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경기가 취소되면 모처럼 선수들도 휴식의 시간을 갖고 한숨도 돌릴텐데..
개점휴업상태인 윤석민 선수는 어떤 기분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윤석민선수의 올 시즌내 복귀가 쉽지 않을것이란 보도를 접했다.
2005년 데뷔하면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한 우완투수로 주목받았던 윤석민.
그러나 그가 그동안 발휘한 기량에 비한다면 성적은 너무 가혹했었다.
특히 본격적인 선발보직을 시작한 2007년도에는 162이닝을 소화하며 3.78의 방어율을 기록했으나 고작 7승에 무려18패를 기록했었다.
야구사의 진기록이였다. 선발투수가 18패를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력이 안되면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테니까..
당시의 방어율도 시즌 후반에 부상으로 깎아먹었을뿐 7월까지 2점대의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었다. 불운이 분명했다.
2008년도엔 2점초반대 방어율에 14승을 챙겼고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멋진 투구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획득 드디어 날아오르는 듯 했으나, 이듬해부터 또다시 불운의 그림자가 짙어보이는 인상이다.
2009년도에는 부상과 슬럼프에도 27경기에서 3.46의 방어율로 선방했으나 9승에 그쳤고,올시즌에도 14게임에 나와 3.72의 방어율을 기록했으나 4승만을 챙겼을 뿐이다.
물론 침체된 팀분위기도 이유이겠으나 윤선수의 억울함도 상당했을 듯 싶다.
급기야 지난달 SK 전에서 9회1사까지 2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요건을 갖춘상태에서 물러났으나 역전패를 당했고, 라커룸을 내려치다 수개월의 치료가 요하는 중상을 입었다.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지지리 복도 없다.
이렇게 복이 없었던 선수가 또 있었으니 태평양돌핀스 시절의 정민태 선수다.
그 역시 1992년 태평양에 입단하여 태평양이 존속했던 1995년까지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었다.
본격 선발을 맡았던 94,95년 시즌에도 호투해 해놓고도 각각 8승9패, 8승14패를 기록했다. 3점대 방어율에 출장경기수도 각각 25,28 경기로 시즌 풀타임 출장임에도 승리가 참 어려웠었다.
당시 투수코치였던 김시진코치가 투수왕국이라던 팀 선발요원 중 가장 공이 좋은 선수가 정민태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었다.
그럼에도 인천 공설운동장의 초라한 야구장 1루측 펜스 앞에서 선발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그의 순한 인상을 보고 있노라면, 개인적인 느낌이였지만, 왠지 오늘도 승리는 어려워 보였고, 그의 모습은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이 계속 공을 던졌고, 온화한 인상도 그대로였다. 불운의 연속에 속이 쓰렸을텐데도, 꾸준했고 성실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역시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김홍집 선수와 대비된다.
그리고 현대유니콘스가 출범한 1996년 드디어 15승으로 생애 첫 두자리 승수를 쌓더니, 20승을 달성하는 등 국내최고 선발투수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일본까지 진출했었다.
투수왕국이라던 태평양시절의 나름 화려한 투수들 중 결국 가장 영광스럽게 은퇴한 이가 정민태선수인 셈이다. 당시 김시진 코치가 보내준 물심의 지원도 물론 주효했을 것이다.
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가 항상 따라오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자신을 이기며 던지다보면 승리는 외면하지 못한다.
윤석민 선수도 여러불운과 고난을 딛고, 정민태 선수처럼 야구사를 장식하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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