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힘으로 이 운명을 되돌리고 싶어,
그 어떤 고통도 너 없는 삶보단 덜 아플테니까..
-임재범 <독종> 중에서 -
쉰살의 남자가 초췌한 얼굴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때 방송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노래는 임재범이 아내에게 바치는 사과이며 다짐이고 사랑이었다'
MBC 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에서는 임재범이 수요예술무대에 섰던 장면을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록의 자존심을 지키며 배고픈 삶을 살아온 임재범, 이런 임재범의 삶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준 그의 아내가 암에 걸려 위급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임재범은 가장으로 무대에 섰던 것이지요.
십년전 임재범은 '너를 위해'란 노래로 히트를 친 바 있습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그리곤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했었지요. 당시 삭발한 모습으로 식장에 들어선 임재범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왜 삭발했냐고..' 임재범은 퉁명스레 답했지요. '다시 기르기 위해서..' 하지만 그 삭발은, 아내를 위해 살 것을 다짐한 결의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임재범은, 가슴 속 불꽃같은 록의 정신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발라드 곡을 발표하고는 '내가 추구했던 음악이 아니다'며 잠적했듯, 그에게 록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지요. 당시 어느 라디오에서 고백했듯, 그토록 강렬하게 추구해 왔던 하드코어 락을 버리고, '고해' '너를 위해' 같은 대중의 입맛을 찾아가야 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대중적인 성공과 인기가 불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쨌든 그는 여전히 록의 자존심을 지키며 늙어가야했습니다. 그렇게 늙어가던 어느날, 난방비가 없어 새벽에 춥다고 말하는 딸아이 앞에서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딸이 먹고 싶어하는 자장면을 일년에 2번밖에 사줄 수가 없었던 그에게 운명은 새로운 전기를 요구하고 있었지요.
수요예술무대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방송 나레이션은 아내에게 바치는 사과이자 사랑이었다고 한정했지만, 임재범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눈물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수요예술무대에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아내 옆에 있고 싶었고, 아이랑 함께 하고 싶었고...평상시처럼 살고 싶었는데, 이제 시작하면 가족과 멀어질텐데' 아내와 아이에 대한 회한이 크겠지만, 동시에 세상에 나오는 방식에 대한 고뇌도 있었을 것입니다. 노래를 하면 어쩔수 없이 끓어오르는 록의 정신은, 십년전 자신의 록이 죽어갔던 절망의 기억을 본능적으로 떠올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임재범은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나는가수다에도 전격적으로 출연을 결심했지요. 나가수에서 임재범은 유독 윤도현에 대한 따뜻한 호의를 숨기지 않았는데요, 젊은 시절 록을 떠나 음악적 외도를 했던 스스로에 대한 위로였을 수도 있겠지요. 굳건히 밴드와 록을 지키는 후배가 자랑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임재범이 록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록을 지킨다는 의미, 자신의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어제 김태원이 잘 설명해 줬습니다.
'음악을 하는 것도 <나>이고 예능을 하는 것도 <나>다. 국민할매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나는 음악으로 다시 <나>자신을 승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늘 갖고 있다, 그게 예능을 할때의 내 눈빛이다, 이게 웃긴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만만한 이유다, 나는 내가 할 게 있으니까'
그런 김태원이기에, 그가 기타를 메고 콘서트 무대에 서는 순간, 그는 더이상 국민할매도 위대한 멘토도 아닐 수 있습니다.
유현상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언제든지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누군데,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데, 난 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임재범이 발라드를 불러도 그의 불같은 눈빛엔 어쩔 수 없는 록의 정신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젊은 시절, 록을 내려놓았다고 동료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했고, 팬들의 실망이 두려웠고, 원하는 음악을 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러웠던 청년은 어느덧 전설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 임재범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음악도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아내의 병도 많이 호전되어 함께 바닷가를 거닐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100억효과 운운하는 숫자보다는 음악과 가족 이 두가지가 쉰살 임재범에겐 소중한 의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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