대에서 보여준 눈물로 독설가 방시혁의 마음을 빼앗아 그에게서 최고점수 9.5점을 받으며 선전했으나, 바로 그 눈물이 오히려 최종선택에서는 악재로 작용한 셈입니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선곡한 박원미는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꼭 감은 눈과 떨리는 손으로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울먹이더니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노래를 이어가 좌중을 놀라게 했지요. 지켜보는 멘토들이나 다른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의아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눈물은 갑작스러웠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노래를 시작하기전 자신의 멘토였던 이은미의 응원을 받으며, 활짝 웃는 얼굴로 새로운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할 수 있지?'라는 멘토 이은미의 말에 밝은 얼굴로'네'라고 답했지요. 사전 인터뷰에서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자며 자신감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랬던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면서는 갑자기 달라졌지요. 눈을 감고 열심히 감정을 끌어모으더니 곧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흐느낌 탓에 초반은 가창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노래의 절정에 가서는 흐느꼈던 사람같지않게 깨끗한 고음의 음색을 보여줬지요. 초,중반까지 울먹임과 글썽이던 모습이 급반전된 셈입니다.

박원미가 부른 '1994년 어느 늦은밤'이라는 곡은 원곡 자체가 굉장히 슬픈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장혜진이 이 노래를 녹음했던 일화가 이채롭습니다. 당시 김현철이 즉석에서 써내려간 가사를 받아든 장혜진은, 녹음실에 들어가 정식 녹음에 앞서 연습삼아 한번 불러봤다고 합니다. 이때 개인적인 상념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흐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다시 녹음하려 했지만, 주변사람들이 최고의 감정이입이였다며 결국 연습삼아 불렀던 그 노래로 앨범을 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원곡엔 슬픈 감성이 강하게 묻어납니다. 박원미 역시 원곡에 담긴 이런 감성을 표현하려고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동안 위대한탄생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강조되어 온 것이, '마음의 떨림이 있는 노래'였으니, 그녀로서도 충분히 준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날 그녀가 부른 노래는, 노래로 감성을 흔들어줬다기 보다는, 눈물로 노래가 흔들렸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더 나아가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눈물을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눈물이 감동을 줬던 무대를 꼽으라면 예전 위대한 캠프 시절의 정희주가 있습니다. 당시 그녀는 '사랑 그놈'을 불렀는데요, 마지막에 너무 감정이 북받쳐 한템포 쉬고 마지막 소절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었지요. 그때 방시혁은 '이 친구 떨어뜨렸으면 어쩔 뻔 했어요'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정희주의 당시 무대는 큰 여운을 줬던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정희주는 스스로도 너무나 당황해했고, 이런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미안해 했으며, 한동안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었지요. 눈물에 담긴 진심은 브라운관 넘어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까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박원미의 무대에서는 그러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부른 당사자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흐느끼면서, 노래마저 소화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는데요, 보는 이들은 그 감정을 당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지요. 노래의 직전 상황과 직후 상황을 봐도 그녀의 눈물은 부자연스러웠고, 노래를 지켜보는는 동안에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날 박원미는 무대에 임하는 준비가 남달랐습니다. 아름다워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스타일링이 돋보였지요. 긴 치마와 길게 늘어뜨린 머리, 이전과 달리 최소한의 화장을 한 청순한 모습으로 자신이 선곡한 노래와 꼭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랩도 잘하고 힘있는 노래를 불러왔던 이미지와 대비되는 의외의 선곡도 인상적이었지요. 
이날, 아이유의 '좋은 날'을 불렀던 안아리에게 방시혁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수는 이중성이 있어야 된다. 청순해 보이는 사람이 어느 순간 섹시한 모습으로.. 재기발랄한 사람이 갑자기 슬픈 걸 보여준다든지..' 아마도 방시혁이 박원미에게 9.5점이라는 유별난 점수를 준 데에는 눈물 못지 않게 이런 새로운 모습에 대한 평가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보이는 모습부터 그리고 노래를 통한 감정이입까지...모든 걸 한 곡의 노래에 맞게 스타일링한 모습에 감동받은 것일 수 도 있겠지요. (그래도 다른 심사자의 존재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편차를 준 9.5는 좀 심한 감이 있습니다)

눈물에 사연이 있었냐는 질문에 박원미는, '위대한탄생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그런 생각을 하며 불렀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냥 무난하고 착한 답변이지요. 차라리 원곡에 맞는 최적의 분위기를 낸다는 마음으로 심취하고자 했다던가.. 지난 멘토스쿨에서의 탈락이 억울하고 속상해서 울었다든가 하는 답변을 했다면 좀 더 눈물이 설득력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랬다면 마지막에 공동 2위인 조형우와 선택의 갈림길에서 다른 멘토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도 있었을테구요. 하지만 처음부터 과하게 감정을 잡아가며 쏟았던 부자연스러운 눈물은 설득력 없는 이유와 더불어 여운과 감동을 남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박원미는 이은미멘토스쿨에서, 랩퍼 스타일에서 힘찬 보컬 스타일로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뛰어난 리듬감에 독특한 음색의 가창력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녀가 멘토스쿨에서 탈락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종 심사에서 잘 부르고도 심사자 윤일상의 무표정한 냉대를 접하곤 쓸쓸히 걸어나와선 탈락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의 진솔한 눈물이, 이번의 어색한 눈물과 대비를 이루며 안타까움을 남기네요. 차라리 이번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가창을 뽐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쩌면 이번에 흘린 눈물에는, 지난 멘토스쿨에서의 탈락에 대한 부당함이나 억울함이 담겨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때문에 탈락한 셈입니다. 그래도 이번 탈락의 눈물을 통해 그녀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진심이 담긴 노래는 눈물이 없어도 충분히 슬픔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가수란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을 눈물 짓게 하는 것임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