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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일본의 과거사 태도, 이제 좀 바뀌려나..


 
미쓰비시 중공업측이 66년전 근로정신대로 끌려갔던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를 협의하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14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에 협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시민모임 대표에 따르면 현재 일본정부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미쓰비시측의 결정도 '잠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환영을 표했다고 한다.

사건 경과를 좀더 살펴보면,
이는 지난 1944년 미쓰미시 중공업이 300여명의 조선인 소녀를 징용한 것에 대한 건으로서, 그동안 일본법원이 수차례의 손해보상 소송에서 모두 기각판결을 내리자, 양심있는 일부 지역시민들이 모임을 결성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이어졌던 사안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일본 사회보험청은 후생연금을 가입했던 부분만 고려하여 연금 탈퇴수당 99엔을 지급하기로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자아냈고, 시민의 항의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매우 늦은 일이고, 형식도 불쾌하지만 어찌되었든 의미있는 첫걸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근데 이번 뉴스를 접하며, 독일과 달랐던 일본의 전후 대처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왜 독일은 패전이후 패전기념일마다 꾸준히 총리가 무릎 끓고 사죄를 하고, 어마어마한 보상을 해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수십년째, [통념의 석]이니 [유감]이니 [사과], [사죄]하는 말장난 가지고만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까...

독일인들은 경우가 바르고 예의를 알아서이고, 일본인들은 그렇지 못해서 인가.. 만약 그렇다면 애초에 독일인도 사고를 치지 말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경우와 예의로 따지면 개개인의 일본인들이 빠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에 대한 답은 환경과 상황에 있을 것이다.
패전한 독일 주변엔 강력한 강대국들이 있었다. 영국, 프랑스, 소련이 인접해 있었고, 미국의 이해관계도 상당히 깊었다.
이들 강력한 승전국들 앞에서 독일이 일본처럼 뻔뻔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주변의 각국들은 나치부역자들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무시한 채 철저히 추적하였고, 승전국의 지위를 바탕으로 어머어마한 전쟁보상액을 청구했다. 전쟁배상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개개인들이 청구하는 각종 소송에도 성실한 보상을 하였고, 파손된 문화재의 복구에도 발벗고 나섰다.
결정적으로 독일인들은 세계대전이나 나치에 대해 대단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으며 정신적 열등감이자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이들은 좀 변한듯하지만 말이다.)
결국 상식이란 힘이 뒷바침 됐을때 통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냉정한 국제질서에서 국가의 행동은 꼭 필요한 것만 하게 되고, 불필요한 양보와 희생은 허용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일본의 패전 상황은 어땠나,
한국이나 중국은 각자 민족끼리 내전을 겪고 있었고, 동남아의 피해국들도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친일파들은 단죄되지 못했고, 오히려 기득권을 이어갈 수 있었다. 즉 주변 피해국들은 불안정한 국내정치상황으로 자기 밥그릇도 못챙기고 있었다.
미국의 입장도 한몫했는데, 혼란한 동북아 지역의 질서유지를 위한 파트너로 일본을 지정했고, 일본의 조속한 재건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당시엔 마땅한 파트너도 없었던 것이 잔인한 현실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만만한 나라들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줄 필요성을 느낄수 없었을 듯 싶다.. 국가란 양심과 온정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근데 오늘날에는 중국이나 한국이 제법 국력도 든든해 졌는데 왜 아직도 보상은 커녕, 오히려 침략전쟁을 대동아공영이니 아시아를 위한 것이니 망발을 일삼고 있을까..
결국 여전히 주변국들이 만만하다는 것이다.
 
사실 만만해 보이는 것은 우리탓도 있다. 친일인명사전 만들자는데,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걸 따지냐는 여론이 만만찮은게 우리의 자화상이고, 친일파들의 후손은 당시에 벌어들인 막대한 재산과 양질의 교육을 바탕으로 여전히 이땅을 호령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친일인명사전에 반대하는 사람보다 무관심한 사람이 난 더 밉다. 
(어제는 이들이 한일합방을 얼마씩 받았는지 보도되지 않았나 말그대로 매국이였다)

여담이지만, 친일파란 말은 좀 문제가 있는 표현같다. 너무 온건하다. 친일이란 일본이랑 친하다는 건데, 요즘은 현실적으로 친일도 필요 하지 않은가.. 민족반역자 혹은 매국노라는 말이 더 좋겠다
 
그래도...미쓰비시가 협상의 장으로 나온 것은 자국 시민들의 꾸준한 시위와 항의도 주효했겠지만, 수십년전보단 덜 만만해진 우리 모습의 반증같기도 하다. 
독일처럼 안하는 일본을 욕만할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당당해지고, 역사의식을 고취하며 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 시민들이 변화의 시발점을 보여줬다. 근데 일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몫도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진심으로 일본 축구를 응원할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