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연의 주제는 '도전하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파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지요. 옥주현의 유고걸, 박정현의 이브의 경고, 김범수의 외톨이야 그리고 장혜진의 미스터까지...볼거리가 너무 화려해 눈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말이지요. 도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자신의 틀을 깨내는 가수들의 파격은 현란한 무대로의 초대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나는가수다에 처음 합류한 김조한은 별다른 퍼포먼스나 볼거리 없이 오직 노래 자체만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 하나만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지요.
TV에서 모처럼 김조한을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90년대 솔리드가 부른 '이 밤의 끝을 잡고'는 충격이었지요.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엔 잘못된 만남, 날개잃은천사, 고요속의외침, 이브의경고 등과 같은 댄스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당시 유행을 타고 있던 쟁쟁한 노래를 제치고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우리 가요계에 새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댄스곡 일색이었던 당시 가요계에, 당시로서는 생소한 정통 R&B의 독특한 음색으로 가요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거지요. 김범수가 그를 두고 R&B 대디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정통 R&B창법의 소울이 충만한 보컬리스트가 바로 김조한이었습니다. 지금의 김범수, 정엽, 나얼과 같은 가수가 탄생할 수 있었는 시금석이 되어줬던 가수인 셈입니다.
김조한의 나는가수다 합류는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데뷔 19년차 가수, 하지만 솔리드 해체이후 방송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김조한의 숨은 내공이 무척 궁금했지요. 그리고 그가 보여준 무대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녹화당일인 7월 4일은, 14년전 솔리드가 해체한 날이라고 하지요,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한 김조한은, 14년 전의 모습으로 나가수에 나왔다면 아마 실패했을거라며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십수년의 세월을 통해 자신의 노래에 숱한 고민과 고뇌를 담을 수 있게 됐다고 했지요.
김조한은 매우 섬세한 보컬리스트입니다. 그가 표현하는 음색 하나하나에 숨결이 느껴지고 감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지요. 노래가 빠르던 느리던, 저마다의 노래가 갖고 있는 특유의 리듬에 몸을 맡겨 듣는 이로 하여금 노래에 젖어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섬세한 감성은 작은 손짓하나 소소한 눈빛하나에 어리며, 가수는 이내 노래 자체가 됩니다.
김조한이 선곡한 신승훈의 'I Believe'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삽입곡입니다. '그녀'역의 전지현이 견우를 떠나보내면서 자신의 진심을 메아리로 홀로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노래지요. 시종일관 가볍고 웃기기만 했던 영화는 이 노래로 한순간에 신파조가 되어버립니다. 견우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노래입니다. 김조한은 그 느낌을 담아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로 급반전 시켰습니다. 애절함의 정서를 담고 있었던 'I Believe'가 이렇게 신나고 흥겨울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쾌함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김조한이 풀어내는 리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R&B의 황제, 김조한답게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몸짓은 자연스러움과 여유가 있어 편안했습니다. 과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명품 리듬감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흥겨움은 최고의 몰입도를 보여줬습니다. 김조한의 무대에는 유독 관객들의 반응이 자주 비춰졌었는데요, 관객들이나 대기실에서 지켜보는 가수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편안한 미소가 만연해 있었지요.
앞선 다른 가수들의 무대에서는 상당수 관객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기립해 박수를 치는 사람, 앉은채 몸을 흔드는 사람, 깊이 감동하는 사람등 무대에 완전히 압도되는 사람들이 많이 비춰졌습니다. 반면 김조한의 무대에서는 대체로 편안한 표정의 사람들이 주류를 이뤄졌지요. 어떤 무대에 열렬히 환호한다는 것, 다시 말해 누군가를 전율시킨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차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혹자는 전율하지만 혹자는 그 전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외면하기도 합니다. 흠뻑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몰입을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요. 하지만, 김조한의 무대는 이러한 호불호를 넘어 편안함으로 청중을 아우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엔 미소를, 손은 박수를 치며 어깨를 흔들고 있었지요. 가볍게 흔들며 같이 즐기게 만드는 마력이 있던 무대였습니다. 예상되는 1위를 묻는 질문에, 윤도현은 주저없이 김조한을 꼽았습니다. 100% 확실하다며 말이지요. 윤도현은 화면이 아니라 무대 옆에서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지켜보았었기에 그 반응과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래서 1위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경연이 치열해지면서 가수들은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하고, 화려한 편곡을 하고 퍼포먼스와 의상을 고민합니다. 그런데 김조한은 과한 액션이나 퍼포먼스 없이 노래 하나만을 내놓았지요. 그럼에도 그의 노래에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습니다. 노래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역대에 다양한 감성을 담아 관객으로 하여금 노래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지요. 그래서 그의 노래는 자연스럽고 편안했으며, 그래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경쾌한 선율의 노래에도 고뇌, 슬픔, 아픔이 집약될 수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었지요. R&B 황제의 귀환을 박수로 맞이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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