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2.04.06 07:00


 


이 드라마의 끝에서 이재하는 필시 멋진 남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진짜 사랑에 눈뜬 성숙한 남자이지요. 그 사랑을 깨닫는 과정에서 그는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절절한 사랑도 해볼 것이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진정한 눈물도 흘릴 줄 아는 남자가 되겠지요. 그 때가 되면 여성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이 있을 것입니다. 단 그때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고 견뎌낸 시청자들에 한해서 겠지요.

이재하가 성숙해져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험난해보입니다. 결국에는 애틋한 로맨스가 빛을 발하게 되겠지만 그 로맨스로 가는 길은 로맨틱하지도, 가슴떨리지도, 미소가 그려지지도 않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김항아를 사랑한다고 국민앞에 거짓 고백한 이재하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두 사람은 상견례를 갖게 되는데요, 이재하에게 숱하게 속았던 김항아는 이재하에게 냉랭할 뿐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이재하를 자극하지요. 자신은 싫더라도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안하무인 이재하는 그래서 이 순박한 북한처녀 김항아를 상대로 거짓 구애작전을 펼칩니다. 

일단 한동안 김항아를 무관심 속에 방치해서 김항아가 조바심이 나도록 유도를 한뒤, 기습적으로 분위기를 잡지요. 피아노의 선율로 그녀를 유혹하더니 함께 나란히 앉아 피아노 합주를 하면서 정서의 교감을 나눕니다. 순수한 김항아는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되고 마는데요, 밤새 함께 연주했던 곡을 들으며 어느새 김항아는 자신도 모르게 이재하에게 빠져들고 말지요. 그런 와중에 그녀에게 건네진 영상집에는 그녀의 사진과 함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노래가 흐르지요. 그때 창밖으론 쓸쓸히 홀로 걷고 있는 이재하의 모습이 보이고, 김항아는 바로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게로 달려나가 열정적인 포옹을 하고 맙니다. 이제 김항아의 마음은 온전히 이재하를 향해 있지요.

이 모든 상황이 그녀를 농락하려는 이재하의 계획이었지만, 막상 그녀가 순수한 모습으로 나오자 이재하도 내심 마음이 불편했지요. '당신 곁이라면 어떤 고난도 견디겠노라' 고백하는 김항아에게 이재하는 역정을 내고 맙니다. 이게 다 연극이며 쇼인데 왜 넘어와 곤란하게 만드냐며 말이지요. 

이 말에 눈물 흘리는 김항아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친 않지만, 그 마음 또한 인정할 수 없는 이재하입니다. 심사가 복잡하기는 김항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기자회견장에서 깜짝고백을 하며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는 듯 했지만, 결국 '약혼 물러줄테니 쿨하게 헤어지자'며 마음을 정리하지요. 여기서 또 이재하는 흔들립니다. 이재하는 복잡한 미련 탓에 뒤풀이를 제안했고 진탕 술을 마신 두 사람은 애틋한 입맞춤을 하는데요, 이 장면이 왕과 김항아의 아버지에게 노출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질기게 엮여 들어가게 됩니다. 

숱한 반전과 꼬이고 꼬이던 상황을 뚫고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은 셈인데요, 하지만 여기에선 로맨스를 기대하는 여성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달달함이 결핍됐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즐기는 시청자라면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겐 채널을 돌리고 싶은 유혹을 주는 상황이 이어졌지요.

극중 김항아의 마음을 잡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재하의 모습은 로맨틱하고 멋진 장면으로 보여질만 합니다. 두 사람이 눈빛을 주고 받으며 피아노치는 장면 역시 멋진 그림이었지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여심은 달달함보단 위태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맨발로 뛰어나와 이재하에게 안기는 김항아와 이런 김항아를 안으며 마음의 동요를 느끼는 이재하의 얼굴을 봐도 불안감은 여전하지요. 

진지하다가도 우스꽝스러워지고 진심인가 싶다가도, 거짓말이었던 행동들이 숱하게 이어지면서 도통 몰입할 수 없는 로맨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매력적인 남자가 얄밉게 나오더라도 여심은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당장은 얄밉더라도 이내 남자다운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너무 많이, 너무 자주 깨지고 있지요. 왕자의 로맨스에 여주인공이 상처입을까 우려를 자아내는 특이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꿈속에서 이루어졌던 목덜미 키스신 이후, 어제 방송에선 드디어 두 사람이 진짜 키스를 나누는 로맨스의 정점이 연출됐지요. 닿을 듯 말듯 두 사람의 입술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두 사람의 마음인 듯 애잔함을 낳았는데요, 역시나 두 사람의 앞날도 평탄치 않아 보입니다. 낯선 남한 땅에서 홀로 방치된 김항아는 앞으로도 한동안 철없고 이기적인 이재하 캐릭터로 인해 숱한 마음고생을 해야할 팔자인데요, 언제가는 최고의 로맨틱 가이로 거듭날 이재하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험난하기에, 로맨스를 기대하는 여성팬로서는 많은 인내가 요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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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