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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이소라에겐 뭘해도 욕먹을 굴레인가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이소라에겐 애증의 존재일듯합니다. 처음 출연을 결심했을때 '난 이거는 해야 한다... 너무 뭘 가리면 노래를 많이 할 수가 없더라구요'라고 했다지요. 그래서 오랜 칩거를 떨치고 감동의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처음 나가수의 시작무대를 열었던 건 이소라였지요. 데뷔 19년차의 가수답지 않게 극히 긴장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노래의 감성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노래가 끝나고 그 감성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이는 지켜보던 관객들도 비슷했을텐데요, 이소라 역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긴장을 분명히 느꼈을 겁니다. 자신과 관객이 함께 진정으로 긴장할 수 있었던 무대, 이소라 자신에게도 행복한 선물이었을겁니다. 하지만 나가수가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가수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MC로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었지요. 어눌하지만 묘하게 당돌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말투는 편안함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을겁니다. 이런 점에서 무대만으로도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참가가수에 비해, 훨씬 큰 부담을 안고 있었던 셈이지요.
 


이런 이소라가 3회에서 사고를 칩니다. 최초의 탈락자가 발생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탈락자인 김건모 스스로 상황을 수습하려 하자, 이소라는 '왜 진행하고 난리야, 나 이렇게는 못해, 내가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해서 슬프단 말이야'란 말을 마치고 퇴장해버리죠. 김건모 재도전 논란의 빌미가 된 셈입니다. 결국 나가수는 시청자의 엄청난 비난 속에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소라의 당시 행동에 대해 변명하는 것은 상당히 벅찬 일입니다. 저 역시 당시 이소라에 대해 극한 비난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녀의 노래에서 받았던 감동마저 부정하고 싶었지요.

놓치고 싶지 않은 최고의 프로그램이 좌초의 위기에 놓이게 되자, 그녀에 대한 원망은 더욱 깊어졌었습니다. 그리고 165분으로 특별 편성된 나가수 4회의 방영이 있었습니다. 당시 무대는 시청자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을 접한 이후에 녹화됐습니다. 이소라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녹화에 임했지요. 이소라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예민한 그녀가 녹화를 보이콧할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을 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극도의 긴장속에서 2번이나 큰 한숨을 내뱉고 나서야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곤 '너무 훌륭한 이들과 일찍 헤어지는게 싫었습니다'며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이해를 구했습니다.


노래의 여운에 잠겨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었지요. 관객들은 따뜻한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가수로서 그녀를 좋아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자질문제를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 주워담을 수가 없지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녀로서는 이날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과거 그녀의 행적을 비춰봐도 한결 성숙한 모습이었지요. 이러한 그녀에게 따뜻한 격려 못지 않게 강력한 비난 역시 여전합니다. 지금 그녀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나가수에 대한 출연의사를 분명히 해라, 판깨지 마라, 혹은 자질이 안되니 빨리 사라져라. 어느길 하나 편할 수가 없지요. 이소라 자신에게도 행복한 무대를 선사한 나가수는, 이제 가혹한 독배가 되어 그녀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욕먹는 상황이지요. 기사를 보니, 이소라가 나가수의 지속출연에 미온적이라는 말도 있고, KBS의 새 프로그램에 캐스팅됐다는 말도 들립니다.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가는 것 같습니다.
나가수가 없는 일요일 저녁을 보냈더니, 나가수의 여운이 새삼스럽더군요. 이소라의 긴장된 얼굴과 섬세한 감성도 그리워집니다. '바람이 분다....' 첫 소절의 느낌만으로도 감흥을 줄 수 있는 감성, 그 댓가로 주어진 예민함, 좋은 노래를 듣기위한 전제조건일까요. 누구나 모든 면에서 사랑받기는 힘듭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위대한 화가였지만, 좋은 이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냄새나고 무례한 사람이었지요. 베토벤의 똥고집과 히스테리를 견디기 힘들어 했던 지인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사랑한 분야에서는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을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 이소라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없을까요. 그녀의 노래 한구절이 생각나네요.

 바람이 분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앞으로 이소라에게 그 어떤 영광의 순간이 온다해도, 주홍글씨처럼 그녀의 가슴엔 막장진행하는 막말가수라는 판정이 오롯이 새겨져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연예인은 어떤 사안 탓에 일단 비호감으로 전락하고나면 떨칠 수 없는 꼬리표처럼 평생의 이미지로 남겨집니다. 말 그대로 낙인이지요.


얼마전 이승연은 자신에게 향해져야 할 악플이 딸아이한테까지 몰려서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가수가 이소라에게 남긴 상처가 가볍지 않습니다. 그만큼의 영광도 누렸으면 좋겠는데요, 스스로 상처를 딛고 당당히 무대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나가수에서 그녀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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