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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놀러와 400회특집 결방, 잔치상 뒤엎은 유치한 실력행사

 

 

 

 

9년이라는 시간, 400회라는 횟수...시시각각 변화하는 예능트렌드 속에서 400이라는 시간은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방송이 단 한번의 메인 MC교체도 없이 장수하고 있다는 건 예능계에서도 유별난 일이지요. 2010년 300회 특집을 맞았던 놀러와는 당시 월요예능 부동의 TOP이었습니다. 세시봉 특집을 필두로 성우, 힙합크루특집등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한 게스트 섭외가 아닌 이른바 기획섭외를 선보이며, 라이벌 없는 독주를 펼쳤었습니다.


헌데 획기적인 세시봉 콘서트로 백상예술대상 예능상까지 수상했던 놀러와의 400회 특집이 방송 당일 편성 취소가 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방송당일 결방이 통보되면서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지요.

MBC노조는 '편성국이 실무진을 완전히 배제한 채 '반지의 제왕'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배치했다'며 '당시 예능본부 보직간부들과 편성국 실무진들은 시간대가 비어있는 목요일 오후로 방송을 옮기도록 제안하고 설득했으나 윤길용 편성국장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은 놀러와의 400회 방송 당일인 월요일 오전에나 알려졌습니다. 이미 7월에 녹화를 마쳤으며, 예고편까지 방송했었고, 또 400회를 맞아 놀러와의 역사를 함께 나눌 400회 잔치상은 급작스런 실력행사로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400회 특집의 녹화에서는 오랜동안 함께 해온 게스트들을 청해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무한도전 멤버이자 놀러와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한 박명수, 노홍철, 길이 출동해 지난날을 되짚어봤고 최다출연자 윤도현, 최다어록을 남긴 김태원, 300회특집 초대손님이자 최고령게스트 송해 등 놀러와의 깊은 인연을 가진 이들이 대거 참여했지요. 뿐만 아니라, 놀러와와 뜻깊은 인연을 가진 시청자 400명을 방청객으로 맞아 그야말로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놀러와는 오랜 기간동안 방청객이 진행되어 왔었는데요, 이는 게스트가 의도치 않게 원치 않는 이야기가 나왔을 경우 편집으로 부담없이 걸러주기 위한 배려차원이었습니다. 그만큼 게스트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냈었는데요, 하지만 9년이라는 시간동안 토크쇼의 흐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잔잔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토크쇼에서 강한 한방이 살아남는 자극적인 다인 게스트 토크쇼, 일반인이 주가 되는 토크쇼 등등 새로운 콘셉트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러와는 이러한 예능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잔잔하고도 유쾌한 그들만의 소통을 이어왔지요.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의 '힐링캠프'를 비롯해 다양한 토크쇼의 공세와 파업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침체를 겪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MBC가 키워내고 MBC의 색깔을 이끌었던 간판 토크쇼에게 이런 식의 편성은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라리 명예로운 퇴진만도 못한 이러한 홀대는 MBC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을텐데요, 새로운 선보일 파일럿 프로그램 관계자으로서도 난처하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편성이지요. 이미지가 중요한 예능프로그램의 첫인상 자체가 밉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오랜시간 야심차게 준비해서 이미 녹화도 마쳤으며, 예고편까지 방송돼 시청자와 함께 9년간 흘러온 역사를 되짚으려 했던 특집방송은 방송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뒤엉켜버리면서 놀러와 제작진, 두 MC, 출연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MBC 관계자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겼습니다.

 

 

놀러와를 맡아 절대강자의 위치에 올려놓았던 신정수피디는 MBC파업동안 대기발령, 1개월 정직에 처해진 바 있습니다. 연수도중 파업을 위해 돌아왔을 뿐 아니라 김재철사장의 퇴진을 위한 일일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MBC파업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신 피디는 파업을 마친후, 400회특집을 통해 놀러와로 복귀했습니다. 그동안 침체를 맞았던 놀러와를 위기에서 구해낼 신정수피디의 기획에 기대감을 갖던 이때, 400회특집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결방되었지요.

 

잔치날이 되야 할 경사날에, 생일상 자체가 엎어져버린 사태에 직면한 셈인데요. 다같이 축하하고 축하받는 경사로운 날, 심통이 나 잔치상을 엎어버리는 이 실력행사의 저의에 의구심이 들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