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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신사의품격, 사랑보다 눈물겨운 우정

 

 

 

 

부인을 사별하고 눈물조차 잃은 최윤 곁에서 김도진, 임태산, 이정록이 그를 대신해 울어줬습니다. 자신의 피붙이가 떠나간듯 서럽게 말이지요.
상주가 차는 완장에 검은 두줄은 직계가족을 뜻하고 한줄은 친구나 지인을 뜻하는데요, '팔에 한 줄. 가슴에 한 줄. 두 줄을 긋고 서 있어준 놈들. 내 인생이 만난 제일 독한 인연과 내 인생이 만난 최고의 행운들'...최윤의 말대로 이들 남자의 우정은 현실에 존재할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네 남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결사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이정록의 바람끼에 분노하는 이정록의 아내를 달래는 것도 친구들의 몫이고, 최윤의 부인 기일에 맞춰 제사상을 차리는 것도 친구들이며, 임태산의 연인 홍세라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것도 이 친구들이었지요.

김도진이 실연의 아픔으로 웃음을 잃자, 망가지는 패션컨셉으로 웃겨주는 이들의 우정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온 세상이 다 비웃어도 우린 너하나 웃기면 돼'라는 말에선 세상을 다갖은 자의 넉넉한 마음마저 느껴지지요, 누군가가 '119 긴급'이라고 문자를 때리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오는 친구의 존재는, '남자 나이 마흔이면 사랑 이상으로 소중한게 있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들 네 남자의 이야기에는 도무지 삼각관계가 없습니다. 임태산을 짝사랑했던 서이수가 김도진을 좋아하게 됐을때, 임태산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도 일말의 미련이 없습니다. 자신도 오랜동안 서이수를 흠모했음에도 말이지요.

 

헌데 딱 한번 이들이 '치정'으로 얽혔었다던 과거 - 첫사랑 김은희의 존재는 갑작스레 버거운 숙제를 내줬습니다.

이십년만에 알게된 아들의 존재로, 인생이 뿌리째 흔들려 버린 김도진인데요, 염치없는 마음에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김도진 탓에, 서이수는 갑작스레 밀려남을 강요받은 셈입니다.
알콩달콩 달달한 연애가 막 피어오르려는 때에 확 끼얹어진 찬물처럼 그렇게 서이수와 김도진을 덮치고만 김도진의 과거이자 현재는 그들을 감내하기 힘든 시간속으로 보내버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고자 힘을 낸 서이수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도진.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역시나 친구들은, 김도진을 외롭게 방치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알게된 친구의 아들을 위해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다지며, 살갑게 다가가려 애쓰기도 하고, 낙담한 친구를 웃기기 위해 땡땡이 스카프에 동그란 안경, 양말타이즈까지 굴욕적인 옷차림도 마다않습니다. 친구를 웃겨주기 위한 눈물 겨운 우정이지요.

이들 친구의 존재야 말로 김도진이 가진 인생의 경쟁력이었습니다. 홀로 있을때는 고딩의 협박에도 바짝 수그렸었던 김도진이지만, 이들과 함께 있을때만큼은 재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서이수가, 재벌가로 시집가버린 엄마의 상속문제로, 엄마의 의붓아들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는데요, 이를 알게된 김도진은 신속하게 친구들을 호출합니다. 홀로 있을땐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있는 중년이지만 함께 모인 중년의 조합은, 막강한 재벌가의 아들들을 압도합니다. 절정의 난폭함을 과시하는 임태산, 돈자랑에 나선 이정록, 태연히 '법대로'를 외치는 최윤까지 이들의 중심에 앉아 있는 김도진 앞에서 재벌가의 아들은 납작 엎드릴 수 밖에 없었지요.

'공격적, 금전적, 법적, 개인적 대응이 다 가능하니까, 우리는...' 퍽 오묘하게 경쟁력 있는 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동을 주는 친구들에게 '미친놈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 중년의 우정이 퍽 눈물겹습니다. 이들 한명 한명은 철없고 약점 많고 나름의 외로움을 간직했지만 이들이 함께 했을때 이들은 비로소 중년의 품격을 제대로 풍기곤 하지요. 중년의 경쟁력은 사랑 이상으로 우정임을 이 드라마는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