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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대선TV토론 문재인,포용으로 이긴 토론

 

 

 

 

문재인 : (당혹스러워하며) 그렇다면 선행학습을 법안으로 금지하시겠다는 겁니까?
박근혜 : (단호하게) 네!
이 대목은 박근혜의 치명적인 실언입니다. 말꼬리를 잡아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는 스타일이라면 박근혜의 이런 실언을 결코 놓치지 않았을텐데요, 이를테면, 미취학 아동이 한글 습득하면 경찰조사하겠다는 얘기냐, 국민 개개인의 학습권을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미냐는 둥 얼마든지 상대를 몰아세울 수는 있는 상황이지만 문재인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점이 문재인의 강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를 몰아세운다면, 문재인 지지자들의 스트레스야 풀어줄 수 있겠지만, 논리적으로 궁해진 절대적인 박근혜지지자들의 반감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이 박근혜의 약점을 치열하게 꼬집지 않는 것은, 그녀의 절대지지자들조차 끌어안아야 할 국민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두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선거에서 이긴 이후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품성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

 

 

하지만 선거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리가 아니라 좋고 싫음으로 판가름나는 이미지라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를테면 어제 토론에서 쟁점으로 부각됐던 전교조 문제가 그렇습니다. 박근혜는, 문재인이 전교조에 우호적이지 않냐고 공격했습니다. 이에 문재인은 왜 전교조를 무조건으로 부정적인 집단으로 보시냐고 지적했는데요, 전교조든 교총이든 가리지 않고 대화하고 함께 공존하겠다는 문재인의 대통합 정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는 전교조의 위험성을 재차 따져물었습니다. 전교조가 이념적으로 편향된 점을 고쳐야만 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는데요, 이런 박근혜의 발언 속에 그녀가 주장하는 대통합의 의미를 엿볼 수 있지요, 그 대통합은 그녀가 지향하는 가치로 변신한 집단에게만 허락된다는.. 어찌보면 섬뜩한 의미로까지 확대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누구의 대통합이 진정한 대통합인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발언들이었지만, 기술적이고 현실적인 정치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에겐 그다지 불리한 발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전교조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 중 박근혜에게 투표할 사람은 그다지 없을것입니다. 오히려 오랜동안 이땅에서 보수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각인된 전교조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익숙한 국민들로서는 충분히 경각심을 느낄수 있는 대목이지요. 논리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히려 문재인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포용입니다. 박근혜는 새누리당이 과학을 우대했다는 증거로 민주당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비례대표를 과학인에게 배정했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정치가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지적입니다. 과학인의 정치활동이 요원한 우리네 정치풍토에서 유력한 과학인을 정치계로 이끄는데에는 여당이 야당보다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겠지만, 문재인은 이런 점을 꼽지 않았지요, 그냥 간단하게 새누리당이 잘한 것이라며 칭찬하고 넘어갔습니다. 궁색하게 변명하거나 억지논리로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 깔끔한 모습이지요. 한국의 기성세대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반대편 상대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대권을 두고 상대를 이기기위해 토론에 나서는 사람은 반사적으로 이렇게 반응하기가 퍽 힘들것입니다. 대결의 장에 나온 사람으로서는 퍽 손해보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간단하게 인정하는 이 짧은 호흡에서 상대는 오히려 예기치 못한 반응에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청자도 박근혜의 공격이 너무도 쉽게 무력화되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 덕분에 이날 박근혜는 앞서 열렸던 두차례의 토론에서보다 훨씬 많은 발언을 했습니다. 심지어 문재인의 발언을 누차 끊으면서 발언시간을 조기에 소진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부동층이나 보수적인 시청자의 입장에선, 날을 세운 이정희 앞에서 피해자의 이미지를 보였던 박근혜보다는 스스로 말이 꼬이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박근혜가 오히려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를 떨어트리기 위해 나왔다'며 이정희가 박근혜를 누르고 압박했던 것보다 오히려 박근혜가 더 많은 말을 마음껏 하도록 대화의 장을 연 문재인의 토론스타일이 이미지 면에서는 더욱 박근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미지의 아이러니지요.

 

이렇듯 포용적인 자세로 박근혜를 대한 문재인은 마무리발언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국민들에게도 포용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5년 국정을 맡아온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잘했다고 생각하시면 계속 할 수 있겠금 지지해주시라' 이제 국민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