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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명승부 네덜란드vs브라질, 근데 난 주심에게 반했다.




경기 참 재밌게 봤다.
우리나라 경기가 아니라서 넓은 시선으로 잡생각도 하면서 마음 편하게 즐길수 있었던 거 같다.
최근의 월드컵에서 최강 브라질 앞에서 번번히 좌절했었던 네덜란드가, 공은 둥글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근데 심판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오심문제가 유난히도 많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 매 월드컵마다 승패를 갈랐던 결정적인 오심들은 거의 있어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렇게 판정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던 데에는 FIFA 측이 경기가 끝나고 여러차례 공식적으로 오심을 인정했던 것도 크게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원래 긁어주면 더 가려운 법이고, 이슈는 만질수록 커진다.
물론 이러한 FIFA 의 반응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이런 판정문제에 대해 더욱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책과 대비가 요구되고 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기는 선수가 수행하지만, 경기 운영은 심판이 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는 월드컵이다.
 

이번 브라질-네덜란드 전을 보면서, 주심을 맡았던 니시무라 유이치 씨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단지 서구인이 지배하는 월드컵에서 검은 머리의 같은 동양인의 모습이 이채롭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매끄러운 경기운영도 돋보였다는 느낌이다.
처음엔 그가 페널티킥이나 퇴장같은 결정적인 판정에는 소극적인 면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그리고 비신사적인 모습은 굳이 척척 짚어가면서 훌륭한 운영을 펼쳤다고 생각된다.

특히 상대를 밟은 브라질 선수에게 단호히 레드카드를 내민 것이나, 네덜란드 선수들이 헐리우드 액션이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체시켰을 때 탁탁 지적하는 모습도 훌륭했던거 같다.
 
하지만 난 그의 [인상]자체가 더욱 [인상]적이였다.
서구의 주심들도 권위를 의식해서, 경고등의 판정을 할때는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심각한 얼굴을 하기도 하고, 눈에 힘을 주기도 한다. 이들이 미소와 웃음으로 선수들을 달래기도 하고 여유를 보이다가도, 급 연출되는 단호함이 어색할때도 있다.
 
근데 이 일본인 주심의 단호함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바로 삶 자체에 버무려진 무표정 말이다.
권위를 갖추고자 만들어내는 표정이 아닌, 사는 재미 그다지 맛보지 못한 그 인격 자체에서 우러나는 표정같다.
우리 회사의 점잖고 재미없는 [꼰대]같다고나 할까..
 
바로 그 무표정 앞에서 선수들은 판정이 억울하다며 크게 손짓을 하고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주심의 권위는 든든해 보였다.
 
사실 난 그의 성품에 대해선 모른다. 영업맨출신이라는 단편적 것 외엔...
그러나 내게 익숙한 꼰대의 표정이,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이리 빛을 발할줄은 몰랐다. 암튼 난 반했다.

자! 이 사진을 보자, 내가 찬양한 표정이 잘 안 드러난다. 그렇다. 역시 꼰대는 원래 사진발이 잘 안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