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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무한도전, 왕따로 비쳐진 미묘한 어긋남

 

 

 

 

 

무한도전의 미션은 늘 흥미진진한데요, 오랜 결방을 깨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주 미션 '말하는대로'에 이어 어제는 '니가 가라 하와이'편을 통해 복잡하게 꼬아놓은 새로운 대결방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멤버들은 저마다 아둥바둥 미션에 임하며 웃음을 자아냅지요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제작진, 그리고 그 미션에 부응하기 위한 멤버들의 생존방식이 치열하게 그려지는 무한도전의 미션들은 늘 다이나믹합니다. 하지만 어제 미션은 기발함 이상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어제방송에선 하와이여행권을 따내기 위한 단계별 팀미션이 주어졌는데요 간단한 첫미션엔 성공했지만, 두번째 미션에선 좌절하고 말지요. 그래서 멤버 전원이 하와이로 갈 기회를 놓치게 되었고, 해외여행에서 제외할 한명의 탈락자를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한 명의 희생으로 게임이 속개될 수 있는 게임방식 탓에 멤버들은 편가르기에 나섰지요, 내가 아닌 한 명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무한이기주의는 무한도전에서 과거에 콩트형식으로 가끔 있어왔던 것이고, 그런 분위기라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레 웃음으로 이어지곤 했었습니다. 말그대로 '예능은 예능일 뿐'이었지요.

 


하지만 어제 방송에선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엿보였습니다. 한명을 제외시키기 위해,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저마다 살아남고자 처절하게 추억거리를 어필하고 나섰지요, 저마다 함께 갔던 여행을 거론하며 흥겨워하는 모습 뒤로, 멤버들과 이렇다할 추억을 공유하지 못했던 박명수의 외로운 모습이 비춰졌지요. 결국 1차투표에서 박명수와 길이 공동 꼴찌가 되었고, 2차 투표를 통해 길이 최종 탈락하고 말았는데요, 3단계 미션을 앞둔 멤버들은, 먼저 자리를 뜬 박명수를 제외한 채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무언가를 모의 하는 모습이었고, 굳이 등지고 앉아 애써 모른척 하는 박명수의 모습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불편했던 장면은 또 있었지요, 2단계 미션을 위해 두대의 차에 나눠 타게된 상황에서, 박명수는 자신의 차에 길이 타자 인상을 찌푸렸는데요, 방송분량을 채우지 못한다고 대놓고 구박하는 모습이었지요. 2명이 탄 여유로운 차를 두고 굳이 자리가 부족한 차에 서로 타려는 모습이나, 길이랑은 싫다며 하하를 끌고 나오는 박명수의 모습 등은 익살과 코믹 코드를 넘어서는 왕따의 그림자가 엿보였습니다. 

 


무한도전은 시대를 대표하는 예능입니다. 단순한 재미를 추구한다지만, 무한도전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의미에서 단순함을 넘어선 풍자예능의 진수를 볼 수 있지요. 지구온난화, 종편, 정치인, 독도 등 그 시대의 핫이슈에 대한 풍자를 보여주며, 예능도 유머를 겸비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해왔습니다. 늘 지나친 확대해석을 자제하기 위해 제작진은 당부하지만,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주는 깊은 의미에 늘 감탄해왔지요, 원치 않아도 이미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무한도전의 풍자예능으로서의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런 와중에 보여진 어색한 분위기의 따돌림과 편가르기 모습은 예전의 무한도전답지가 않습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는 티아라놀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지요. 카톡과 SNS를 통해 한명의 왕따를 만들어놓고 돌아가며 조롱하는 방식입니다. 개방된 공간에서의 공공연한 왕따, 혹은 무작정 돌아가면서 한 사람을 왕따시키는 행위를 일종의 놀이개념으로 받아들이고 모방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인데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무한도전에서 홀로 외면받아 초라한 표정을 짓는 한 사람과 이를 보고 즐거워 하는 다수의 모습은 영 개운치 않은 뒤끝을 남겼습니다. 

 

 

예전처럼 상황극을 통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정색하지 않고 편안한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그들 사이의 정겨움이 제대로 표현됐다면 이런 상황조차 무한도전멤버들의 돈독하고 끈끈한 정을 돋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랜 결방의 여파인지 서로 무안을 주거나, 소외된 한명을 나머지 사람들이 면박주는 장면은 예전의 무한도전답지 않아 보입니다.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아야하겠지요, 또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코드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웃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시청자들은 예능을 통해 유쾌한 에너지를 얻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쾌함 대신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예능의 전설, 무한도전에도 오점이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을 아끼는 만큼 냉정한 지적도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