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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강렬한 자극과 은밀한 사회참여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은 확실히 강렬한 자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요. 방송 첫회부터부터 박하선의 속옷 노출을 모자이크로 처리해서 눈길을 끌더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행위가 적나라하게 나오고, 항문전문의가 맨 엉덩이를 관찰하는 장면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여자속옷을 올리고 엉덩이를 확인하는 장면이 모자이크로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상처 난 엉덩이로 무리를 하다가 청바지에 피가 흥건히 젖기도 하고, 박하선이 남자 팬티를 입고 기절하는 엽기적인 장면도 이어졌지요. 또 어제 방영된 안종석과 안수정 남매가 다투는 장면 역시 상당히 과격한 만큼 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지극히 통속적이기에 오히려 방송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거침없이 그려지고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통속성이 강렬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속성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고민이 엿보입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지요. 극중 최고의 굴욕캐릭터이자 가장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백진희는 88만원 세대의 상징입니다. 선거공약으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말그대로 공약에 그친 반값등록금의 약속은 그녀의 대출통장에 3천만원의 빚이라는 선명한 멍에를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이 청년백수의 삶에 대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취업을 위해 10초만에 짜장면을 흡입하고 상처난 엉덩이의 실밥을 뽑을 틈도 없이 맡겨진 일에 열심을 다합니다. 몽유병에 시달리는 그녀는 오늘날 방황하는 청춘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몰리는 현실 앞에서도 백진희의 맹한 눈빛에는 현실의 고통을 비껴가는 어라바리한 생명력이 있지요.

하이킥3에서는 추락하는 교권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학생을 체벌했다가 학부모의 항의로 곤혹을 치른 윤지석은, 해당학생 앞에서 스스로에게 똑같은 체벌을 보여주기도 했고, 박하선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재했다가 이를 항의하러 찾아온 학부모에게 봉변 수준의 핍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너진 교권도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겠지요.

어제는 좀더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돋보였습니다.
고등학생 김지원은 2G폰 서비스 중단에 반대해 직접 시위에 나섰습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청소년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보여줬지요. 또 윤계상을 통해서는 선택적 복지가 우리 주변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고발했습니다. 보건의 윤계상은 독거노인에 대한 방문진료를 벌이다 기초수급대상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지요. 자녀가 있으면, 실질적인 부양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냥 제외되고 있다는 사유까지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나아가 윤계상은 1인시위를 통해 구체적인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김지원과의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분위기에서도 윤계상이 들고 있는 피켓은 선명하게 부각됐습니다. 복지 예산이 1100억원이나 삭감됐으며 이 때문에 20만명 이상의 생계비보조가 중단됐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보여줬지요. '소외된 계층을 돌보는 나라, 이제 우리가 만듭시다'라는 메세지에는 시트콤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얼마전 무한도전 스피드특집에서는, 독도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감각적으로 방영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진지한 시사전문 채널이 아니기에, 누구나 편안하게 시선을 주게 되는 예능이기에 그 파급력은 오히려 강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킥이 던져주는 자극적인 웃음 뒤에 남겨진 은밀한 사회참여가 더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이킥 제작진은 아무생각없이 볼 것을 주문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아무 부담없이 우리네 사회를 곱씹어 볼 수 있겠지요.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하이킥이 주는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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