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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1박2일 김승우, 토크보단 몸개그체질일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1박2일 시즌2가 드디어 첫 방송을 탔는데요, 그동안의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합격점을 얻은 듯 보입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차태현의 예능감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첫 방송임에도 차태현은 입담과 재치, 치고 빠지는 민첩함까지 예능 본능을 펼쳐보였습니다. 많은 이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지요. 그런데 의외의 활약을 보여준 이가 있었는데요, 바로 김승우였습니다. 당초 그의 1박2일 섭외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비난이 잇따랐습니다. 그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승승장구'에서 보여진 모습 탓인데요, 이 토크쇼에서 그는 메인MC라기보다는 4명의 MC 중 하나로만 비춰질 정도로 그 역할이 다소 미미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서지 않고 점잖게 앉아서 여유롭게 웃는 모습만을 많이 보여주곤 했습니다. 때문에 김승우가 1박2일에서 최연장로서 구심점이 되어줄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느슨함이 있기에 '승승장구'에 편안함이 유지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토크쇼의 주인공은 초대손님입니다. 초대손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이 중 편안한 분위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면 김승우도 나름 괜찮은 MC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화끈한 리액션은 없지만 경청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토크의 강점이 되겠지요.

이런 면에서 김승우의 예능 적응기는 나름 성공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야심만만하게 기획됐던 박중훈 쇼나 주병진 쇼보다는 한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김승우가, 1박2일이라는 야생버라이어티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프로그램에 섭외가 되었으니, 부담도 상당했을텐데요, 최연장이다보니, 스스로 강호동처럼 1박2일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질 수도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첫 방송에 비친 김승우의 모습엔 이러한 부담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행동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지요.


스스로가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밝혔듯, 김승우는 새벽의 미용실에서 예고없이 시작된 촬영을 무척 낯설어 했습니다. 재차 전날의 약속을 운운하며, 변경된 계획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지요. 이것 저것 따지고 재는 모습을 보며 그의 험난한 버라이어티 나들이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되자 이내 달라졌습니다. '시키면 다하는'모습이었지요.
1박2일구호외치기부터 닭싸움, 우물물 마시기, 눈치게임 등 뭐하나 뒤로 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 따라 나서도록 유도하기도 했지요.

중년의 아저씨답게 눈치게임을 전혀 모른다던 그는, 중년의 아저씨답지 않게 공중으로 붕 뜨며 이렇게 하는거냐며 적극적으로 배우려 했습니다. 결국 선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화끈한 의욕을 보이며 처음 도전했던 눈치게임에서 불패의 전적을 일궈냈습니다.

몸개그를 수반하는 그의 불패는 계속되지요, 도시락을 건 닭싸움에선 상대의 빈틈을 노려 기세놓게 이수근을 쓰러트렸으나 이내 광속의 체력저하를 보이는데요, 김종민 앞에서 제 풀에 다리가 풀려버리며 고급 도시락을 날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위해 차태현을 안아 던지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길가의 차디찬 우물을 발견하고는 가위바위보로 머리감기 내기를 하는데요, 이런 내기를 즐기며 '우리끼리 놀아도 재밌구나'라고 감탄하는 김승우를 보고 있노라면 벌써부터 1박2일의 소소한 재미에 길들여져 가는 듯 보입니다. 베이스캠프에 입성했을때, 김종민이 우물물을 나눠마시자고 제안하지만 모두들 꺼려했는데요, 김승우가 '상황상 먹어야 할 상황'이라며 김종민의 기를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나서서 뭔가를 해야한다는 각오도 없고, 딱히 유모나 언변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몸개그가 자주 드러날 정도로 몸치이기에 오히려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김승우였는데요, 그가 만약 최연장자라는 자격지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자 했다면 오히려 어색했을겁니다. 그냥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기에 첫만남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닥 웃기지도 않는 썰렁한 농담을 건네고, 금방 다리가 풀리는 부실한 몸으로 앞장서자, 동생들도 편하게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분위기가 됐지요. 이렇듯 맏형이 보인 의외의 허당스러움에 멤버들도 한결 가까워지는 모습이었습니다.

1박2일은 여행의 빼어난 풍광 못지 않게 편안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미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김승우는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행동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웃기는 대박 토크는 없지만 의외의 몸개그와 은근히 웃기는 소소한 토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김승우는 전문 토크보다는 몸개그 체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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