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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착한남자 강마루, 지독하고 미련한 순정에 종지부

 

 

 

 

한재희(박시연)는 강마루(송중기)를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강마루 스스로 알지 못하는 밑바닥의 내면까지도 말이지요. 두 사람이 일본에서 마주했을때 강마루에게 다시 돌아가겠다던 한재희의 고백에 차갑게 냉소하며 돌아섰던 강마루지만, 물 속에 뛰어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뛰어 들 수 밖에 없었듯, 강마루에게 한재희는 벗어날 수 없는 애증의 운명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매번 그녀를 증오하는 듯 하지만, 증오와 애정은 칼의 양날처럼 매섭게 강마루의 운명을 옭아매고 있는 셈이지요.

 

자신때문에 모든 걸 잃었던 강마루에게 '여자들을 유혹해 더러운 돈을 번다'고 비아냥 거리던 한재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누명도 떠넘기기도 했고, 자신을 협박했다며 고소하기도 했으며 폭력배를 동원해 협박하기도 하는 등 악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전히 강마루의 마음은 한재희를 향하고 있습니다.

 


신발도 신지 못한채 비오는 밤 미친 듯 자신을 찾아 가슴 절절한 고백을 쏟아낸 서은기에게 강마루는 따뜻한 포옹으로 마음을 건네는 한편, 이 장면을 지켜보는 한재희에게는 싸늘한 시선을 보냈지만...한재희를 향한 강마루의 마음은 어쩔수 없는 현재진행중이었지요.


하지만, 이제 그는 그런 마음을 극복해냈습니다. 십여년을 간직했던 순정, 마음 깊숙한 곳에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질기고 모진 순정을 드디어 버렸지요.
서회장이 안변호사와 자신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아챘다는 걸 알게 된 한재희는 더이상 갈 곳이 없었지요. 그토록 갈망했던 욕망은 허무하게 무너졌고, 그녀의 운명을 바닥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자 그녀는 언제나처럼 강마루를 찾습니다. 강마루와 자신에 얽힌 트라우마인, 자신의 오빠를 빙자하여 말이지요.

 


비명을 지르며 구원을 요청하는 한재희의 전화에 강마루는 서은기와의 약속도 져버린채 그녀에게러 달려갑니다. 그리고 어지럽게 흐트러진 거실에 쓸쓸히 앉아 있는 한재희를 발견하지요.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이 지켜줄 수 밖에 없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재희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빠에게 쫓겨 강마루의 집에 숨어 숨죽였던 가녀린 한재희를 본 강마루는 그때처럼 조용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그녀를 보듬어주려 합니다. 그녀의 오빠 재식에게 걸려온 전화만 없었다면 말이지요.

 

돈을 부치라는 어이없는 재식의 요구를 듣다가 그가 지금 부산에 있다는 걸 알게된 강마루는 이제 한재희의 위선에 비로소 진저리치게 됩니다. 코앞의 오빠에게 당할 것같다던 호소도 결국 연출이었음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런 강마루에게 한재희는 잘못했다며 애원하지만 그 순간 강마루는 한재희에 대한 순정을 극복해 버리지요,  '누난 날 너무 잘 알아요. 내가 나를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강마루를 잘 알아. 나도 헷갈렸던 날, 나도 믿고 싶지 않았던 날, 나도 부인하고 싶었던 날...누난 마치 내 안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처럼... 소름이 끼칠만큼 잘 알고 있어요. 그쵸.'

 

 

증오인지 집착인지 애정인지 모를 복수를 위해 그녀의 곁을 처절하게 맴돌던 그에게 '도와줘, 마루야'라고 한마디만으로도 미친 놈처럼 즉시 달려왔던 강마루는 이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게 됩니다. 강마루가 한재희에 대해 가지고 있던 폭력의 트라우마를 빌미로 그동안 수없이 강마루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해 왔던 그녀의 계산된 욕망을 비로소 절감하게 된 강마루입니다. 거실 한쪽에 슬리퍼 한짝만 신은채 외로이 흐느끼던 한재희에게서 어린 날의 그녀를 만났던 강마루는 이제 그녀와의 질긴 인연에 종지부를 찍고자 합니다.

 

'한재희씨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가는 길의  끝이 지옥이든 파멸이든 관심없어요'라고 말하는 강마루.. 더 이상 누나라고 부르지 않고 한재희씨라고 부르는 순간 이 지긋지긋한 순정은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서은기때문이냐며 따져묻는 한재희에게...서은기를 끌어들인 걸 후회하고 있다는 강마루의 한마디는 그가 한재희를 넘어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하지만 지독하고 힘겨웠던 강마루의 순정은 한재희를 떠나 서은기에게 머무는 것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강마루는 순수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이 서은기에겐 아픔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서은기를 향한 마음까지도 잘라내려 합니다. 그러고보면 강마루는 도통 이기적일수가 없는 착한남자가 맞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