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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위대한탄생3, 지상파의 한 사람만을 위한 방송

 

 

 

 

왠만해선 독설을 날리지 않는 멘토, 탈락을 의미하는 Sorry를 누르면서도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 가차없는 탈락이 아니라 미래를 기약하는 배려 섞인 조언...돌아온 위대한탄생(이하 위탄)은 역시나 착한 오디션입니다. 시즌3를 맞은 위탄은 예의 착한예능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이 착한 오디션의 최대 약점은 자극적이지 않기에 흥미유발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흥미보다는 배려의 편집이 특히 두드러졌는데요, 한 사람만을 위한 방송이 그러했습니다.

 

스태프에 의해 부축을 받고 무대에 선 나이 지긋해보이는 참가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음악에 맞춰 노래를 불렀습니다. 얼굴을 가린 모니터에선 다양한 인물들이 계속 나왔고, 이 인물들의 특징에 맞게 다양한 손동작을 표하긴 했지만 그 무대 자체는 그다지 재미가 있지도 않았고 노래도 상당히 서툴렀지요. 물론 남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임에는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 역시 방송 편집에 최선을 다했지요, 제작진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까지 더불어 편집해가며 이 참가자의 무대를 부각시켜주고자 애썼습니다. 멘토들 또한 박장대소하며 참가자의 얼굴 위 모니터로 지나가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참가자의 춤에 큰 관심을 기울여 주었지요. 제작진 또한 각 연예인의 얼굴에 맞는 광고나 관련 영상을 따로 편집해줌으로써 자짓 초라해지기 쉬운 그의 무대를 받쳐줬습니다.

 

 

이번 예선을 위해 다디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나왔다는 이 참가자는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의 아저씨였습니다. 그는 늘 될까 안될까 고민만 했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이제야 되든 안되든 해보겠다는 용기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개그맨 공채에서 1차 합격했다는 소식을 아들에게 전했을때, 아들은 기대어린 물음을 던졌다고 하지요, '아빤 TV에 언제 나오냐고..' 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TV에 나오지 않는 아빠로 남겨졌던 그는, 이제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지요.

 

그렇게 시작된 안길수씨의 노래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더없이 진지했지만 오디션에 어울리는 무대라고 보기는 어려웠지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멘토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따뜻했습니다. 멘토들은 그에게 차마 합격을 줄 순 없었지만, 그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노래한 '돌멩이'의 가삿말 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간다는 돌멩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또 도전하지도 못한채 그저 묵묵히 감내하듯 살아가는 많은 중년들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비록 탈락했지만, 당당히 무대를 뒤로 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나서는 그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선명했습니다. 그는 이제 TV에 나온 아빠가 됐습니다.

노래를 잘하지도, 주목을 끌만한 매력을 가지도 않은 이 중년을 위해 제작진은 5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정성어린 편집을 해줬지요. 덕분에 그는 아들의 기대에 부응해 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 사람만을 위한 방송이기도 했지만, 현실에 치여서 꿈을 덮고 살아가는 이땅의 중년들을 위한 방송이기도 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과 그 가족을 위해 멋진 선물이기도 했지만, 이는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훈훈한 온기가 전해질만 했습니다. 바로 착한 오디션이 보여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