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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불후의명곡2 김건모, 미워할 수 없는 사심 입담




불후의명곡2(이하 불명)의 이번 전설은 김건모였습니다. 누적 앨범 판매량이 천만장을 넘긴 한국 가요계의 걸물이지요. 워낙 히트곡이 많다보니 그의 특집은 2주에 걸쳐 나눠 방송할 정도인데요, 시대를 풍미하는 최고의 가수지만,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가수이기도 하지요, 진지한 것을 싫어하고 늘 유쾌한 모습을 보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천상 가수인 김건모도 어느새 데뷔 20년을 훌쩍 넘겨 전설의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불명에서 그는 첫등장부터 남달랐지요, 으례 전설이라면 방송 시작과 함께 무대에 나타나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전설의 히트곡을 선사하거나 객석 중간의 특별좌석에 앉아 무대위로 올라오는 후배가수들을 맞이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김건모는 후배들이 모여있는 대기실에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대기실에서 후배가수들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특유의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모습은 역시나 김건모다웠습니다. 준비해온 선물을 남자가수들에겐 대충 나눠주고 여자가수들에겐 정중히 나눠주며 좌중을 웃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는 기억에 길이 남는 위대한 전설로서가 아니라 더불어 웃겨 떠드는 선배로서 이 자리를 함께 하고 싶었나 봅니다. 더욱이 작년에 나가수에서 경험했던 뼈아픈 좌절마저 우스갯소리로 꺼내며, 후배들에게 경쟁보다는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주문하는 모습에선 대선배로서의 풍모가 느껴졌지요.

그의 농담과 웃음 속에 숨겨진 이러한 배려 덕분에 후배들도 한결 편안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을 듯한데요, 하지만 막상 후배들의 무대가 펼쳐지자 오히려 김건모가 얼마나 위대한 가수인지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건모만의 개성과 매력이 절대적인 노래를 후배들이 부르자, 이들의 무대에 몰입되기 보다는, 김건모만 더욱 떠오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김건모의 히트곡이 오래도록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노래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오직 김건모가 불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물론 인상적인 무대도 있었습니다. 소냐, 박재범, 강민경의 무대는 나름의 개성이 돋보였는데요, 이들 무대의 공통점은, 오직 자신만의 스타일로 김건모의 노래를 재해석했다는 점이겠지요.

김건모는 후배들의 무대에 대해 의례적인 립서비스로 일관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팀의 무대가 끝났을때, 신동엽은 찬사를 보내며 김건모에게 '지금 행복하시냐'고 물었지요, 이에 김건모는 '신동엽씨 앞에서 후배들이 신동엽씨의 옛날 개그들을 따라하면 기분 어떠실거 같아요?'라며 의외의 답변을 했는데요, 그러자 신동엽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신은 좋을 것 같다고 답하려는 찰라, 홍경민이 끼어들었지요. 홍경민은 자신이 해드리겠다며 신동엽 특유의 인사말인 '안녕하시렵니까'를 외쳤는데요, 이에 신동엽은 '되게 기분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며 대선배가 갖는 미묘한 심리의 일단을 일깨워줬습니다. 이처럼 김건모는 형식적일 수 있는 덕담보다는 솔직하면서도 재치있는 토크로, 의외의 볼거리를 줬습니다.

또 자신과 절친한 홍경민의 무대에 대해선 '앞부분에 질질 끌어서 실망했다'고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키 작고, 피부 까맣고, 과음하고, 나이 많은) 자신의 단점을 재치있게 표현한 부분에 진정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디셈버의 DK가 선보인 무대에 대해서도 '며칠 밤을 꼬박 샜겠다,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을지'를 알겠다며 자신도 해봐서 그 마음을 잘 안다고 다독여줬지요, 후배가 선보인 노래를 통해 선배는 후배의 노력을 단번에 알수 있는가 봅니다. 그렇기에 김건모는 '오늘은 순위에 상관없이 다 1등'이라고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전개그를 덧붙였지요, '다 1등인데 소냐가 좀 더 잘한거 같다'며 단순한 덕담으로 일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말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텐데요, 거기에 위트와 재치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김건모는 가식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이렇듯 입에 발린 립서비스를 거부하는 김건모인데요, 이런 김건모를 수줍게 만든 후배가수가 있었습니다. 강민경은 이날 '사랑이 떠나가네'를 불렀는데요, 그녀가 노래를 마치고 무대에서 대기하자, 김건모는 수줍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보냈지요. '어떻게 목소리가 저리 좋을수 있을까,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지 오늘 처음 알았다'며 방송 시작때 부터 보여온 사심을 일관되게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홍경민이 부른 '핑계'의 무대 중간에선 한 여성이 등장해 '핑계'를 둘러댔는데요, 앞서 언급한 대로 '오빤 키가 작아, 피부가 까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나이가 너무 많아...' 그야말로 김건모를 향한 리얼 핑계였습니다. 이를 두고 신동엽은 어떻게 저리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수 있냐며 그 거침없는 표현에 감탄했지요. 하지만 정작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사람은 김건모 였습니다.

그는 당당히 전설의 자리에 오른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이기에 점잖게 무게만 잡고 있어도 누구나 주목하는 최고의 스타입니다. 하지만 그는 체면이나 가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늘 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스스로에게 유쾌한 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 위대한탄생2의 윤일상멘토스쿨에서도 '나가수'에서의 좌절을 이야기하더니 이날도 나가수 이야기를 잊지 않더군요, 자신의 상처마저 유쾌하게 펼칠 수 있기에 때론 신랄하기까지한 그의 재치가 밉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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