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2011.11.17 07:00



요즘 트위터에서 '숨진 채'라는 말로 오해하기 십상인 '숨쉰 채'란 글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전에는 [이효리가 자택에서 '숨쉰 채' 발견됐다]는 트위터글이, 많은 이를 불쾌하게 하더니, 어제는 잠정 은퇴후 두문불출하는 강호동에게까지 그 불똥이 튀었습니다. 왜 자꾸 '숨 쉰 채' 발견되는 연예인이 생기는 걸까요..

잠시 인터넷의 과거를 돌아보면, 인터넷은 커다른 좌절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초 인터넷은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농경시대엔 토지를 보유한 자가 세상을 지배했고, 산업화시대엔 생산설비를 소유한 자가 득세했듯, 정보화시대엔 정보를 독점한 자가 세상을 지배할텐데요, 인터넷은, 특정 소수에게만 정보가 쏠리는 정보독점을 막는 새로운 희망이 된 것이지요. 세계최초로 국내에서 광케이블을 타고 퍼져나간 이러한 새로운 정보의 흐름은 기어이 대통령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대선 일년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던 노무현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노풍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새바람은 이내 위기를 맞습니다. 이후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황우석사태, 영화 디워, 아프가니스탄의 인질사태 등에서 인터넷여론은 오프라인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촉발된 촛불시위 역시 법안 개정, 정책 변경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이런 사태가 수차례 반복되자 사람들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인터넷에는 악플러만 있을 뿐, 믿을 얘기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인터넷의 좌절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말은, 천안함 사태 당시 국방부장관의 발언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인터넷에서나 나도는 이야기일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검증을 요구하는 의혹의 메세지는 '인터넷에 나도는'이란 말로 일축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에 대한 신뢰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크게 꺾여버린 셈입니다. 정치인들도 예전만큼 인터넷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제하거나 활용하려고 하고 있지요.

한때 신들린 경제 예측으로 인터넷을 달구었던 미네르바는, 위법행위자이자 나이를 속인 거짓말쟁이가 되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속 경제대통령 열풍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지요.

2010년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광고매출액은 KBS와 SBS의 광고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많았습니다. 그만큼 인터넷은 쇼핑, 문화 등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히 자리잡았으나, 인터넷의 정신은 큰 상처를 입은 채 표류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입니다. 이제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지식인들은 거대언론을 통하지도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인이라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모아 널리 널리 소통할 수 있게 됐지요. 이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그 기동성과 신속성을 더하며, 기성언론과 정치계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의 신세계를 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SNS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인터넷이 막 위력을 떨치던 무렵과 비슷한 양상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에선 몇몇 사람이 게시판을 어지럽힐 수 있는 반면 트위터에선 그게 힘듭니다. 소위 '알바'를 풀어 트위터의 여론을 흔들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유명한 연예인이 '숨쉰 채'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농락하는 이러한 장난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SNS의 정제되지 못한 무책임과 부도덕성을 성토하고 나섰지요. 이 시점에서 신경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주, 정치권에선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소위 'SNS차단법'을 발의했다가 야당과 여론의 엄청난 반발에 놀라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SNS에서 이효리에 이어 강호동까지 '숨쉰 채' 발견되자, SNS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싸늘해지고 있지요. 이런 와중에 SNS의 일부 불법글을 차단하는 형식의 규제, 불법글을 게시하는 사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해진다면 이것은 SNS 통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법한데요.

이는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힘들고 어려운 문제에 국한된 일만은 아닙니다.
아이폰은 전세계에서 출시되고도 몇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시판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IT업계는 아이폰의 앱개발시장에 숟가락 얹기도 곤란해졌지요. 2000년대 초, IT 세계최강이란 말은 십년만에 먼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임시조치제,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한 방통위 심의절차를 경험했습니다. 인터넷의 정신은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새롭게 떠오른 신세계 SNS, 그 SNS에서 자꾸 유명인들이 숨쉰 채 발견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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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