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예대상의 최종 수상자는 1박2일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무관의 제왕 김병만은 끝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동안 KBS연예대상에선 팀에게 준 전례가 없었습니다. 팀으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물론 1박2일팀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끈끈한 팀웍을 자랑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켜냈기에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이제 종영되는 1박2일에게 유종의 미를 남겨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아름다운 수상이겠지요. 하지만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절차상 문제인데요, 대상수상을 앞두고 공개된 수상후보에 이름이 올라있지 않았습니다. 후보가 공개되면서 이수근이 빠졌다며 논란만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허울뿐인 후보 공개가 된 셈이지요.
1박2일은 내년 2월에 종영되기로 발표된 바 있습니다. 강호동의 하차 논란 직후 결정된 사안이었지요, 하지만 2주전 KBS 예능국장은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그는 '강호동의 하차 후 1박2일이 잘될지 우려가 컸지만 나머지 5명의 멤버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고, 강호동 하차 후에도 시청률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1박2일이라는 포맷은 KBS 예능국으로서는 쉽게 버릴 수 없는 포맷'이라며 시즌2가 우선적인 고려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강호동이 빠진 1박2일이 우려돼 종영을 결정했지만, 그가 없이도 승승장구하자 계속 했으면 하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지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예능이자 KBS의 절대예능인 1박2일을 포기하기는 아까운 노릇입니다. 이런 와중에 후보명단을 무시하면서까지 1박2일 팀에게 대상을 준 것은, 시즌2를 염두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유종의 미보다는 새로운 투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유종의 미가 아쉬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병만이지요. 이미 수년동안 연예대상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던 1박2일과 달리 김병만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는데요, 올해야말로 4년여동안 이끌었던 개콘의 '달인'을 떠나면서 진정 유종의 미가 요구되는 시점이었지요.
2007년에 시작된 '달인'코너는 방송초반만 해도 코너와 코너를 잇는 보조 코너였으나 인기를 얻어 정규코너로 승격이 된 케이스 입니다. 지난 11월 외발자전거의 달인 편을 마지막으로 3년 11개월이라는 긴 기간의 대장정을 끝내기까지 개그콘서트의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기억되며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견인해왔던 프로그램이지요.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절정의 인기를 모으고 있으나 한때 침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절에도 달인 만큼은 추석특집 달인쇼가 편성될 정도로 오랜 시간 개콘의 인기를 지켜온 기념비적인 코너였지요. 김병만은 원맨쇼로 이 코너를 이끌며, 개콘이 어렵던 시절에도 개그의 부흥을 이끌었었습니다. 그리고 개그콘서트가 역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에서 아름답게 퇴장하는 김병만은 그 어느때보다 대상 수상의 가능성이 높아보였지요.
올해 강호동의 은퇴하면서 대상후보에서 제외되자, 김병만이 삼수 끝에 마지막 기회를 잡은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지요. 올해 들어 김병만은 SBS의 키스앤크라이에서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하더니, 다시금 정글의법칙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종편채널 합류까지 이어지면서 KBS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시점이었지요.
결국 또 다시 대상 수상에 실패한 김병만을 두고, 일각에서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데요, 만약 그에게 대상수상이 여의치 않았다면 공로상이나 특별상이라도 줄 수 있는 배려가 아쉽습니다. KBS가 발굴하고 키워낸 정통 개그맨은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결국 떠나는 이를 아름답게 보내주는 못한다는 것은, 남아있는 이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방송당국에서도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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