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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승률 7할에 육박하는 SK, 그래서 우려스럽다.


어제 있었던 한화와 SK 의 경기는, 한화팬의 속을 뒤집어 놓은 경기였다.
 

5회까지 한화가 5:0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한화가 경기를 쉽게 풀어갈 듯했지만 어이없는 실책으로 자멸했고, 결국 9회말 SK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케네디 스코어(7-8)로 마무리 되었다.
외야를 가로 지르는 끝내기 안타에 공을 따라가 줍는 것 마저 포기하는, 고개 숙인 한화 외야수들의 모습과 맥주를 뿌리며 환호하는 SK 선수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SK, 5:0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기어이 역전승을 일궈냈다. 장하다. 프로답다. 근데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김성근 감독은 5:0으로 끌려가던 5회에 중간계투조를 투입할때 어떤 기분이였을까.. 분명한 것은 승리의 확신은 없었을것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그는 가지고 있는 카드를 과감하게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근데 오늘의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어쩌면 야신이라 불리는 지독한 승부사는 작년의 한국시리즈 패배가 큰 상처가 된건지도 모르겠다.
페넌트레이스라는 긴긴 승부의 마라톤에서 매경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까지 특훈도 마다하지 않고 몸이 좀 불편해도 개의치 않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대단한 일이다. 어제의 따릿한 9회말 역전승 역시 홈팬을 열광시켰다.

어제 경기에선 대타, 대주자로 모든 내야수를 기용하는 바람에 9회초에는 왼손을 쓰는 박정권 선수가 2루수를 봐야 하는, 흔치 않는 장면도 연출됐다.
뭐.. 선발투수조차 계투대기를 하는 SK이기에 특이할 것도 없다. 투수의 벌떼 작전 역시 김성근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가..
해태시절 김응룡 감독도 때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다보니, 연장상황에서 포수가 없어 이종범 선수를 기용하기도 했었지만, SK의 선수운영은 그 자체가 항시 비상체제고 어찌보면 파행적이다.
 
선수들은 늘 감독의 호출에 대기 상태이고 늘 긴장속에 있다. 이를 악물고 달리는 주루플레이에 감탄하다가도, 선수의 입장이나 자존심같은 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선수교체, 가끔은 문책성 교체등에 안타깝기도 하다.
SK에 스타 플레이어는 김성근 감독뿐인듯 싶기도 하다.
근데 경직과 긴장이 팽팽하면 기본기 튼튼한 고급 야구를 보여줄수도 있겠지만, 그 팽팽함이 과해지면 부러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일전에 중간계투진의 체력하락을 우려해서, 이틀연속 등판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선동렬 감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일본에서 야구를 했기에 일본식인줄 알았던 선감독은 오히려 버릴건 버리는 선택과 집중의 운영을 한다. 공격에 있어선 작전도 많이 안거는 거 같다. SK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더욱 강력해진 느낌을 주는 삼성이다.




근데, SK... 일상이 비상이고 파행이면 길고 긴 페넌스레이스에서 피로가 일찍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떨쳐지질 않는다..
물론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선수들이 잘 견디고 있고, 야신의 권위는 굳건하다. 어제도 멋진 역전승을 따냈다. 무엇보다 현재 압도적인 일등이고, 한국씨리즈 직행은 따논 당상이다.
그런데도 왠지 찜찜하다. 여름도 잘 견디고 결국엔 가을에 유종의 미를 내줘야 할텐데, 왠지 꽉 옥죄고 있는 지금의 상태가 역설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