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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1박2일, 빵터지는 웃음 대신 훈훈한 미소 유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보기 힘든 유희열, 윤상 그리고 리얼버라이어티는 더이상 하지 않겠다던 윤종신까지...이들 음악인이 한자리에 모인 1박2일 시즌2 첫 게스트특집은 폭발하는 웃음보다는 잔잔한 미소를 낳았습니다.

 

150여명이 거주한다는 가사도는 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진 섬인데요, 이곳에서의 음악회를 앞두고 이들 음악인은 그들만의 준비기간을 가졌지요. 함께 모여 밴드공연을 하는 것조차 좀처럼 보기 힘들었을 이들 3인의 조합은 희소가치 만큼이나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는데요, 섬마을 음악회의 관람연령대를 고려한 이들의 고민을 보고 있노라며 절로 미소가 나왔습니다. 이들이 내놓은 연주는, 그동안 이들이 걸어온 음악과는 다르게 한없이 가볍고, 흥겨웠는데요, 어떻게 하면 더 흥겨울 수 있을까, 더 신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유희열과 등대지기'의 밴드마스터 유희열이 보여준 저렴해보이는 표정연기가 특히 압권이었습니다.

 

 

해군홍보단 출신의 유희열은 20년 동안 그려왔던 무대를 비로소 갖게 됐다며 이상향을 바라보듯 설렘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그가 주변사람들에게 권고한 공연팁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바람을 잘 잡아야 한다며 주민들의 무대 난입을 유도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르신들이 과도하게 더듬더라도 그냥 내어드리라는 깨알 팁이었지요, 그리고 1박2일 멤버들 그러한 정신에 입각하여 무대에 임했습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된 이들의 음악회는 관객과 소통하는 눈높이 공연이었습니다. 저마다 추구했던 음악색과는 무관하게 관객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갔지요, '통속적'이라는 것이 왜 아름다운지를 보여준 대목입니다.

 

 

객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는 어머님에게 받쳐진 반주, 박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부르는 주민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반주, 그에 맞춰 하나가 되어 모두가 즐길 수 있었던 음악회의 중심에는 철저하게 관객 속으로 임한 음악인의 정성이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참가 주민의 노래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이들의 목소리에 반주를 맞춰나가는 모습이 따스했지요, 어떻게 해서든 꼭 노래에 맞춰드리겠다는 마음말입니다. 유희열과 윤상, 윤종신이라는 내로라하는 당대 음악인을 한자리에 모은 만큼 그들의 모습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자신보다는 섬마을 주민의 노래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거창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름다웠지요.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평생토록 지켜왔던 주민을 찾아와 이들의 삶과 노래에 맞춰드리고자 하는 수요자 맞춤식 밴드의 공연은 재미와 흥미를 떠나 온정만으로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 섬마을 주민이 알아봐준 감격에 힘입어 윤상은 예정에 없던 20년전 노래를 열창했습니다. 20년의 세월만큼 그도 쇠했지만, 그의 마음은 한결 더 깊어져보였지요.
추운 날씨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펼쳐진 200여명 규모의 열악한 공연이었지만, 이 소박한 공연만의 색다른 매력은 여느 콘서트에선 접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독특한 음악회를 무사히 마무리하곤 다시금 예능인으로 합류해 더불어 라면을 폭풍흡입하고, 게임을 하다 딱밤도 맞고, 또 이어질 복불복을 기다리며, 이들은 음악회와는 또 다른 훈훈한 미소를 선사해줬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이들의 1박2일 적응기는 또 어떤 모습을 그릴지 사뭇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