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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n

[심리탐구] 맛있는 부위부터 먹는게 좋을까?



대수롭지 않은 주제이고 뻔한 결론이겠지만 심심풀이로 한번 살펴보자.

가령 과일을 먹을때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먼저 먹을지, 혹은 맛없는 부위를 먼저 먹고 맛있는 부분으로 마무리를 할지....
또.. 간식세트를 받았는데, 그 중 유독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먹을지 혹은 다른 거부터 먹고 좋아하는 건 마지막에 천천히 먹을지


개인적으로 난 계속 변했다.
어린시절에는 습관적으로 맛없는 것부터 먹곤 했다.
좋은 것을 아꼈다가 마지막에 만끽하는 걸 즐겼던거 같다.

   한계
근데 한계효용을 배우게 되면서 습관이 바꿨다.
효용이란 소비할수록 떨어진다는 것을 배운것이다..
만약 '맛'이란 것을 수치화 할수 있다면 한계효용은 아래표와 같다.
(소시지가 수박보다 효용이 높다고 그냥 가정하자)



소시지를 한개 먹을때 효용가치가 20 이라면 두개 째는 18로 떨어진다. 
위 경우에서 간식을 3개까지만 선택할수있다면, 가장 효용이 높은 조합은 소시지 2개와 떡복이 1개다.

(이 때 효용의 합은 20+18+19= 57 로 가장 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시지라 하더라도 처음 먹는 것과 두번째 먹는 것은 가치가 다르다는 거다.
한마디로 아무리 좋은거라도 자꾸 먹으면 질린다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처음 그 이론을 접했을 때는 참 신선했다.
(깨달음이란 단지 머리로 이해하기만 하는 건 아닐것이다)

그때부턴 맛있는 거, 좋은 거부터 즐겼다. 최고로 만끽할 수 있을때, 최대로 즐기자는 취지다.
맛없는거부터 먹고 입맛이 스포일링 당하고 나서 맛난 걸 먹으면 아까운 일이다.

   관념
근데 이후에 또다시 배운게 있으니 '관념과 본질'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소비하고 향유할때, 우리는 그 대상의 본질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을 향유한다는 골치아픈 이야기다.
만약 내가 빵 애호가인데, 마침 TV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한 파티쉐가 만든 빵이 특별 판매된다고 하자, 아마도 나는 장시간 줄을 서서 어마어마한 거금을 주고 구매할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먹었을때 진심으로 행복감과 황홀함을 느낄지 모른다. 근데 이때 황홀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내 혀, 내 감각이 아니라 관념이란 뜻이다.

와인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눈을 가리고 오천원에서 백만원짜리 와인들을 시음시키니 대부분이 오천원짜리가 가장 입맛에 맞다고 했다.
이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접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비싼 와인을 선망할 것이다. 관념은 소중하고 세상을 지배한다.
당연히 관념은 몸도 지배한다. 돌팔이 의사가 밀가루를 약으로 조제해줘도 환자들은 큰 차도를 보이더라는 조사결과도 있지 않은가.

처음 한계효용 이론을 접하고 맛난 것부터 즐기게 되면서 스스로 만족했었는데, 이렇게 관념을 생각하게 됐다.
내 만족은 내 혀, 내 감각이 아닌, 한계효용이란 관념 탓은 아닌지...
이후 난 닥치고 아무 생각없이 먹기를 바란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맛있는거부터 먹느니 어쩌니 하는 것에 대한 정답은 당연히 있다.
바로 내키는 대로 먹으면 된다.
근데 스스로 자신이 진정 내키는 바를 제대로 알면서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동화속 벌거숭이 임금님이 입었던 '관념의 옷'을 부순건, 관념에 오염되지 않았던 꼬마였다.
내 본성, 내 감각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건지
아니면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유명세 혹은 옆사람의 한마디, 즉 포장되고 만들어진 관념에 따라 살고 있는지...


아이작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데, 난 먹다만 사과를 보며 여전히 잡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역시 관념은 늘 떨치기 힘든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