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신사의품격 박민숙, 도도한 여자의 비참한 이혼사유

 

 

 

 

 

결혼 10년차 부부, 박민숙과 이정록은 늘 위태로운 부부였습니다. 세상 뭇 여성들에 대한 박애주의가 남다른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습관처럼 해왔던 박민숙, 이런 그녀 앞에서 언제나 약한 남자였던 남편 이정록. 이는 이들 부부가 지난 십년간 살아왔던 방식입니다.

남편 이정록에게 박민숙은 가장 무서운 사람이며 자신에게 가장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돈 많고 나이도 많고 똑똑하고 배포도 두둑한 부인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약점 잡힌 것도 많기에 항상 부인 앞에서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요. 그런데 박민숙은 그런 그에게 사랑받길 원했습니다. 밖에서는 대범하고 도도한 여자지만, 남편의 노래 한자락에 가던 길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아기를 갖기 위해 한약을 부지런히 챙겨먹는 남편의 작은 행동에도 눈물로 감동하는 여린 여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었습니다. 늘 사고치고 도망 다니기 바쁜 남편을 잡기 위해, 친구들에게까지 자신의 재산을 바탕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남편의 기를 세워주고 남편친구들까지 챙기는 배포 큰 부인이었지요.

헌데 근래 들어 두 사람의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습니다. 이정록이 점차 철들어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 됐지요.

'요즘 당신 안미워'
'알아, 나도 요즘 당신 안무서워'
'... 무서워하기라도 해라, 안 그러면 난 당신 뭐 붙잡고 사니?'
'앞으론 당신에게 다 잡혀주고 살께, 받아만 준다면 마음까지...'

이 말끝에 남편은 손부터 잡혀주겠다며 손을 내미는데요, 그 손을 맞받는 박민숙의 얼굴에선 늘 보여왔던 카리스마 넘치는 당당함 대신 소녀같은 수줍음이 선명했습니다.

헌데 십년동안 이어왔던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박민숙은 오히려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박민숙은 때로 뻔뻔하리만치 당당한 여자였습니다. 남편과 살짝 대화를 하고 지나간 여자를 붙잡고, 방금 남편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도도하게 캐물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여자였지요. 그런 그녀가 비참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낯선 여자가 남편에게 주차장의 위치를 물었을 뿐이었건만 그 이상을 상상하게 되고, 남편의 자동차 상단에 묻은 먼지를 보고 모텔을 드나드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박민숙은 스스로 비참함을 느낍니다. 남편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그녀는 남편의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음을 실감한 거지요.

'저 여자랑 무슨 얘기 했을까, 저 전화는 여잘까 남잘까'하는 의심보다 더욱 비참한 것은 남편의 웃음을 보는 순간조차 '웃는 걸까, 웃어주는 걸까' 의심해야 하는 현실이겠지요. 사랑하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 사랑 대신 집착만 남겨진 관계는 그녀를 지옥의 고통으로 밀어넣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혼을 요구합니다. 끊임없이 남편을 의심하며 미쳐가는 자신을 더이상 견딜수 없었지요.

 

 

가질 만큼 가졌기에 도도했던 여자, 인생사 두려울 것 없기에 시크하고 대범했던 여자, 뛰어난 통찰을 지녔기에 세상사 달관한듯 보였는 여자, 박민숙이 보여주는 모습은 통큰 언니답게 화려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부족할 것 없어 보였던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한가지는 '그까짓거'였습니다. [잠들때까지 토닥토닥 관심 기울여 주는 것]  이정록은 '그까짓거'라며 웃었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박민숙은, 사소한 것을 함께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을 더이상 남편과 더불어 나눌 수 없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모든것을 믿지 못해 남편의 웃음조차 진심인지 의심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었지요. 그래서 자신을 놓아달라며 눈물로 부탁하는 그녀의 처절한 눈물에 스민 고통이 가슴 아프게 합니다.
늘 도도하고 당당했던 부인 앞에서 작기만 했던 남편 이정록은, 이제 듬직한 남편으로서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줄 차례가 온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