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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우루과이전, 그 애타던 순간을 뒤로 하고...



종료 몇분을 남겨두고, 가슴이 턱턱 조여들었고,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불끈 쥐었습니다.
 
공격자 반칙을 선언하는 주심의 야속한 손짓에 초조함은 더해갔고, 어두운 이동국 선수의 표정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습니다.
한층 굵어지는 빗줄기에, 숨을 토해내는 선수들의 긴장이 안타까웠습니다.
카메라에 차두리 선수의 애타는 얼굴이 잡혔고, 그의 마음은 그대로 내 마음을 무겁게 눌렀습니다.
시간을 끌며 천천히 프리킥을 준비하는 우루과이 선수가 원망스러웠고, 뒤로 돌리는 공에 분노마저 치솟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종료휘슬과 함께 티브이를 꺼버렸습니다.

그냥 그라운드에 누워버릴것 같은, 당신들의 모습에 위로의 마음을 보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렵니다.
 
한동안 멍하니 창밖에 바라보고 있자니 별별 잡생각이 마구 괴롭힙니다.

골대를 튕긴 박주영선수의 골이 아리게 가슴을 파고 들고,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넘어진 기성용선수에게 쥐어지지 않은 페널티킥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때 창밖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멋진 경기였습니다. 잘싸웠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박수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그제야 뒤늦게 마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그의 외로운 박수에 내 박수를 보태봅니다.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당신들과 함께한 영광의 기억들은 자랑스럽게 기억하겠습니다.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는 선수들에게는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영광에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8강에 진출한 우루과이선수단에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나보다 더 안타깝고 외로울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뒤늦은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앞으로 K-리그에 더 관심을 가지겠다고..

태극전사!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