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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정체된 나는가수다와 인순이의 시원한 웃음




언제부터인가 '나는가수다'가 다소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시청률은 계속 정체되어 있고, 화제성은 예전같지 못하지요. 이런 와중에 지난주에는 출연가수 섭외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어제는 나가수의 시청연령대가 높아졌다는 분석 기사가 나왔습니다. 젊은 시청자가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달리보면 그만큼 나가수도 나름의 프로그램 문화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 시도된 전혀 새로운 포맷은 출범부터 큰 파란을 불러왔고, 이내 김건모 재도전, 옥주현 섭외 등 무시무시한 논란에 휩싸이며 휘청거렸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폭발성에서 한걸음 물러나 점차 안정화되고 있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인순이의 모습은 이러한 흐름을 가늠케 해줍니다.
인순이는 지난 경연에서 처음으로 꼴찌를 했는데요, 그 꼴찌를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날,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을 불렀습니다. 고음이 난무하는 원곡임에도 인순이는 그 어떤 샤우팅도 없이 고요하게 편곡했습니다.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탱고 풍으로 '이런 것도 있다'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요. 이러한 색다른 음악적 시도의 결과는 7위였습니다.

그런데 무대를 앞뒀을 때나, 무대를 마친 후에나, 순위 발표 직전이나, 7위가 확정된 이후에나 인순이는 한결 같은 웃음을 띄고 있었지요. 특히 꼴찌의 소감을 말하는 순간에 보인 웃음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도전을 하다가 7위를 했다고 해서, 도전을 중단한다면 제안에 갇혀버리거든요. 저는 또다시 도전을 할겁니다. 그게 저니까요.
이 말을 하는 인순이는 청년처럼 웃었습니다.

실패의 기억은 사람을 움추리게 만듭니다. 어제 실패하면 오늘도 실패할 것 같고, 한번 실패했었던 길은 또 다른 실패를 불러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염 깎은 날 실패하면, 다음번엔 수염 깎는 것조차 겁이 나고, 비 온날에 좌절하면 비만 와도 두려워집니다. 이렇듯 움츠러든 마음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하지요.

초창기 잘나가던 김범수는 '자신의 노래 불러보기' 미션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잔잔한 노래를 불렀다가 7위를 하자 급격하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범수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힘들어하다가 모든 걸 내려놓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무대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이 후에 비로소 숱한 도전을 신나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윤민수도 비슷한 방황을 거쳤고 지난주에야 비로소 대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오십인생에서 이미 삶의 좌절을 숱하게 넘어섰던 인순이는 이번 실패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젊은이보다 더 가벼운 웃음으로 다음의 도전을 다짐했지요.

그동안 1차 경연에서 7위를 한 가수는 대체로 비장한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해왔습니다. 이렇듯 비장한 각오로 임했기에 나가수 속 가수들은 극한 긴장감과 중압감을 호소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순위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고, 그 속에서 고음 폭발, 관객 호응유발 등 일명 '높은 순위의 공식'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나가수에 독이 되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편안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고집하다 탈락한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소라, 윤도현, 조규찬 등이 그러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인순이가 보여준 환한 웃음은 이러한 흐름을 전면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여태껏 나가수에서 같은 장르의 노래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던 인순이에게 나가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도전의 증거입니다. 순위에 대한 부담은 결코 이 도전에 장애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인순이가 언뜻 정체된 듯 보이는 나가수에 시원스런 반향을 건네고 있는 셈이지요.

어느덧 나가수는 처음 시작했을때의 어마어마했던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습니다. 김건모가 장난스레 립스틱을 칠했다가 '여긴 이런 곳이 아니구나'하며 두려움에 떨어야할만큼은 아니지요. 오히려 파격의상과 새로운 콘셉트의 무대가 신선함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가수들의 마음을 옥죄왔던 꼴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도 이번에 인순이가 보여준 시원스런 웃음으로 씻겨지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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