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신사의품격 김하늘, 발동걸린 로코퀸 본색

 

 

 

공자 왈 '세상 그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나이'라던 불혹의 신사들은,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치는 미인의 몸매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이 드라마는 적어도 '신사의 위선'은 보여주지 않을 작정인 듯 합니다.

김도진(장동건 분)과 서이수(김하늘 분)는 우연같은 필연 속에서 인연이 시작됐는데요, 첫회만해도 다소 낯설은 연기와 진부한 설정 탓에, 과연 김은숙-신우철 콤비의 불패 신화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습니다. 하지만 2회로 접어들면서 엉성해보였던 캐릭터들은 차츰 자리를 잡았고 깨알같은 코미디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제대로 발동된 느낌입니다.

 

카페에 앞아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던 김도진은 창밖의 서이수를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거리의 이슬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그 눈빛의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중년의 가슴에도 열정은 여전한가봅니다. 하지만 그 열정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자칭 꽃답다로 평할정도로 자긍심이 높은 김도진은, 몇차례의 사건 사고를 겪으며 서이수와 엮이는데요, 서이수는 다른 사건 사고는 기억해냈지만, 김도진에게 긴 여운으로 남겨진 그 눈빛은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마음 상한 중년의 소심한 복수가 이어지지요. 그 눈빛을 기억해낼때까지 말입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서이수는 자신의 학생들과 폭행사건으로 얽힌 김도진으로부터 어떻게든 합의를 얻어내고자 어쩔수 없이 잦은 만남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룸메이트와 연인관계인 임태산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김도진에게 들키고 맙니다. 합의도 구걸해야 하는 마당에 큰 약점까지 잡힌 셈입니다.
더욱이 김도진에게 메모를 남기다가 그의 펜을 아무생각없이 자신의 백에 넣으면서 펜절도범으로 몰리기도 하고, 그에게 험악한 단어들을 늘어놓은 메모지도 들키고, 급기야는 그의 험담을 늘어놓은 문자를 당사자에게 전송하는 실수까지...말도 못할 에피소드를 양산하며 굴욕만 쌓아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급기야는 잘못 배달된 초콜릿바구니를 찾으러 갔다가 짝사랑 상대 임태산 앞에서 김도진에게 프러포즈까지 하는 수난을 당하고 마는데요, 이렇듯 서이수에게 한눈에 반한 김도진과, 자신의 짝사랑을 들킬까 두려워 어쩔 수없이 김도진에게 발렌타인 초콜릿을 건네게 된 두 사람의 좌충우돌 연애가 시작됐지요.

첫회에서 주연을 맡은 장동건의 낯설은 로코 연기와 비주얼로 인해 다소 어색함도 있었지만 2회로 접어들면서 네명의 중년들이 서서히 저마다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로코퀸 김하늘의 연기가 빛을 발하며 서서히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극중 서이수는 제자를 격하게 아끼고 야구를 너무도 사랑하는 윤리선생님이지만 연애에는 쑥맥인 허당인데요, 그 허당을 보여주는 김하늘의 연기가 특히 돋보입니다.
고양이처럼 눈을 치켜뜨고 따지다가도, 자신의 약점앞에서는 어느새 꼬리를 내리고 실실 웃는 모습에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지요. 더욱이 로코퀸 답게 날씬한 몸매와 큰 키로 어떤 옷이든 스타일리쉬하게 소화해내는 패셔니스타의 면모도 갖췄습니다. 로맨틱코미디에서는 매력넘치는 남자주인공 못지 않게, 절대적인 지지층인 젊은 여자 시청자에게 '셀리브리티'가 되어줄 워너비스타가 필요하지요.

 

 

그런 면에서 김하늘의 존재가 강렬해 보입니다. 수수하게 꾸며도 빛이 나는 옷맵시와 여우같지 않은 곰과이면서도 자신의 할말을 똑 부러지게 내뱉는 당찬 이미지가 여전하지요. 거기에 이어지는 허당기와 굴육으로 인해 인간적인 매력까지 뿜어내고 있습니다. 극중 몇 차례 등장한 '난 선생이고 넌...'이란 대사는 이미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과도 같은 그녀의 대사이기도 하지요. 이런 김하늘이 함께 하기에 진지하고 무게 잡는 것에 익숙했던 장동건도 어린애같은 장난기로 김하늘의 캐릭터를 공황상황에 빠트리며 조화로운 앙숙의 연을 보여줄 수 있을 법합니다. 모처럼 안방극장에 찾아온 로코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