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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선녀가필요해 심혜진, 원조 시크녀의 귀환

 



무뚝뚝한 무표정으로 사람을 웃기던 시크녀 심혜진이 돌아왔습니다. 2005년,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냉소적인 뱀파이어로 사랑을 받았던 MBC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속 심혜진이 그 캐릭터 그대로 돌아왔는데요, 하지만 이번엔 시커먼 뱀파이어 대신 새하얀 선녀가 되어 있지요. 7년 전 시크한 표정으로 '대략 즐 쳐드셈'이란 대사를 읊던 그녀가 이번엔 맹한 딸의 등짝 냅다 후려치는 엄마 선녀가 되어 나타났지요.

적당히 무식하되 확실히 당당한 그녀의 캐릭터는 8년이라는 세월 덕분에 '재탕'이라는 식상함보다는, 오히려 반가움과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선녀가 필요해'는 최근 몇년간 시트콤의 대세를 이뤄온 '하이킥'과 큰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설픈 연출, 어설픈 대사톤으로 대변되는 '선녀가 필요해'는, 세밀한 인물분석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하이킥과 달리,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옛' 시트콤의 단면을 보여줬지요. 하늘에서 강림하는 선녀의 모습이 어설퍼도, 선녀옷이 바뀌었을때 '이 옷 짝퉁이야'라고 말해도 이유와 개연성을 따지지 않을 수 있는 단순함이 '선녀가 필요해'에 있지요.

차세주(차인표 분)는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입니다. 배우들에게 추앙받는 영화제작자지만, 그에게는 전혀 다른 꿈과 로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화배우의 꿈이었는데요, 하지만 태생적으로 타고난 자신의 발연기 본능에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모차르트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모차르트의 재능을 가질 수 없었던 살리에르처럼, 그는 배우 대신 제작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발연기의 상처는 그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지요. 이런 차세주에게 또다른 상처가 있었으니 자신의 발연기 본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아들의 존재지요. 아버지 빽을 믿고 영화촬영장을 누비지만 젊은 시절 자신의 발연기를 그대로 빼다박은 아들의 역량을 차세주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피를 타고 이어지는 발연기의 숙명에 차세주는 분노의 훌라후프돌리기를 보여주지요.

망가지되 자신은 절대 웃지 않는 차인표의 코미디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렇듯 무뚝뚝하게 인상쓰면서 웃기려는 차인표에겐 시트콤의 대선배가 함께 하고 있으니 그가 바로 심혜진입니다.

시종일관 눈을 내리깔고 다른 이를 얕잡아보는 선녀 왕모의 모습에서는 그 옛날 프란체스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무뚝뚝한 말투, 변화가 없는 표정, 시원하고 단순무식한 성격까지... 딸 채화를 데리고 인간세상으로 목욕하려 내려온 선녀 왕모는, 갑작스레 선녀옷이 사라져도 당황하기는 커녕 오히려 냉소하지요. 뭐든지 다 아는 척 당당하고 시크한 차도녀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심혜진은, 도무지 선녀 같지 않은 말투와 뻔뻔함으로 처음 시작하는 시트콤의 분위기를 확실히 다잡아주고 있습니다. 길가는 행인에게 '저기, 선녀탕 맞지? 맞잖아, 가던 길 가'라고 하거나, 다른 사람의 출연료를 슬쩍 챙기면서도, '왜 인제 줘! 빨리 빨리 주지'라며 고압적이고 뻔뻔한 말투와 눈빛으로 일관하지요, 이렇듯 절대적으로 거만하지만 오히려 웃음을 줄 수 있는 건 시크함과 더불어 허당스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만사에 통달한 듯 무엇이든 척척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세상물정과 거리가 먼, 말장 허당이지요, 그럼에도 꿋꿋한 기세는 전혀 눌릴 기세가 없습니다.

우연히 입수한 차세주의 명함을 보고, 선녀옷을 찾아 선녀모녀는 서울로 향하는데요, 이렇게 시크한 남자 차세주와 시크한 선녀 왕모는 만남을 앞두게 되는데요...

시크하고 거만하면서도 어설프고 허당스러운 뱀파이어가 8년의 세월을 두고 선녀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겐 8년의 세월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모양입니다.
선녀탕에서 목욕을 하던 그녀가 말했지요, '나 여전히 백옥같아' - 그렇습니다. 그녀가 선사한 웃음 역시 여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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